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그림 73] 나의 옷은 어디로 갈까?

 
새해가 하루 지난날이었다. 무심코 본 인터넷 포털 뉴스에서 옷 무덤이 된 가나의 사진을 봤다. 그 나라의 환경 의식이 낮아 그렇다고 믿었다. 
 
“대개 누군가 입을 거란 생각에 헌옷수거함에 옷을 내놓는다. 그러나 정작 국내에서 소화되는 헌옷은 5%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가나 같은 개발도상국으로 밀어낸다. 대한민국은 세계 5위의 헌옷 수출국이다.”
 
기사를 읽고 나는 충격에 빠졌다. 
 
내 옷장에는 밍크털이 붙어있는 겨울용 점퍼가 한 벌 있다. 나는 이 옷을 가장 추운 날 동네 산책용으로만 입는다. 절대 아는 사람을 만나러 가는 자리에 입고 나서지 않는다. 이유는 하나다. 엄마가 사주신 옷이라 내 취향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도 있지만, 동물권에 민감한 내가 밍크털이 수북한 옷을 입은 모습을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다. 남들 눈을 의식해서다. 나는 어디서 어떻게 모았을지 모르는 짐승의 털을 입고 다닐 수 없다고 스스로 결심했다. 하지만 이 옷에 대한 고민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잘 입지 않고 모셔두기만 하지만 그래도 그 옷이 있기에 다른 겨울 외투 한 벌을 따로 장만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른다. 
 
과소비하는 것이 아닌지 망설여진다. 밍크털이 수북한 옷을 입고 ‘이건 내가 산 옷이 아니랍니다. 나는 동물을 사랑하니까요’라고 일일이 해명하며 다니는 방법도 있겠지만,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예상하지 못한 한파가 이어진 어느 날, 나의 고민은 더 깊은 수렁에 빠졌다. 이런 날 보고 언니가 입지 않는 겨울 외투를 주겠다고 했다. 나는 안도했다. 추위로부터 내 몸을 보호하면서 언제 입어도 동물들에게 덜 미안한 마음이 드는 옷이라면 내 취향이 아니더라도 한 벌 얻어 입어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지금 겨울 외투를 기다린다. 내년 겨울을 위해.
 
가나의 옷 무덤이 내게 준 충격을 오래 기억하겠다는 다짐과 함께.
 
글・그림 / 고정순 어린이그림책 작가이자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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