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그림 77] 읽고 쓰는 사람들

 
지난 3월 작은 도서관에서 글쓰기 강좌를 개설했다. 이용객들을 위한 글쓰기 프로그램이라고 했지만 사실 나를 위한 시간에 더 가까웠다. 
 
벚나무에 꽃이 피는 과정을 쓴 글부터 시작해 장애인 이동권까지 우리의 글감은 풍부했다. 한때 유행했던 드라마 대사처럼 날이 좋아서 날이 흐려서 모든 날이 글감이 된 것만 같았다. 내가 좋은 강사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제외하고 모두 좋았던 시간이다. 함께 글 쓰는 8주 동안 나는 가파른 언덕을 오르고 오른 동네 어느 집 담장 아래서 숨을 고르기도 했다.
 
다양한 사람들과 글쓰기를 시작한 지 벌써 7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중 청소년 친구들도 있다. 나는 십대들이 좋다. 그들이 그냥 좋다. 외로운 청소년 시절을 보냈기에 그들의 마음을 조금 아주 알 것 같다. 대학을 포기하고 직업학교를 선택했을 때도, 갑자기 조각가가 되겠다고 설칠 때도 나는 누구와 의논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다. 누구도 날 이해하지 못했고, 이해를 바라는 건 사치라고 여겼다.
 
내가 지금 청소년 시절 나에게 바라던 사람이 되었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답하고 싶다. 그냥 살기도 힘든데 바라는 사람이 되는 건 무리라고. 모든 질문 속에 내가 있을 뿐이라고. 
 
동네책방에서 사람들과 글쓰기 공부를 한다. 2016년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해왔던 일이다. 얼마 전, 새로운 제안을 받았는데 저소득층 고연령 돌봄 여성노동자를 대상으로 글공부를 시작하지 않겠냐는 제안이다. 
 
그들에게 글이 어떤 도움이 될까? 아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일까? 만나기 전부터 걱정이 앞선다. 능력 밖의 일인 줄 알면서 욕심을 부리는 나. 
 
하지만 멈추고 싶지 않다. 혐오와 차별을 부추기는 세상에서 뭐라도 하지 않고 견디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만은 영원히 멀쩡할 거라고 믿는 자들의 속도에 맞춰 세상은 움직인다. 함께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침을 튀기며 말했다. 그런 사람은 세상에 없다고 말이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 글쓰기가 달라졌냐고 묻는다면 나는 그렇다고 답할 것이다. 명문장을 쓰지는 못했지만, 나만 보고 살던 때보다 쓰고 싶은 글이 더 많아졌다는 것은 단연 확실한 변화다.
 
 
글・그림 / 고정순 어린이그림책 작가이자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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