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참사 어디까지 밝혀졌나

지난 8월 29일부터 3일간 가습기살균제 국회국정조사 청문회가 진행됐다. 피해자들과 국민들의 관심이 높았지만 마지막 날인 9월 2일 새누리당 의원들이 불참한 채 청문회가 끝이 났다 ⓒ우원실의원실
 
8월 말, 가습기살균제 국정조사 청문회가 열렸다. 청문회는 당초 4일로 계획되었지만 3일간 진행됐다. 3일 내내 가습기살균제 국정조사 청문회 현장을 지켰다. 다국적 영국기업 옥시레킷벤키저 문제를 집중했던 첫날과 SK와 다른 국내 제조판매사를 다룬 둘째 날은 증인석에서 국감을 지켜봤다. 정부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셋째 날에는 방청석에 앉았다. 
 

영국 옥시본사와 사망자 853명

 
피해자들과 환경보건시민센터 등 시민단체는 청문회장에 영국 본사레킷벤키저 대표가 불참한 것에 대해 규탄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국정조사나 국정감사에 관련되어 나오는 사람들은 두 부류다. 한 부류는 사안에 직접 관련이 있는 책임자급의 위치에 있는 증인이고 다른 한 부류는 말 그대로 사안에 대해 이것저것 참고사항을 확인하기 위해 나오는 참고인이다. 이번 청문회의 증인들은 대부분 가습기살균제 제조 및 판매와 관련 연구조사 및 행정에 직접적인 책임을 지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피해자 몇 명도 증인으로 나왔다. 그러니까 가습기살균제 사건의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직접 관계자들이다. 
 
나는 이 사건을 처음부터 계속 지켜본 제3자로서의 증인이었고 청문회장에서도 글자 그대로의 증인이었다. 때문에 특위 의원들은 필자에게 묻고 따질 내용이 거의 없었다. 기업의 책임과 피해자들의 상황에 대해 물어본 질문 한두 가지가 전부다. 
 
다른 증인들과 달리 책임질 일도 없이, 하루 종일 증인석에 앉아있던 나에게 한 의원이 옥시에 대한 의견을 피력할 기회를 주었다. 나는 옥시의 영국본사 레킷벤키저의 CEO 라케시 카푸어와 대외홍보책임자 패티 오헤이어의 사진을 들었다.
 
“이들이 옥시 청문회의 영국본사 책임자들로서 증인으로 왔어야 할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들은 오지 않았다. 청문회가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청문회 전에 국회특위가 영국조사를 하려 했지만 옥시 영국본사의 방해로 못했는데 청문회가 끝난 이후라고 영국본사의 책임을 묻는 조치를 끝까지 취해야 한다.”고 말하며 준비해 간 ‘853’이라고 적힌 작은 판을 들었다.
 
“8월 15일 현재 피해신고가 무려 4261명이다. 이중 20퍼센트인 853명이 사망자다. 이들 사망자의 68퍼센트가 영국을 비롯한 유럽연합 소속 기업들의 책임이다. 옥시의 영국본사 레킷벤키저가 책임져야 할 사망자는 무려 607명이나 된다. 옥시 영국본사의 책임을 묻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하고자 한다.”라고 전했다.  
 

반쪽짜리 청문회 만든 새누리당

 
첫날 옥시 청문회는 밤 10시까지 이어졌다. 저녁식사 후에는 사건의 전 과정에서 옥시를 변호했던 김앤장의 변호사 장기수 증인이 여야의원들의 질타 속에 퇴장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사회를 보는 위원장은 17명의 의원들에게 처음에는 10분씩, 다음에는 5분씩 시간을 주는 식으로 모두 4차례의 순배를 돌며 질의하게 했고 질의하다 시간이 다 되어 마이크가 꺼지면 1분을 더 주는 식으로 진행했다. 
 
