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구꽃 이야기

투구꽃
 
가을이 깊어졌습니다. 어느새 겨울 철새가 찾아 들기 시작했고, 겨울을 준비해야 하는 야생생물들은 한층 바빠졌습니다. 식물도 슬슬 잎을 떨구거나 뿌리에 양분을 저장하는 등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분주한 시기입니다. 
 
무채색으로 가득했던 겨울을 지나서 봄이 오면, 형형색색의 꽃에 눈이 호강하는 시기입니다만, 가을은 화려한 단풍의 색에 현혹되기 좋습니다. 하지만 가을을 물들이는 꽃도 있습니다. 가을은 국화의 계절이라 불릴 정도로 다양한 야생의 국화를 볼 수 있는 시기입니다. 구절초를 비롯해서 쑥부쟁이, 개쑥부쟁이, 산국, 감국, 개미취 같은 국화과의 식물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마주할 수 있습니다. 이 중 구절초를 제외하면 대체로 숲보다는 길가나 들판에 자라는 경우가 많고 개체도 많고, 눈에 쉽게 띌 수 있어 더욱 친숙합니다. 가을철 숲에도 화려함을 자랑할 만한 식물들이 꽤 있습니다. 이른 봄 숲을 꽃으로 먼저 채우던 식물도 미나리아재비과의 식물이지만, 가을철 숲에서 발길을 멈추게 하는 식물도 미나리아재비과의 식물입니다. 주로 투구꽃속의 식물들입니다.
 
투구꽃은 말 그대로 머리에 쓰는 투구와 닮았다고 해서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동속의 식물의 이름이 -바꽃, -돌쩌귀, 놋젓가락나물 같이 통일된 돌림자를 갖지도 않고, 멸종위기2급에 포함되어있는 노랑돌쩌귀는 백부자라는 이름으로 통용되고 있습니다. 진범의 경우, 진교가 맞는 이름이라는 의견이 있으나 아직은 진범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투구꽃
 
투구꽃은 영화 『조선명탐정』에 의해 대중적으로 유명해진 듯합니다. 영화에서는 각시투구꽃이 소개되기는 했으나, 남한의 서식지는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어찌되었건 놋젓가락나물을 포함한 투구꽃속의 식물의 뿌리는 초오(草烏)라고 불리며 아코니틴을 포함하여 독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과거에는 이 독을 이용하여 사냥도 했고, 일본에서는 닌자들이 표창에 발라 사용하였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천남성과 더불어 한약재이자 사약의 주된 재료로 이용해 왔다고 알려지고 있습니다. 근육마비를 동반하며 끓이면 독성이 조금 약해지기 때문에, 신경통이 있는 분들이 약으로 쓰기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한의학에서도 주의해서 다룰 만큼 독성이 강하기 때문에 민간에서 지식이 없이 다루는 것은 매우 위험할 수 있습니다. 
 
투구꽃의 화려한 모양은 단순히 인간에게 아름다움을 뽐내기 위한 것은 아닙니다. 식물은 움직이지 못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동물에게 쉽게 내어주는 것 같지만, 그리 호락호락하지는 않습니다. 곤충과 식물이 생겨난 이래로 둘은 서로 돕기도 했지만, 곤충은 조금 더 쉽게 꿀을 뺏어 먹을 생각을, 식물은 효과적으로 꽃가루를 곤충에게 옮기게 할 수 있게 서로의 무기를 갈고 닦으며 경쟁해왔고, 함께 진화해 왔습니다. 꽃 깊숙한 곳에 꿀을 감춰두고, 아래쪽에는 꽃가루를 잔뜩 만들거나 암술을 준비해서 꿀을 먹기 위해 들어오는 곤충에게 잔뜩 꽃가루를 묻혀 이동하게 만듭니다. 더 많은 꿀을 원하는 곤충은 좁은 투구꽃의 투구 속으로 몸을 비집어 넣을 수밖에 없고, 여기저기 잔뜩 꽃가루를 운반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게 됩니다. 곤충도 맛있는 꿀을 얻었으니 불만은 없겠죠. 꽃도 곤충을 이용만하지 않고, 힘겹게 만들어 놓은 꿀을 내어줍니다. 무시무시한 장수의 투구를 쓰고 강한 독을 지녔을지라도 함께 공존하는 방법을 투구꽃은 알고 있습니다.
 
 
글∙사진 / 김경훈 DMZ자연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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