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사용하는 화장품은 환경에 친절한가요?

 
2019년 기준, 여성 1인당 사용하는 화장품은 클렌징, 기초케어, 베이스메이크업, 색조화장을 포함하여 14개이다(뷰티 트랜드 리포트, 2020). 사용하는 개수에 비해 가지고 있는 화장품의 수는 더 많을 것이다. 화장품의 매대는 기능별, 부위별, 색조별로 세분화되어 있고, 다양한 브랜드만큼 선택지가 배수로 늘어난다. 무엇보다 화장품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어느 곳이건 쉽게 구매할 수 있다.
 
나에게 꼭 필요한 화장품만 구매해서 사용하면 좋겠지만 모두가 꼭 그렇지만은 않다. “하늘 아래 같은 색조는 없다”는 말처럼, 립 제품, 볼터치, 아이쉐도우 등등 온갖 색조 화장품들이 계속해서 출시된다. 해마다 새롭게 출시되는 화장품은 1만8000개 이상을 기록한다. 이 수많은 화장품 중 나에게 맞는 화장품을 고르는 일이란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에 어떤 기준으로 화장품을 선택하는 게 좋을지 검색한다.
 
최근 많은 사람들이 화장품 성분을 알려주는 어플을 사용하거나, 유튜브에서 정보를 검색한다. 유튜브에서 인기 있는 영상은 ‘가성비’ 화장품을 추천하는 영상이다. ‘가성비’ 화장품은 저렴한 가격에 비해서 기능이나 발색이 좋은 화장품을 말한다. 또한 색, 질감, 발림성, 지속성 등, 화장품을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기준들은 저마다 다 다르다.
 
이런 상황에서 환경을 고려하는 사람들이 친환경적인 화장품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이 쉽지는 않다. 대부분이 ‘소비’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화장품이 만들어지고 버려지는 전 과정은 화장품 시장에서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환경을 생각하는 당신이라면 적어도 다음의 세 가지를 고려해보자. 
 

내가 사용하는 화장품은 다른 생명에게 윤리적인가?

 
화장품 회사는 안전성 검증을 이유로 동물실험을 한다. 대표적으로 잘 알려진 실험은 피부자극실험이다. 실험동물은 케이지 안에 갇혀 안구와 피부에 지속적으로 실험을 당하게 된다. 최근 화장품 동물실험의 잔혹성이 알려지면서 동물실험을 하지 않은 화장품들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2017년 국내에서도 화장품 동물실험이 금지되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동물과 화장품이 얽혀 있는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먼저, 국내에서 동물실험이 금지되었다 하더라도 예외조항이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화장품의 동물실험은 금지되었지만, 만약 수출하려는 국가에서 이를 요구한다면 예외조항으로 간주되어 동물실험이 허용된다. 엄밀하게 따지자면 완전한 금지는 아닌 셈이다. K뷰티 시장의 규모가 성장하는 만큼 화장품 수출이 증가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전면금지를 위한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두 번째로 화장품 속 동물유래 성분이다. 달팽이 크림, 마유크림 등등 화장품에 동물성 성분이 함유된 것은 유행에 따라 좋은 마케팅 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유럽의 경우에는 동물성 성분을 사용하지 않는 상품에 비건인증마크가 표기되어 있다. 구체적인 동물유래 성분명을 모르더라도 인증마크를 통해서 동물성 성분이 포함되어 있는지 아닌지를 알 수 있다. 최근 한국에서도 비건 인구가 증가하고, 비건 화장품 시장이 조금씩 자리 잡고 있는 추세이다. 특히 2018년에 국내 최초 비건인증기관인 한국비건인증원이 설립되었다. 앞으로 동물이 희생되지 않는 화장품이 더 활발히 통용될 수 있도록 비건 화장품에 관심을 갖고 구매하는 것은 어떨까.
 

화장품 속 미세플라스틱은 어디로 갈까?

 
미세플라스틱은 0.001~5mm의 작은 플라스틱을 말한다. 미세플라스틱은 만들어진 경위에 따라서 2가지로 나뉘는데, 2차 미세플라스틱은 커다란 플라스틱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잘게 부서져서 만들어진 것을 말한다. 1차 미세플라스틱은 애초부터 작게 만들어서 생산한 플라스틱이다. 1차 미세플라스틱은 화장품뿐만 아니라, 생활용품 전반에 사용되는데 최근 이슈가 되었던 섬유유연제 속 미세플라스틱도 1차 미세플라스틱에 해당한다. 
 