둘째 날에는 국내기업들을 다루었기 때문에 증인들이 많았다. 밤 10시가 다 되어 마지막 질의 순서가 돌 때까지 나에게 발언할 기회가 오지 않았다. 나는 위원장에게 문자를 보냈다. “1분만 시간을 주세요.” 꼭 할 말이 있었다. 내 자리 앞의 마이크가 켜졌다.
 
“왜 수많은 소비자가, 시민들이 죽고 다쳐야 했는지에 대한 진상규명도 중요하다. 그렇지만 많은 국민들은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 청문회를 지켜보고 있다. 아쉽게도 오늘 하루 종일 재발방지에 대한 이야기가 거의 나오지 않았다. 이 자리에 나온 기업들은 다시는 소비자를 위험에 빠뜨리는 제품을 만들지도 팔지도 않겠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 국회 국정조사가 꼭 확인해야 할 의무사항이다.”
 
국회 청문회에서는 증인으로 나온 사람이 다른 증인에게 묻고 답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아 내 의견은 위원장이 받아서 다시 기업증인들 한 명 한 명에게 답을 듣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모두가 그렇게 하겠노라고 답했다. 특히 애경 대표는 “이번 사건을 통해서 애경은 큰 충격을 받았고, 앞으로 애경제품으로 소비자가 다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 이런 발언을 할 기회를 주어 고맙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국회 국정조사특위의 활동은 10월 4일에 끝난다. 그런데 청문회를 통해 확인했든 국정조사의 출범 취지인 진상규명, 피해대책 그리고 재발방지의 3대 목적은 거의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옥시 문제만 하더라도 영국본사의 책임자들이 청문회에 불참해 할 수 없이 여야의원 5명이 영국에 쫓아가서 현장조사를 진행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9월 말부터 3주간 국정감사가 진행되지만 가습기살균제 문제가 주요하게 다뤄지기 힘들다. 국정조사가 제대로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채 사실상 끝나는 것이다. 
 
때문에 피해자들과 시민단체들은 최소 한 달간 국정조사 기간을 연장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특위의 야당의원들도 동의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여당인 새누리당이 반대하고 있다. 할 만큼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청문회 4일 중 하루를 까먹은 것도 새누리당의 연찬회 때문이었다.
 
남은 3일 중 마지막 날은 하루 종일 새누리당 의원들이 청문회장에 나오지 않았다. 국회의장의 발언을 문제 삼은 새누리당의 정략적 국회일정 보이콧 결정 때문이었다. 이래저래 청문회는 반쪽이 되어버렸다. 새누리당의 책임이 크다. 내용적인 면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의 질문은 야당의원들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날카롭게 기업책임을 추궁했고, 피해자들의 절절한 심정을 전달하기도 했다. 가습기살균제 문제만큼은 여야가 없다는 말은 빈말이 아니었다. 하지만 성과 없이 끝나버리게 된 처지에 놓였다. 
 

국정조사 특위 기간 연장해야

 
피해자들과 시민단체들은 가습기 살균제사고 국정조사특별위원회 활동 시한을 적어도 한 달 연장해야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
 
국정조사의 3대 목적 달성을 위해 10개의 세부목표를 제안한다. 국회 국정조사 특위는 활동기간을 연장해 최대한 내용을 달성하고, 남은 부분은 국회 환경노동상임위원회, 산업통상상임위원회, 보건복지상임위원회, 법제사법상임위원회 등 관련 상임위에서 추가로 진행해 국회가 할 일을 다해야 한다.
 

