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가 우리 몸에 미친 영향에 대해

폐 손상을 입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환경보건시민센터
 
가습기살균제로 가장 많이 사용된 물질들은 PHMG, PGH라 불리는 구아니딘계 중합체와 CMIT/MIT로 불리는 이소티아졸리논계 화합물 등 3가지다. 해당 물질들은 비교적 분자량이 크기 때문에 상온에서 대부분 고체 상태로 있지만 분자구조상 양이온의 성질을 띠고 있어 물에 잘 녹는다. 분자구조상의 양이온은 살균 즉 세포에 독성을 일으키는 성질과도 관련이 있다. 그런데 이러한 물질들을 물에 섞어 가습기로 분무시키면, 물방울은 증발하지만 같이 녹아 있던 살균제는 응결하면서 아주 미세한 입자가 된다. 분무되는 물방울의 크기가 매우 작고, 또한 물에 녹아 있는 물질들의 농도도 낮기 때문에 실제 하나의 물방울에 녹아 있는 물질의 양이 매우 작아서, 모두 응결한다 하더라도 그 양은 아주 미세한 정도에 지나지 않다. 노출을 재현하는 실험을 통해 측정하였을 때, 그 평균직경이 100나노미터도 채 되지 않는 매우 미세한 분진으로 측정되었다. 
 

가습기살균제 물질의 인체 영향 

 
가습기살균제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 가습기살균제는 가습기를 통해 분무된 물방울에 녹아있다가 물방울 내에서 응결되고 미세먼지처럼 공기중에 떠다니다가 피부에 침착되거나 호흡을 통해 코, 기관지, 폐 등에 노출된다.   
 
이렇게 작은 크기의 분진은 공기 중에 떠다니다가 사람이 공기를 흡입할 때, 공기와 함께 폐 속 깊숙한 부위까지 들어오게 된다. 비교적 큰 크기의 분진들은 비강과 상기도를 지나면서 구불구불한 길을 지나오는 과정 중간에 침착하게 된다. 가습기살균제 분진이 말단기관지 부위, 즉 기관지가 끝나고 폐포가 시작하는 부위에까지 들어와 침착하면서 기관지세포와 폐세포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요즘 언론에서 많이 이야기하는 미세분진의 건강영향에서 언급된 내용들과 꼭 같은 현상이 발생한다. 즉 잔기침이 나고, 가래가 올라오고, 가습이 답답하게 증상을 겪게 된다.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말단기관지 부위에 침착하면서 점막에 녹아 들어간 가습기살균제의 세포독성 때문에 기관지와 폐포 주위의 세포가 손상을 받고 결국 폐간질에 심각한 염증이 발생하게 된다. 이 같은 염증이 일정기간 이상 계속 지속되면 기관지가 막히고 폐가 굳어지기 때문에 호흡하기가 어려워진다. 그래서 간신히 힘주어 몰아서 숨을 쉬다보면 경우에 따라서는 폐포가 터지면서 공기가 폐 밖으로 새어나오는 기흉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 정도에 이르기 전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병원에 입원하게 되는데, 회복된 사람들도 염증 부위에 흉터처럼 남게 되는 섬유화가 계속 남아 있게 된다. 가습기살균제의 피해자 상당수가 기침, 가래, 가습 답답함 등 때문에 동네병원을 다니다가 결국 상태가 심각하게 되어 큰 병원 중환자실로 입원하지만, 제대로 진단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사망했다. 
 
폐 손상에 대한 원인이 밝혀지기 전 병원에 따라서는 이들 피해자들에게 간질성 폐질환, 급성 간질성 폐렴, 폐렴, 폐장렴, 급성호흡부전증후군, 호흡부전 등 다양한 진단명을 붙였다. 심지어 결핵, 알레르기성 폐포염, 바이러스 추정 폐렴 등 다른 원인이 지목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기존의 치료법으로 잘 낫지 않는다는 점, 바이러스나 박테리아 등 흔한 감염성 미생물에 대한 검사를 하였지만 정작 세균을 발견하지 못하였다는 점, 병원에 오기 전 혹은 병원에서 인공호흡기를 사용하기 이전에 이미 기흉 등이 발생할 정도로 호흡곤란이 급속히 진행했다는 점, 그리고 병리검사 혹은 영상의학검사를 할 수 있었던 사례들에서 그 주요 병변이 다른 폐질환과 달리 주로 말단기관지 부위를 중심으로 진행된다는 점 등에서 기존의 다른 질환들과 매우 달랐고 기존에 알려진 다른 질환에 의거하여 환자 상태와 질병 진행경과가 설명되지 않았다. 그래서 많은 피해자들이 병원으로부터 그 원인을 잘 모르겠지만, 이러한 진단명으로 추정된다는 식의 이야기를 듣게 되거나 분명한 원인에 대한 언급 없이 사망하거나 퇴원을 하는 일을 겪게 되었다. 
 

