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버려진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 어떻게 구제해야 하나?

2021년 3월 2일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의 환경부 규탄 기자회견 ⓒ강홍구
 
“국회, 검찰, 환경부, 사회적참사특위 등의 활동으로 가습기살균제 사건 진상규명, 재발방지 제도 개선, 피해자 지원 확대 등 특위 설립 목적이 충족됐다고 판단된다.” 환경부가 2020년 말 국회 정무위원회 야당의원실에 낸 의견이다. 당시 사회적참사특별법 활동기간 연장 법안 발의에 대한 관계부처 의견수렴 과정에서 환경부는 ‘더 이상 특조위의 추가 연장활동이 필요없다’는 취지의 의견을 국회에 낸 것이다. 
 

문제 해결 방해자 자처한 환경부

 
국회는 이러한 환경부의 의견을 바탕으로 진상 규명 부분을 제외하고 1년 6개월 특조위 활동을 연장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야당인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주무부처인 환경부가 반대한다’고 주장했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야당과 농성중인 세월호 유족들을 설득하기 힘들다는 이유를 댔다. 
 
환경부의 의견서에는 “가습기살균제 사건의 경우, 위원회 활동 기간 연장, 범죄수사업무 신설, 사법경찰관 부여 등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특조위의 기간 연장 및 조사기능 강화에 반대한다는 취지의 의견이 담겼다. 
 
또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에 따라  신속하고 실질적으로 피해자들을 구제해달라는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국회 및 정부 차원의 안정적인 피해자 지원업무 수행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특조위의 진상 규명 활동으로 환경부가 피해 지원업무에 집중하기 힘들다는 취지의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2021년 2월 25일 사회적참사특조위의 문호승 위원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특조위법 개정으로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진상규명 기능이 제외되었지만 피해 구제와 제도 개선의 기능을 중심으로 미진한 부분들에 대한 조사를 계속하고자 관련 시행령을 개정하려는데 환경부가 기초적인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 환경부의 행태를 비판했다. 문 위원장은 환경부가 계속 특조위의 활동을 방해하면 새롭게 신설된 조항인 ‘압수수색 영장청구 의뢰권’을 행사해 특조위의 고유업무를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특조위 활동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면서도 ‘특조위는 진상 규명 조사를 중단하라’는 취지의 보도자료를 냈다. 이에 대해 특조위는 3월 2일 환경부가 피해 지원 관련 등 8가지 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며 환경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양비론 물타기로 가해 기업 편든 언론

 
이러한 흐름을 두고 일부 언론은 특조위와 환경부가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은 3월2일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회적참사특조위의 활동을 방해하는 환경부를 규탄했다. 이들은 ‘특조위 활동 연장에 반대하던 환경부가 피해 대책과 관련된 특조위의 자료 요구에 응하지 않는 것은 적반하장’이라며 환경부를 비판했다. 
 
이날 발언에 나선 피해자 김태종 씨는 “작년말 국회에서 가습기살균제 진상 규명을 제외하고 특조위법을 개정한 게 민주당이고 이를 지휘한 게 정책위원장 한정애 씨다. 그런 그가 곧바로 환경부 장관으로 임명됐는데 환경부는 특조위의 활동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 이게 어떻게 돌아가는 형국이냐, 환경부 직원이 애경에 돈 받고 정보를 넘기더니 이제는 아예 대놓고 무시하고 방해하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그는 또 “이게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제대로 해결하겠다던 대통령의 뜻이냐. 세월호 참사에 대한 특조위의 기능을 놓고 주무부처라 할 수 있는 해수부가 과연 이렇게 할 수 있겠느냐”라고 일갈했다. 
 
김태종 씨의 부인 박영숙 씨는 이마트의 PB제품을 딱 한 통 사용하다 폐기능이 망가져 10년 동안 투병하다 작년 8월 사망했다. 김태종 씨의 지적대로 현재 환경부가 가습기살균제 문제에 대해 특조위에 하는 태도는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 해수부가 세월호 특조위를 상대로 자행한 일들을 떠오르게 한다.  
 