여성환경연대가 운영하는 ‘Face to Fish 시즌 2’에서 미세플라스틱 의심성분 화장품 및 생활용품을 확인할 수 있다
 
미세플라스틱이 문제되는 이유는 너무 작기 때문에 눈으로 구분하기도 어렵고 정화장치에서 걸러지지 않고 그대로 통과한다는 것이다. 바다와 강으로 흘러간 미세플라스틱은 해양 동물들의 몸속으로 들어간다. 미세플라스틱은 해양 생태계를 위협하고, 해양 동물들에게 악영향을 미친다. 뿐만 아니라 먹이 사슬을 따라서 우리의 밥상 위로 올라오게 된다. 
 
여성환경연대는 2015년부터 화장품 속 미세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위한 ‘Face to Fish’ 캠페인 활동을 이어왔으며, 이를 통해 2017년 치약 등의 의약외품과 씻어내는 화장품에는 미세플라스틱을 사용이 금지되는 성과를 이루었다. 하지만 그 외에 화장품에서 미세플라스틱은 여전히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2019년에 여성환경연대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내 출시된 화장품 중 미세플라스틱 의심성분이 함유된 화장품은 4만5000개가 넘는다. 화장품에 미세플라스틱이 사용되는 이유는 화장품의 질감이나 발색을 위해서다. 미세플라스틱이 아닌 대체재 사용이 가능하지만 미세플라스틱을 사용하는 것이 더욱 저렴하기 때문에 여전히 화장품에 미세플라스틱이 사용되고 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플라스틱을 바다에 흘리고 있을 수 있다. 내가 사용하는 화장품에 미세플라스틱이 들어있는지 궁금하다면 ‘Face to Fish’(ecofem.or.kr/facetofish-S2)에서 미세플라스틱 의심성분이 함유된 화장품 리스트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미세플라스틱이 포함된 화장품 퇴출을 위한 서명운동에 동참해보자.
 

내가 사용한 화장품 용기는 어떻게 버려질까?

 
플라스틱 쓰레기에 대한 문제가 확산되는 가운데 화장품 또한 예외가 아니다. 화장품 용기는 매년 약 1500억 개가 판매되고 있는데, 그 중 플라스틱 용기는 약 660억 개를 차지한다(미국 Passport GMID, 2018). 화장품 용기는 거의 대부분이 플라스틱 용기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화장품 용기는  제조사나 상품에 따라 용기의 소재가 동일하지 않아 분리수거가 쉽지 않다. 또한 화장품 용기에 라벨이 붙어있거나, 색이 들어간 용기를 사용한 경우도 재활용이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구매한 화장품을 다 사용한 뒤에 버리면 참 좋겠지만, 아쉽게도 유통기한의 문제, 유행의 문제로 상당부분 쓰레기로 버려지는데 이때 내용물이 묻어있는 경우라면 재활용은 더욱 어려워진다. 현재 플라스틱 재활용이 평균 30% 미만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화장품 용기의 재활용률은 더욱 낮은 수치가 아닐까 추측한다. 화장품을 사는 순간은 짧지만 재활용이 되지 못한 플라스틱은 썩는 데 500년이 걸린다.
 
물론 긍정적인 변화도 시작되고 있다. 올해 환경부는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자원재활용법」을 개정했다.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의 주된 내용은 재활용의 용이성에 따라 4가지(재활용 최우수·우수·보통·어려움)로 등급을 나눠 등급을 표기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어려움’ 등급을 받을 경우 생산자가 환경부담금을 최대 30% 물어야 한다. 이는 생산부터 재활용에 책임을 지게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변화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시행하는 과정에서 화장품계의 반발이 심했고, 복합소재의 사용으로 기존에 ‘어려움’ 등급을 받았던 펌프용기는 ‘보통’으로 상향조정되기도 했다. 개정안은 올해 9월까지 계도기간으로 두고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있다. 앞으로 화장품을 구매할 때 용기의 등급도 확인해보자.
 

가장 좋은 방법은?

 
화장품은 쉽게 구매할 수 있는 현실에 비해서 너무도 다양한 환경문제와 얽혀 있다. 화장품이 만들어지고 버려지는 전 과정은 육지와 해양의 동물뿐 아니라 생태계 전체를 포함해 다음 세대까지도 악영향을 미친다. 환경을 고려하면서 화장품을 구매하는 것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는 있어도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가장 좋은 방법은 화장품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 불필요한 화장품 소비를 줄여보자. 내 화장품의 개수가 줄어드는 만큼 지구가 감당해야 하는 환경문제도 줄어들 것이다. 여성의 화장을 당연시 여기는 사회가 부담스럽다면 사회 문화 역시 같이 바꿔보자. 외모에 대한 언급을 줄이고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릴 때 지구와 여성이 함께 건강해질 수 있다.
 
글 / 사라 여성환경연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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