[이야기 그림 63] 닭의 죽음

 
“산안마을의 닭들이 살해당했습니다.”
 
소셜네트워크에 올라온 동물보호단체의 글이 눈에 밟힌다. 고병원성 조류독감 확진 농가로부터 1.8km 떨어져 있다는 이유로 비감염 닭들이 하루아침에 죽임을 당한 것이다. 오늘 산안마을에서 진행된 예방적 살처분은 방역을 위한 일이었다고 방역당국은 말한다.
 
하지만 과학적 근거를 찾기 힘든, 3km로 일관한 탁상행정식 살처분 명령은 최초부터 잘못된 것이었다는 게 동물보호단체의 주장이다. 방역당국은 이미 살처분한 주변 농가와의 ‘형평성’ 때문에 ‘산안마을 닭들도 죽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결국 위험도가 형평성에 초점을 맞춘 살처분임을 인정하는 셈이다.
 
공장식 축산은 동물학대와 온갖 전염병의 원인이기도 하다. 하지만 쉽게 고기를 먹는 인간들을 위해 오늘도 동물들은 살처분의 위험 속에서 살아간다. 닭은 횃대에 오르고 모래목욕을 하고 평균 수명이 30년이 넘는 가금류 동물이다. 
 
튀긴 닭요리를 즐기는 나는 오늘 포대에 덮인 닭들을 본다. 전화 한 통이면 내 눈 앞에 나타나는 닭은 식재료 그 이상의 의미를 갖지 않았다. 물론 공장식 사육의 문제를 ‘완벽한 비건’이 되는 것으로 해결하자는 말이 아니다. 조금 적게 먹고 쉽게 죽이지 않는 대안을 찾자는 거다. 엄밀히 따지면 잡식성 동물인 내게 묻고 싶다. 
 
오늘 아침 결국 살해당한 닭들을 알고 있냐고 말이다. 스스로 동물권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묻고 싶다. 동물복지는커녕 동물의 생명을 종잇장보다 가볍게 여기면서 소통 없이 폭력과 야만으로 짓누르는 무능한 방역정책국, 아니 과학적 방역을 포기하고 동물 죽이기에 몰두하는 인간 중에 나는 과연 아무 책임이 없을까?
 
닭들은 ‘먹이’로 태어나 누군가의 먹이로 길러진 그저 ‘먹잇감’일 뿐인 생명체일까?
 
세상에 그런 동물이 있기나 할까?
 
내 질문은 이렇게 쌓여만 가는데 답은 어디에 있는 걸까?
 
 
글・그림 / 고정순 어린이그림책 작가이자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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