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참사 어떻게 풀 것인가

가습기살균제 해법 6가지

1. 폐 손상 외 판정기준 마련해 재조사 및 판정 진행

2. 애경, SK캐미칼, 김앤장, 정부 포함해 관련 기업 및 정부부처 수사 및 처벌

3.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지원 및 보상

4. 화평법 독소조항 삭제, 화학물질 독성 재평가 및 위해 제품 퇴출

5. 피해자 추적 관찰 연구 진행

6. 국회 가습기살균제 청문회 개최

 
산소통과 함께 가습기살균제 기자회견에 나온 피해 어린이 ⓒ함께사는길 이성수
 
#1 1976년 7월 10일,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 지역 세베소라는 소도시에 있던 다국적 제약기업 로슈의 자회사인 임메사 제약회사 공장에서 다량의 다이옥신과 염소 가스 등이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안전밸브 파열로 쏟아져 나온 유독가스는 15분 만에 세베소를 비롯한 인근 5킬로미터 이내의 11개 마을로 퍼져나갔다.
 
이 사건으로 누출된 2킬로그램의 다이옥신은 주변 1800헥타르의 토양과 토양에서 자라던 곡류와 야채·과일을 모두 오염시켰다. 이뿐만 아니라 수백 마리의 가축이 죽거나 병들었다. 생태계 먹이사슬로 인한 생물농축 오염을 우려해 1978년까지 7만7000마리의 가축을 모두 죽여야 했다. 주민들도 화상을 입고 피부에 염증이 생기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임신부 51명이 자연 유산했고 태아의 기형 발생을 우려한 100여 명의 임신부들이 낙태 수술을 받았다. 직접적인 재산피해는 약 2억5000만 달러로 추산됐다.
 
하지만 사건을 일으킨 회사는 제대로 된 피해 배상을 하지 않았다. 1980년 12월, 피해배상액은 실제 피해액의 절반도 안 되는 1억900만 달러로 책정되었다. 이 사건과 관련해 1983년 1심 재판에서 회사 관련자 5명에게 2.5~5년의 징역형이 선고됐다. 1985년 항소심에서 이 가운데 3명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나머지 2명도 6개월 만에 보석으로 석방됐다. 1년 뒤 대법원은 2명에 대해서 유죄를 확정했다.
 
이탈리아 국민은 분노했다. 결국 사건 발생 13년이 지난 1989년 2월 그 분노가 한 좌파 테러단체의 공장장 저격 살인 범죄로 이어졌다.
 
#2 20세기 초 미국의 나이아가라 폭포 인근 지역 10킬로미터에 운하를 파다가 방치된 곳이 있었다. 러브캐널(Love Canal)로 불린 이곳에 1942년 후커케미컬이라는 회사가 폐기 화학물질을 드럼통에 넣어 매립했다. 후커 사는 8년 동안 2만여 톤의 유독성 화학물질을 운하에 매립한 후 그 땅을 러브캐널 교육위원회에 기증했다. 교육위원회는 몇 년 후 이곳에 초등학교와 주택지를 세웠다.
 
주거지가 만들어진 후 10년이 지나 건물 지하실에서 가스가 새어 나오고, 하수구에서 검은 액체가 흘러나와 근처의 배관이 부식됐다. 지역 주민들은 피부병, 심장질환, 천식, 간질, 뇌졸중과 같은 병에 시달렸다. 결국 미국 연방 환경보호청은 1978년 이 지역을 환경재난지역으로 선포, 238가구를 다른 지역으로 이동시키고 학교를 폐쇄하였다. 
 
#3 1984년 12월 3일 늦은 저녁, 인도 보팔시에 있던 유니온카바이드라는 미국기업 공장에서 농약과 살충제 제조에 사용되는 독성 화학물질 메틸이소시안산염(MIC)을 저장하던 탱크에 균열이 생겨 탱크가 마침내 폭발해 42톤의 치명적인 독가스가 보팔시를 초토화했다. 메틸이소시안산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독가스로 쓰인 ‘포스겐’과 ‘시안화 가스’가 혼합된 맹독성 화학 물질이다. 사고 다음 날 보팔 시내에는 사람과 동물의 주검 지옥으로 변했다.
 