가습기살균제 국정조사 3대 목적과 10대 세부목표

 
진상규명
세부목표 1. 옥시 영국본사의 책임 인정
- RB의 옥시 인수 이전. 옥시 측의 PHMG 원료 변경 시 제품안전점검 하지 않음.  RB의 옥시 인수 이후 가습기살균제 제품 안전점검 하지 않음 
- 2011년 정부조사 결과 발표 이전, 소비자 불만 무시하고 ‘어린이에게 안전’ 등의 허위내용 표시 
- 2011년 정부조사 결과 발표 이후 본사 소속 직원이 서울대/호서대/해외연구소로부터의 조사과정에 적극 개입해 은폐/조작 주도  
 
세부목표2. SK케미칼과 MIT/CMIT 제품 등 책임 인정
- SK케미칼은 1994년 첫 제품 개발 시 CMIT/MIT 제품의 호흡독성 안전점검 제대로 하지 않았으며 이후 전체 가습기살균제 제품 원료로 공급한 PHMG의 제품안전 점검도 제대로 하지 않음
- MIT/CMIT 제품 제조판매사 즉 SK케미칼, 애경, 이마트, GS리테일, 다이소의 책임을 물어야  
 
세부목표3. 2011년 정부 조사 결과 발표 이전의 책임 인정
- 산업부와 기표원, 노동부와 산업안전보건원, 환경부와 환경과학원, 복지부와 질본의 책임 묻고 정부 차원에서 피해자와 국민에게 사과해야
 
세부목표4. 2011년 정부 조사 결과 발표 이후의 책임 인정
- 복지부와 질본은 피해조사 및 대책 수립 안하고 피해판정기준 추가 연구도 안함
- 환경부는 화학물질 관리 실패 인정 안하고 환경성질환 지정 오락가락함. 피해 판정 기준 추가 연구 안하고 2016년 들어 피해신고 안받음
- 노동부, 공정위 등 책임 / 검찰의 수사지연 책임 / 국무총리실, 대통령의 사과  
 
피해대책
세부목표5. 피해대책 관련 제대로 된 관련성 판정기준 만들기와 관련 기관 설립
- 모든 장기영향, 태아/영아/기저질환/암 등 만성질환 등 영향을 포함토록 판정기준을 확대하여 다수 피해자들이 1-2단계 판정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함 
- 특위 차원에서 제대로 된 판정기준을 만들어야 함. 현재 환경부가 소위원회를 통해 용역으로 2017년 2월까지 과제를 완료하는 일정을 추진중이나 너무 늦고 옥시 등 제조사들도 정부지원 대상만 배상 대상으로 하고 있음 
- 판정기준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피해 지원하는 기구의 설립. 현재 환경부 지정 아산병원 환경보건센터 방식은 안 됨
 
세부목표6. 사용자와 피해자 전수조사
- 제조사와 대형할인마트의 PB상품 제조판매량 및 사용자 전수조사 
- 병원, 산후조리원, 요양원 등 다중이용시설에서의 판매 및 사용피해자 전수조사 
- 환경부의 피해자 추산 연구
 
세부목표7. 제조판매기업의 피해대책
- 3, 4단계 판정피해자 대책
1안: 제품사용 이후에 나타난 모든 건강피해에 대해 피해를 인정한다는 원칙 필요
2안: 현재 진행중인 판정기준의 적극적인 확대를 통해 기존의 3, 4단계 판정자들에 대한 재판정 이후 신고자들에 대한 판정에 적극 적용
3안: 어떤 경우든 3, 4단계 피해자가 나올 경우 대비해 3단계 판정자까지 피해지원대상에 포함
- 옥시의 피해대책: 옥시가 제시한 소위 최종 배상안 외에 본사 차원의 진정한 사과(CEO의 방한 공식사과) 필요. 현재 논의중인 국내 징벌배상안 최대치(사망 20억 원)의 수준으로 배상해야
- 타 제조판매기업의 피해대책: 롯데, 홈플러스 등이 옥시 피해배상안을 수용, 세퓨와 같은 파산 중소기업에 의한 피해자 구제대책 마련
 
재발방지 
세부목표8. 호흡독성을 일으킬 가능성 있는 모든 스프레이제품 및 관련제품에 대한 호흡독성안전자료제출의무화 및 허가제도 도입  
 
세부목표9. 징벌처벌 민형사제도, 집단소송제, 기업살인특별법 등 도입 
 
세부목표10. 품공법/화평법/환경보건법 등 개혁적 개정 
 
글 /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이자 환경보건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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