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산단 공해에 울산이 위험하다

울산산업단지
 
울산석유화학공단의 야경은 아름답다. 해가 지기 전부터 불야성을 이루기 때문에 주요 사진공모전에서 사진작가들이 즐겨 찍는 작품사진 소재 중의 하나다. 인터넷 검색창에 ‘울산공단 야경’이란 키워드를 치고 엔터키를 눌러 보시라. 그렇지만 낮에 보는 모습은 정반대다. ‘석유화학공단 입주 기업에서 오랫동안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건강은 과연 괜찮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공단의 시야는 황사가 덮친 것처럼 항상 뿌옇고 각종 냄새가 뒤섞여 있다. 대부분의 유해 화학물질은 눈에 보이지 않으니 환경부와 지자체에서 공개하는 통계수치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발표되는 통계상 유해물질 배출농도는 대부분 기준치 이하다.
 
과연 그럴까? 그 실체를 살펴보자. 
 

유해물질 배출량 전국 최고

 
지난 5월부터 울산MBC가 기획 시리즈로 심층 취재 및 탐사보도를 이어오면서 울산의 국가산단에서 배출하는 공해문제가 재조명되고 있다. 울산MBC가 보도한 국립환경과학원 자료에 따르면 암 발생률이 남자 기준 전국 평균의 1.61배이고 광역시도 사망률도 월등히 높다. 국가기관(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은 진작부터 실체를 알고 있었음에도 민감한 내용이 알려졌을 때의 파장을 고려하여 쉬쉬해왔다는 얘기다. 이번에 자료도 환경부는 비공개를 고집하다가 국회 환경노동위 소속 국회의원의 요구로 조금씩 세상에 알려질 수 있었다.  
 
 
유해물질 배출량을 단위면적으로 환산하면 울산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2017년 통계 기준 유해물질 배출량은 경기(27%), 경남(13%)에 이어 울산(12%)이 세 번째였다. 배출량은 경기도가 울산보다 2.25배 많으나 경기도 면적이 울산의 10배가 넘으니까 면적대비 배출량으로 환산하면 울산이 경기도의 4배 반쯤 많다. 
 
때를 같이하여 당진시 <현대제철 및 산업단지 주변 민간환경감시센터(센터장 유종준)>에서 매우 중요한 보고서를 발간했다. 당진지역 대기질 문제의 심각성을 알아보기 위한 기초자료로 환경부 산하기관에서 발표하는 전국 화학물질 이동 및 배출량을 사업장별, 산업단지별, 지자체별로 정리한 보고서인데 정작 이 보고서를 보면 울산지역의 심각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먼저 산업단지별로 보면 여수국가산단이 1위지만 2위와 3위가 울산이다. 사업장별 화학물질 배출량은 현대중공업(동구)이 전국 1위, 현대미포조선(동구)이 8위다. 이동량과 배출량을 합친 사업장 순위는 고려아연(울주군)이 전국 12위, 현대중공업이 15위, SK에너지(남구)가 20위에 올랐다. 사업장 순위는 지자체별 순위로 이어져서 울산 동구가 전국 1위, 남구가 8위, 울주군이 15위였다. 울산광역시 5개 기초자치단체 중에서 3개 단체가 전국 15위 안에 든 것이다. 물론 화학물질 이동 배출량 통계라서 유해물질 배출량과는 결이 다른 점도 있겠지만 그 지역 대기질 문제를 파악하는 기초자료의 하나로 매우 유의미한 통계라 할 수 있다. 
 

국가산단 공해피해에 노출된 주민들 

 
이뿐만 아니라 울산환경연합에서 2016, 2018, 2020년에 걸쳐 대전대학교 김선태 교수팀이 연구 분석하는 패시브 에어 샘플러 방식으로 실시한 대기질 모니터링 결과도 똑같은 패턴이 나타난다. 구태여 조사를 하지 않더라도 석유화학공단과 가까운 지역 및 특정 오염물질을 다량 배출하는 기업 주변의 대기질 모니터링 결과는 주민들이 체감하거나 환경단체에서 예상하는 것과 일치하였으며, 이번 환경부 예타 결과와도 거의 같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추이를 보여주고 있으나 한편으로 특별관리를 해야 할 정도로 도드라지게 나쁜 지역은 매번 나쁘게 나타나는 패턴도 그대로 유지된다. 
 