국민 판단은 ‘관련법 개정으로 정의 구현하라!’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직업환경건강교실과 공동으로 2020년 12월 15일과 16일 양일간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에 응한 1천 명의 전국 18세 성인 남녀 중 65.7%는 ‘국회가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활동 연장 관련법을 개정하면서 가습기살균제 진상규명 내용을 삭제한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잘못된 결정’이라고 답했다. ‘잘한 결정’라는 응답은 13.7%로 ‘잘못한 결정’이라는 비판적 평가가 4.8배 높았고 무응답은 20.8%이었다. ‘가습기살균제 진상 규명을 포함하는 관련법 개정 재추진이 필요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에 대해서는 ‘동의 73.5% vs 비동의 10.2%’로, ‘동의한다’는 응답이 7.2배 높았고 무응답은 16.2%이었다. 
 
‘재발방지대책이 충분히 마련되었기 때문에 제2의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환경부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동의 21.3% vs 비동의 64.1%’로,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3배 높았고 무응답은 14.6%이었다. 
 
‘가습기살균제 진상 규명과 피해 구제가 마무리돼 더 이상 <가습기살균제 특별조사위원회>가 필요 없다’는 환경부 주장에 대해서는 ‘동의17.4% vs 비동의 65.7%’로,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3.8배 높았고 무응답은 16.9%이었다.
 
한마디로 대다수 국민들은 환경부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다수 국민들은 ‘진상규명 기능을 포함해 특조위 관련법을 재개정해야 한다’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 여론조사는 전국 만18세 이상 성인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전화를 통해 ARS방식으로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뷰가 실시한 조사로 95% 신뢰수준에서 ±3.1%p이고 응답률은 3.2%다. 
 

이렇게 풀어가야 한다

 
지난 3월 18일 국회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 문제 해결 어디까지 왔나’라는 주제의 토론회가 열렸다. 국회생명안전포럼과 더불어민주당 사회적참사TF가 공동주최하고 우원식, 박주민, 안호영, 이정문 등 12명의 국회의원들이 공동으로 주관한 행사였다. 필자는 이 토론회의 주제발제를 통해 다음과 같은 의견을 개진했다.
 
먼저 지금까지 진행되어온 문제 해결의 과정은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1994~2011년 18년의 제품 판매 및 피해 발생의 깜깜이 기간을 거쳐,
2011년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올랐지만, 
2012~2015년 박근혜 정부 기간 동안 방치되었고, 
2016년 1차 검찰 수사로 반짝 사회적 조명을 받으며 국정조사/국회청문회/일부 기업 사과/피해구제법 발의로 이어졌고, 
2017년 대통령사과/사회적참사특조위법 제정으로 해결 기대 컸지만, 
2018~2020년 특조위의 진상 규명 절반 기능 한계, 정부의 소극적 피해 대책, 국회의 진상 규명 기능 제외 및 최근 법원의 무죄 판결로 찬물,  
결과적으로 피해조사 및 판정 그리고 배·보상이 매우 더딤,
재발방지 조치로 화평법/바이오사이드법 제정됐으나 시장 변화 미미, 소비자 우려 여전,  
전체적으로 문제 해결의 절반 정도에 머무름, 종합적/전략적 해결 플랜이 부재 
 
앞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사항들을 다음과 같이 제안했다. 
먼저, 2022년 6월 특조위 연장기간까지,
2차 청문회 실시: 사회적 해결 추진 (기업배·보상, 정부 책임 인정 및 사과) 
피해구제법 3차 개정으로 피해대책 완성도 높임
인정 질환 확대 (요건심사 및 개별심사 기준 확대) 
기업배·보상 포함 (기금추가) 
피해재단 설립 
재발방지 제도 보완: 2016년 국회청문회 기업 약속 이행 감시, PSDS(제품안전정보)제도 도입 
2021년 8월 31일 참사 10주기 계기 적극 활용 
피해자단체 결집
지속적 연구기능 확보 
 
2022년 6월 특조위 이후에는, 
피해재단과 기술원 피해지원센터 중심으로 피해 대책 지속 
차기 정부에서 진상 규명 계속하고, 
2024년 사건 발생 30년까지 마무리하자  
 
글 /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 환경보건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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