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드는 상상력 넘치는 장난감 오토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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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진

 

올해 초 환경부는 시중에 판매중인 어린이용품을 대상으로 유해물질 함유실태를 조사했다. 그 결과 관련법 기준이 적용되는 3359개 제품 중 211개 제품에서 프탈레이트 함량 등이 국내 기준을 초과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법적 관리가 되지 않는 훌라후프 등의 제품에서는 검출빈도가 더욱 높았으며 특히 중국산 인형 제품은 DEHP(디에틸헥실프탈레이트)가 41.03퍼센트나 검출되어 함량기준(0.1퍼센트)의 약 410배 이상이 함유된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들의 장난감이 각종 유해물질과 중금속으로 오염되어 있었던 것이다.

여기 나무와 종이 등을 주재료로 하는 색다른 장난감 오토마타(Automata)가 있다. ‘스스로 동작하다’라는 뜻의 고대 라틴어에 어원을 둔 오토마타는 기계장치로 움직이는 인형이나 조형물을 일컫는 용어다. 대부분의 독자에게 생소한 단어일 터, 예술 작품으로서의 오토마타 영역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전승일 감독을 서울 마포구 망원동 그의 작업실에서 만나 이야기를 청했다. 오토마타는 어떻게 국내에 알려졌고 또 만들어지는 것일까? 그리고 새로운 대안의 장난감이 될 수 있을까?

 

움직이는 인형 오토마타

우리나라 오토마타의 역사는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전승일 감독은 2D 그래픽 애니메이션 작품을 주로 만들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는 2D 그래픽의 평면적인 이미지가 답답하다고 느꼈다. 평소 관심이 있던 스톱모션(정지된 사물을 조금씩 움직여가며 여러 장의 사진을 찍고 이를 연결해 마치 움직이는 것처럼 표현하는 기법) 애니메이션을 해보고 싶었다. 때마침 그룹 MOT(못)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앨범을 내기 전이었던 MOT은 뮤직비디오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음악을 미리 들어보니 귀에 쏙 들어왔다. 그렇게 인형을 이용한 그의 첫 번째 스톱모션 뮤직비디오 애니메이션 『Cold Blood』가 탄생하게 됐다.

그런데 그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인형을 스톱모션 촬영기법을 통해 움직이는 것 외에 직접 움직이는 방법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그가 만든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에서는 인형이 마치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긴 했다. 그러나 ‘실제로 인형은 움직인 적이 없다’는 사실이 그에게 또 다른 예술적 창작욕을 불러일으켰다. 그때 스톱모션과 달리 기계공학적인 원리를 이용해 직접 움직이는 방식인 오토마타를 처음 접하게 됐다. 

“외국에는 의외로 오토마타 작가들이 상당히 많고 또 오랫동안 활동해왔다는 사실에 놀랐어요. 제가 처음 애니메이션을 시작할 때, 미국이나 일본 애니메이션 외에 유럽이나 러시아, 캐나다의 애니메이션을 접할 때 받았던 신선한 충격을 오토마타를 통해 다시 받았습니다.”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오토마타라는 용어 자체도 알려지지 않았을 때였다. 전 감독은 외국 자료를 찾아가며 공부를 했고, 마침내 2008년 본격적으로 국내에서 오토마타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오토마타가 그를 통해 대중들에게 전파되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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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기계장치와 조형물로 이루어진 오토마타 작품 ⓒ장병진

 

유일무이한 나만의 장난감

전승일 감독은 오토마타 작품의 재료로 나무를 많이 사용한다. 금속을 이용하는 작가도 있지만, 나무가 금속보다 가공이 쉽기 때문이다. 종이를 이용해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도 있다. 규모가 작은 작품을 만들기에는 종이도 충분하다.

