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그림 71] 외로운 아이에게

 
안녕하세요.
언덕에서 메일을 읽었습니다.
다리가 불편해 산에 오를 수 없어 낮은 언덕을 올랐는데 그곳에서 뜻밖에 풍경을 봤어요.
고작 언덕을 오른 것뿐인데 멀리 있던 높은 산이 가까이 보이는 겁니다. 산을 좋아하는데 다리가 불편해 바라보기만 했거든요. 원했던 산을 오른 건 아니지만 그래도 좋았습니다.
보내주신 메일을 읽고 내가 외로운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 말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어요.
제 경험을 솔직하게 말하는 것으로 위로를 대신할까 합니다.
 
저는 어린 시절 또래와 어울리지 못했어요. 공부도 못하고 집안도 가난해 매사 주눅이 들어있었나 봅니다. 소심한 성격 탓에 어려움이 많았죠. 게다가 집단으로 어울리는 것은 더더욱 어려웠습니다. 좀 예민하고 까다로운 아이였다고 부모님이 말씀하시더라고요.
좋아하는 친구가 나만 좋아하길 바랐고, 다른 친구들에게는 관심이 가지 않았어요.
지금 생각하니 제가 좋아한 친구는 여럿과 어울리고 싶었던 사교적인 아이였는데 제 기질 때문에 힘들었던 모양이에요. 단 하나 후회하는 것이 있다면 좋아하는 친구가 좋아하는 것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입니다. 혹시 아이에게 제 말을 전해주신다면, 친구를 위해 노력하길 바란다고 말하고 싶어요. 물론 상대를 맞추기 위한 과도한 노력은 불필요하겠지만 좋아하는 친구를 위해 할 수 있는 작은 노력이 무엇인지 생각하길 바란다고 전해주세요. 
그리고 친구 때문에 힘들 땐 언제든지 솔직하게 엄마에게 말했으면 좋겠어요.
고민은 함께 나누는 것만으로도 아이의 외로움을 덜어주는 일이 아닐까 싶어요.
 
제게 눈동자만 굴려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는 30년 지기 친구가 있어요. 이 친구를 만나기 전까지 긴 시간 외롭게 보냈어요. 친구는 무척 소중해서 만나기 쉽지 않다는 걸, 어른도 관계를 힘들어 한다는 걸, 이 모든 게 사실은 당연하다는 걸 아이가 크면 자연스럽게 알아갈 텐데… 지켜보는 엄마는 쉽지 않을 거라고 짐작해 봅니다.
비밀을 털어놓는 좋은 친구가 생기길 바란다는 말도 전해주셔요.
 
편지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서로 편지를 주고받았으니 다른 소식도 전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남은 2021년 행복하게 보내세요.
 
글・그림 / 고정순 어린이그림책 작가이자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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