가습기살균제 폐 손상 아이들 피해 커

 
현재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중증 폐손상의 진단기준은 크게 보아 병리조직검사, 영상의학검사, 그리고 임상검사 등 세 가지 검사와 진찰소견을 바탕으로 구성되어 있다. 간단히 정리하면 병리조직검사를 시행한 경우 말단기관지 부위의 해당 염증소견을 확인할 수 있는지, 영상의학소견에서는 주로 고해상 컴퓨터단층촬영을 통해서 중심소엽성 음영을 특징적 소견으로 하는 염증의 발생, 진행, 그리고 섬유화되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지, 그리고 임상의학소견에서는 환자의 상태와 경과 등을 바탕으로 해당 증세 및 임상소견의 발생, 진행 등을 확인할 수 있는지와 함께 다른 원인을 배제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여부를 그 판단기준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특징적인 소견을 모두 보이는 피해자들과 함께 가습기살균제에 같이 노출된 가족들 중에는 증세가 있었지만 특별히 병원에 갈 정도가 되지 않았기에 그냥 지냈다가 나중에 기회가 생겨 검사를 하였을 때, 영상의학적 사진상 중심소엽성 음영이 보이는 이들도 있다. 또한 특별한 증세를 기억하지 못하지만, 가족분이 검사를 받으면서 우연히 같이 검사를 받았을 때, 중심소엽성 음영의 흔적이 보이는 분들도 있었다. 그 이외에도 현재 영상의학적 사진 상에 이상소견이 없지만 폐기능검사 상 폐활량이 작아져 있는 제한성 폐기능장애의 소견과 함께 공기교환능력을 가리키는 지표로서 일산화탄소 확산능력이 떨어져 있는 특징적 이상소견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가족사례들을 통해 아주 심각한 중증의 폐손상뿐만 아니라 비교적 경증의 폐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도 파악되었다. 그래서 현재 판정 과정에서는 중증 폐손상과 함께 경증 폐손상을 함께 파악하고 있다. 
 
이러한 가습기살균제 폐손상은 크게 보면 독성 화학물질로 인한 폐포기관지염의 일종이다. 독성 화학물질의 독성 정도, 크기, 흡습성, 용해도 등에 따라 그 양상이 조금씩 다르게 나타나는 것으로 판단되지만, 개인의 민감도에 따라 그 발생빈도나 양상이 다를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가습기살균제 폐손상의 경우 어린아이들이 그 노출시간이나 양상을 감안하더라도 매우 민감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기관지의 구조나 성숙 정도, 그리고 면역반응을 비롯한 전체적인 신체반응의 차이가 그 민감도의 차이에 기여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정확한 기전은 아직 파악되고 있지 않다. 그 이외에도 기저질환이나 흡연 혹은 주변의 환경오염 정도 등이 또한 그 발생과 진행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추측되고 있지만, 아직 이러한 점들이 진단에 감안되고 있지 못하다. 
 

폐뿐만 아니라 다른 장기에도 영향 줄 수 있어

 
가습기살균제가 응결되어 만들어진 미세분진은 호흡기 깊숙한 곳까지 들어갈 수 있으면서 또한 그 중간 어디에라도 침착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비강부터 폐포까지 전체 호흡기가 조금씩 그 정도는 다르지만 노출된다. 또한 사람들이 먼지 많은 곳에서 지내다보면 옷깃 컬러에 때가 자주 끼는 것을 관찰하게 되는데, 마찬가지로 실내에 높은 농도로 있는 가습기살균제 미세분진은 피부에도 침착하게 된다. 즉 가습기살균제에 피부, 코, 후두, 기관지, 폐 등이 직접 노출되며, 또한 일부 물질은 폐를 통해 전신으로 흡수될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현재 피해를 신고한 사람 중에는 천식 혹은 부비동염 등을 호소하는 피해자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가습기살균제가 응결된 미세분진이 폐 속 깊숙이 들어가는 도중에 상부기관지 및 비강 부위에 침착할 수 있기 때문에, 그로 인한 증세가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동물실험에서도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된 동물들에서 비강 혹은 상기도 등 해당 부위에 염증이 확인된다는 보고도 있다. 다른 동물실험들에서는 매우 높은 농도의 물질에 노출되었을 때, 간독성, 신경독성, 심혈관독성, 면역계 독성 등이 보고되고 있다. 피부과민성 또한 보고되는 실험결과도 있다. 앞으로 좀 더 그 의미를 확인해야 하지만, PHMG, PGH의 경우에는 해당 물질들을 경구 투여하지 않고, 즉 간에서 대사과정을 거치지 않은 상태로 그냥 세포와 반응시키는 경우 그로 인한 유전독성이 보고되고 있으며, 해당 물질과 비슷한 PHMB라는 물질에서 동물실험상 발암성이 보고되고 있기도 하다. 
 
이렇게 다양한 건강영향이 가능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현재 기존 가습기살균제 피해의 판정기준을 다시 검토하는 기구가 만들어졌다. 역학적 자료, 독성학적 자료, 그리고 임상적 사례들을 모두 모아 다시 판정기준을 제대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지속적으로 피해자 관찰해야

 
그러나 이렇게 판정기준을 보완함에도 여전히 문제로 남는 것은 앞으로 피해자들이 나이를 먹음에 따라 어떻게 변화할지 잘 모른다는 사실이다. 모든 사람들이 신체 발달과 노화의 과정을 거치지만, 그 속도나 양상은 조금씩 다르다. 그러므로 앞으로 가습기살균제에의 노출이 이러한 과정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것이 주기적으로 파악되고 그에 따라 그 피해관리도 적절히 변경되어야 할 것이다. 실제 탈리도마이드라는 약물 때문에 발생한 선천성기형의 경우, 생존해 있는 피해자들에게서 기형으로 인한 신체부담이 노화과정에서 점차 악화되는 것이 보고되고 있다. 
 
결국 향후에도 피해자들이 그들의 목소리를 갖고 문제를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또한 그들의 목소리가 우리 사회의 안전보건에 대한 가치를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글 /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환경보건학과 교수 paekdm@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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