보팔참사를 일으킨 유니온카바드 살충제 공장 사진출처 Bhopal Medical Appeal
 
2800여 명의 인근 주민이 단 며칠 만에 죽었다. 현재까지 2만 명 가량이 후유증과 만성 증상에 시달리다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12만 명이 실명과 호흡곤란과 위장장애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으며 중추신경계와 면역체계 이상으로 인한 중병을 앓고 있는 이도 많다. 결국 거대 화학기업이었던 유니온카바이드는 2001년 다우케미컬에 인수되었다. 하지만 다우케미컬은 현장을 정화하거나 안전한 식수와 의료를 제공하지 않았다.
 
2004년 보상신청을 한 56만6786건 중 약 95퍼센트가 최소금액인 500달러를 지급받기로 합의했다. 1퍼센트만이 2000~3000 달러를 받았다. 사망 보상신청은 2만2149건이 있었으나 실제 보상은 1만5100건만 이루어졌다. 현재까지도 보팔 주민들은 다우케미컬에 장기적인 건강관리 제공과 독성물질 제거, 경제적·사회적 지원 제공을 요구하고 있으나 회사는 여전히 이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세계적 환경재앙 그 후

 
#1은 오늘날 세베소 재앙이란 이름으로 불린다. 다이옥신의 독성을 과학적으로 규명한 최초의 사건이다. 세베소 재앙은 또 가해자를 제대로 심판하지 않을 경우 비극적인 살인극도 일어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2는 러브캐널 사건으로 유독화학물질 매립의 위험성을 전 세계에 알렸다. #3은 인도 보팔 참사로 20세기 최악의 화학물질 누출 참사로 기록됐다. 이 세 사건 모두 환경교과서에 큼지막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21세기에서도 여전히 전 세계에 화학물질의 위험성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역사적 사건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들 사건을 겪은 뒤 해당 국가는 물론이고 세계 주요 선진국들은 화학물질을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EC(유럽공동체, 유럽연합, EU의 전신)는 세베소 사건을 계기로 1982년에 산업안전을 위해 규제를 강화한 세베소 지침(seveso directive 1)을, 1996년에 이를 개정해 위험물질을 포함하는 주요 사고피해 통제에 관한 지침(directive 2)을 각각 만들었다. 
 
미국은 러브캐널 사건을 계기로 미국 전역에 대해 유독성 물질 매립지를 조사해 정화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막대한 비용이 들어감에 따라 미국 의회는 1980년 흔히들 슈퍼펀드법이라고 부르는 종합환경대응보상책임법(CERCLA)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오염을 일으킨 원인자가 피해 보상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법에 따라 독성 물질 및 질병 등록국(ATSDR)이 만들어졌고 19조 원 이상의 ‘슈퍼펀드’라는 연방기금이 조성됐다.
 
미국 정부는 1985년까지 2만766개의 유해물질 매립지역을 찾아내 정화작업을 벌였다. 2015년 10월 현재 1323곳이 이 법에 따른 정화대상 우선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러브캐널 사건에 이어 1984년 미국기업이 저지른 인도 보팔 참사가 일어나자 미국은 1986년 슈퍼펀드법을 대폭 개정했다. 이 개정법은 자신이 살고 있는 주변 지역에 어떤 유독물질을 다루는 공장이 있는지 투명하게 공개토록 해 주민의 알 권리를 강화함으로써 기업을 감시하도록 한 것이다.
 

기존과 다른 판정기준 시급히 마련해야

 
롯데마트 사과 발표 기자회견 후 피해자대표단은 사과가 진정성이 없다며 더 강력한 조사와 처벌을 요구했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외국에서 일어난 세계적 환경재앙의 발단과 경과 그리고 그 해결과정 등을 살펴본 것은 바로 가습기살균제 피해 사건을 우리 사회가 어떻게 슬기롭게 해결할 것인가의 해답을 구하기 위해서다. 가습기살균제는 앞서 소개한 외국의 세계적 환경 재앙과 성격만 다를 뿐 이들과 같은 반열에 오를 정도로 심각한 국가 재앙임이 분명하다.
 