그의 작업실에는 인근 공사장 등지에서 버려진 나무 조각들이 많았다. 작품을 만들기 위해 어디선가 주워온 나무였다. 다른 이들에게는 쓰레기였지만 그에게는 훌륭한 작품 소재였다. 게다가 이런 나무들은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그의 가까이에 있었다. “한번은 작업실 앞 슈퍼마켓 아주머니가 태권도장에서 나무를 두 상자나 버렸다고 알려주셨어요. 제가 나무와 관련된 일을 하는 걸 아시거든요.” 아주머니가 알려준 곳에는 깨끗하고 번듯한 송판이 한 번의 격파로 쓰레기가 되어 버려져 있었다. “낡은 나무, 버려진 나무 등을 개인적으로 좋아합니다. 이것들은 원래의 자기 기능을 상실해서, 버려짐을 당한 것들이에요.” 작품만이 아니었다. 작업실에 있는 공구가 담긴 선반도 버려진 수납장을 개조해 만든 것이다.

오토마타는 크게 기계장치와 조형물로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뻐꾸기시계에서 뻐꾸기를 움직이는 다양한 톱니와 동력전달장치가 기계장치라면 뻐꾸기 모양의 인형은 조형물인 셈이다. 하지만 오토마타는 우리가 흔히 보는 그런 기계장치와 조형물의 관계와는 조금 다르다. “캠, 크랭크와 부속 간의 연결은 실제 기계장치들의 메커니즘이에요. 오토마타도 똑같습니다. 그러나 자동차 엔진 속에도 캠과 크랭크가 들어있지만 아무도 그것을 직접 보고 싶어 하지는 않아요. 카센터 아저씨라면 몰라도. 오토마타는 기계장치도 드러냅니다. 작품의 한 조형적인 요소이기 때문이에요. 하단에 있는 기계장치와 그 위에 있는 조형물의 결합된 양식이 오토마타의 기본적인 매력이자 특징입니다.” 오토마타의 기계장치는 비교적 간단하다. 캠과 크랭크의 변형과 링키지(연동장치)에 의한 조합 정도다. 하지만 만든 이의 상상력이 더해지면 예상하지 못했던 움직임으로 조형물과의 조합을 이끌어낸다. “캠의 크기나 모양까지, 기계 장치 자체를 내가 디자인하고 내가 만들기 때문에 대량 생산 체제에서 나오는 장난감이 아니라 손수 내가 만드는, 세상에서 유일한 나만의 장난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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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마타 영역에서 왕성하게 활동중인 전승일 감독 사진제공 전승일

 

아이와 어른, 모두의 오토마타

오토마타 장난감은 우리 같은 일반 사람들도 손쉽게 도전할 수 있다. “오토마타는 어린이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습니다. 조형예술 분야의 전문가만이 하는 게 아니에요.” 그래서 전승일 감독은 본인의 작품을 만드는 창작활동 및 작품을 통해 대중과 직접 접촉하는 전시활동 외에도 특별히 교육 활동에 신경을 쓰고 있다. 과학과 예술의 상상력 넘치는 결합인 오토마타를 대중화하기 위해서다.

이런 그의 노력은 수시로 개설되는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전해진다. 오토마타에 관심이 있다면 KT&G 상상마당 아카데미에서 열리는 8주 과정의 교육 프로그램이나 그의 ‘오토마타 공작소(www.iloveautomata.com)’가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해 전반적인 사항을 배우고 자신만의 작품도 만들 수 있다. 아이를 둔 부모라면, 집에서 할 수 있는 간단하면서도 흥미로운 종이 오토마타 만들기를 권한다. 전 감독의 공동저서 『오토마타 공작실』에는 아이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종이 오토마타 작품을 만드는 법이 도안과 함께 상세하게 기술되어 있다. 재미와 더불어 창의력이 쑥쑥 자라나는 건 덤이다.

재료의 선택부터 조형물의 모양과 채색 그리고 기계적 움직임에 대한 구상까지, 내가 설계하고 내가 직접 만들 수 있는 장난감 오토마타. 이번 주말에는 움직이는 장난감 오토마타를 아이와 함께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장병진 기자 nomad@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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