대표적인 곳이 온산공단의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와 LS니꼬동제련 주변, 동구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중공업 주변, 남구 선암동 여천동 야음장생포동 등 울산 석유화학단지와 인접한 지역이다. 즉, 이 지역은 해당 주민들이 일상생활에서 체감하면서 고통을 호소하는 민원다발 지역이다. 울산환경연합의 자체 대기질 모니터링 결과에서도 반복 패턴으로 나타났으며, 이번에 환경부 예비타당성조사 결과로도 공단 공해피해가 가장 심한 지역으로 꼽혔다. 울산미포국가산단이 1962년, 온산공단이 1974년에 조성되기 시작하였으니까 인접한 주민들은 거의 50~60년 동안 국가산단에 의한 공해피해에 노출된 채 살아왔고, 국가권력은 공해피해를 줄이고 주민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에 대해서 직무유기를 한 셈이다.
 
특히, 고려아연 온산제련소는 한마디로 환경오염과 중대 재해 종합세트로 지난 3월 5년 전부터 대기 중으로 배출하는 유해물질 측정값을 조작한 혐의가 적발되어 검찰 수사를 받는 5개 업체 중의 한 곳이다. 지난 5월 27일 배출하는 폐수 수질 측정값을 조작하기 위해 시료 채취 담당 공무원과 시료 분석 연구사에게 뇌물공여 협의로 울산시청, 울산보건환경연구원과 함께 압수수색을 당한 회사라는 점에서 고려아연은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대기오염 배출과 폐수배출 농도를 기준치 이하로 관리하기 어려운 회사로 보인다. 더욱이 지난 10년간 11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중대 재해 사업장으로서 지난 5월 30일 노동자 2명이 질식사고로 사망하는 등 2021년만 3명이 사망했다.
 
고려아연은 악명 높은 석포제련과 같은 영풍그룹이고, 김부겸 국무총리의 사돈 기업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법 조작 및 중대 재해 사업장에 대한 사법과 행정 처리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중대 사망사고가 또 발생하자 언론에서는 노동부가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고 현장조사를 하고 있다는 보도를 내보냈으나 막상 내부 제보에 의하면 작업중지 명령은 말뿐 생산공정은 정상가동했다고 한다. 휴일에 컨테이너 청소를 하다가 일어난 사고여서 이곳에 대한 작업중지 명령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노동부나 언론 모두 성난 여론 무마용 조치를 발표하고 보도를 내보냈던 셈이다. 지역 방송에서는 지금도 고려아연이 봉사단체와 함께 바다쓰레기를 청소하는 착한 이미지 공익광고를 내보낸다. 광고수익의 큰 손인 대기업에 대한 고발성 보도에 자유로울 수 없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민간환경감시기구 설립 등 필요

 
지난 5월 20일 울산환경연합은 기자회견을 열고 공해배출 측정 감시 상설기구인 (가칭)민간환경감시센터 설립 등 국가산단의 공해피해 해결을 촉구했다
 
국가산단의 공해피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이고 제도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첫째, 기업이 배출하는 유해물질(대기오염 및 수질오염) 관리를 셀프로 맡겨서는 안 된다. 당진시 사례처럼 민간환경감시기구 설립과 운영을 통한 민관협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울산에서는 시민사회진영 및 지역 언론과 지방의회까지 공감대를 넓혀가는 중이다. 
 
둘째, 근본적으로는 울산과 여수 같은 대규모 석유화학공장이 밀집된 국가산단의 대기질 개선과 공해피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가 공동 책임을 져야 한다. 국가산단으로부터 막대한 국세를 걷어 가면서 국가산단으로 인한 공해피해를 고스란히 지역주민과 지자체에게 전가하는 것은 국가권력의 횡포다. 무소불위의 의석수를 가진 집권 여당은 가덕도 특별법을 뚝딱 만드는 기민함의 반만이라도 할애하여 반세기가 넘도록 관행처럼 모르쇠로 일관하는 중앙정부의 횡포를 바로잡는 민생법안을 만들어 주기 바란다.  
 
글・사진 / 이상범 울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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