최상의 국가는 외양간의 소를 잃지 않는다. 차상의 국가는 외양간의 소를 잃으면 외양간을 단단히 고친다. 최악의 국가는 소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려 하지 않는다.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당한 대한민국은 차상과 최악 국가 사이 어느 지점에서 헤매고 있다. 적어도 차상의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첫째, 1·2차 피해 신고자 등급판정에서 구제 대상에 포함되는 1단계(거의 확실)와 2단계(가능성 높음)가 아닌 3단계(가능성 낮음)와 4단계(가능성 없음) 피해 신고자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와 특이 폐 손상 환자뿐만 아니라 기관지염, 비염, 천식을 포함한 다른 장기에 손상을 입었다고 호소하는 이들에 대해 어떤 절차를 거쳐 어떻게 판정할 것인가가 사건 해결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환경부는 역학, 독성학, 환경보건학, 산업의학 등 각 분야 전문가로 이루어진 ‘폐 이외 질환 검토 위원회’를 구성해 피해 진단·판정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정부(보건복지부와 환경부)와 전문가들이 지금까지 1차와 2차 조사·판정에서 결정한 등급은 어디까지나 가해기업에 대한 완벽한 구상권 행사를 전제로 한 것이다. 이 때문에 특이 폐 손상만을 판정 대상으로 했다. 이는 만약 새로운 인정기준이 마련된다면 1·2차 때 3·4단계 판정을 받은 사람은 물론이고 CMIT/MIT 사용자에 대해서도 다시 조사·판정을 해 등급을 결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가 겪었던 증상과 병원 진료 기록 등을 토대로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판정기준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어느 특정 전문가가 아니라 한국역학회처럼 많은 전문가들이 모인 단체에 조사·연구를 맡겨 늦어도 올해 안으로 새로운 기준을 마련해 재조사·판정을 벌여야 한다. 이 때 명심해야 할 사실은 피해자일 가능성이 분명 있는데도 배제되는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나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철저한 수사와 엄중한 처벌해야

 
가습기살균제로 아이와 아내를 잃은 안성우 씨는 부산에서 서울까지 자전거 도보 항의 행동을 진행했다. 한편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들은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일으킨 기업을 살인죄로 처벌해 달라며 검찰에 수사촉구 진정서를 제출했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둘째, 이번 사건과 관련해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는 사람이나 기업, 집단에 대해서는 철저한 수사를 통해 밝혀낸 뒤 그 경중에 따라 엄중한 처벌을 해야 한다. 정부도 당연히 여기에 포함돼야 한다. 이와 함께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고질병처럼 자리 잡았던 ‘유전무죄’와 ‘유권무죄’와 같이 자조 섞인 용어들이 더는 인구에 회자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 잣대는 애경, 신세계(이마트), SK케미칼과 같은 대기업과 김앤장과 같은 ‘법조계의 삼성’에 대해서도 검찰이 얼마나 의지를 가지고 수사하느냐와 가해기업과 그 조력자에 대한 사법부의 단죄 수준이 될 것이다.
 
셋째, 이번 사건의 피해자들에 대해서 단순 교통사고와 같은 수준의 피해배상을 해서는 결코 안 된다. 특히 장애를 안고 평생을 살아가야 하고 정상적 학교·사회생활과 결혼·노동 등을 하기 어려운 처지의 중증 후유증을 안고 고통 속에 지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그에 따른 충분한 금전적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 피해자와 그 가족 가운데 이미 많은 이들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앓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는 등 상상하기 어려운 고통의 삶을 살고 있다.
 
넷째, 제2의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막기 위해서는 기존의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화평법), 화학물질관리법 등을 완전히 새롭게 뜯어고쳐 독소조항을 없애고 유해물질과 유해물질이 들어간 제품이 시장에서 마구 팔리는 것을 철저히 막아야 한다. 현행 화평법은 화학물질을 생활화학용품에 연간 1톤 이상 그리고 0.1퍼센트 이상으로 사용하는 경우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생활화학용품에 사용되고 있는 화학물질은 1톤 미만이어서 보고대상이 아니다. 현행법으로는 생활용품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것이다. 기업규제 완화, 기업 경쟁력 강화를 빌미로 국민의 생명을 도박판의 판돈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사과하는 옥시 사프달 대표 ⓒ함께사는길 이성수
 
이번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통해 산업통상자원부는 국민의 생명을 우선시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기업의 하수인 노릇에 충실해온 것으로 드러난 만큼 시민의 건강이나 생명과 직결되는 제품과 생활용품뿐만 아니라 어린이용품 중 화학물질 안전관리 업무 등을 식품의약품안전처나 환경부 관할로 넘겨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살생물제(바이오사이드)와 기존의 각종 생활용품과 치약 등 의약외품 등에 쓰이는 화학물질의 다양한 독성도 재평가해 문제가 있는 것은 즉각 퇴출해야 한다.
 
다섯째, 가습기살균제 사건은 피해배상과 제도 개선만으로 그칠 성격의 사안이 결코 아니다. 특히 피해자 가운데는 장기적으로 후유증을 앓게 될 사람이 많다. 또 유독성 가습기살균제 성분이 만성적으로 암 등 우리 몸에 어떤 피해를 일으킬지에 대해서도 추적·관찰하는 연구가 필요하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에서 특히 생활 속 화학물질 사용으로 일어날 피해를 예방하고 이를 조기 탐지하는 조사·연구 기능을 가진 공익기관을 만들 필요가 있다. 원진레이온 직업병 참사를 계기로 만든 민간 원진녹색병원과 원진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가해기업들이 내기로 한 기금과 민간모금, 그리고 정부 지원금 등으로 가습기살균제 피해 관련 조사연구를 하고 피해자들을 보살피며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영령들을 추모하는 일은 운 좋게 살아남은 우리들이 반드시 해야 할 반성과 사죄를 실천하는 길이다. 
 

국회청문회 열어야

 
20대 국회가 개원했다. 청문회를 통한 성역 없는 조사와 처벌을 기대한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여섯째,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관련한 국회 청문회는 반드시 열어야 한다. 가습기살균제 수사와 정부의 대응을 보고 있노라면 그들 스스로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지 않으려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래서 피해자들과 환경·시민단체, 시민들이 국회 청문회에 거는 기대는 그만큼 크다. 여소야대 상황이기 때문이다. 1988년 원진레이온 직업병 사건이 노동자의 완전 승리에 가깝게 해결된 데는 보건·노동단체 등의 지지와 함께 언론의 집중·심층보도와 같은 도움이 있었지만 당시 여소야대라는 정국 상황이 크게 작용했다. 당시 초선이었던 노무현·이해찬·이상수 의원의 활약은 지금도 국회 노동 삼총사란 전설로 불리고 있다. 
 
지금이 30여 년 전의 전설을 다시 부활시킬 때이다. 야당의원들이 국회 청문회에서 가려져 있던 정부의 책임을 낱낱이 밝혀내는 활약을 하기를 기대한다. 검찰 수사 지연의 배경과 김앤장이 이번 사건에서 어떤 불법·탈법을 저질렀는지도 있는 그대로 국민에게 생중계해야 한다. 이러한 진실을 바탕으로 책임을 물을 일은 책임을 묻고 제도 개선을 할 것은 해야 한다. 가습기살균제 사건이 벌어지고 또 그 해결이 지지부진했던 것에 국회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18·19대 때 제대로 하지 못한 일들을 20대 국회가 가습기살균제 사건 해결에 다걸기(올인)를 해야 할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세비를 주고 투표로 여소야대를 만들어준 것도 이 때문이다.
 
글 / 안종주 가습기살균제건강피해사건백서 전 총괄편집인이자 보건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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