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화학물질 팩트체크 10] 치실에서도 발암 물질이?

치실을 사용할 때 발암성 물질로 의심되는 ‘과불화화합물(PFAS)’에 노출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캘리포니아 공중보건기구 연구소와 미국 환경문제 연구기관인 <침묵의봄>은 시중에 유통중인 18종의 치실 제품을 조사한 결과 6종의 제품이 과불화화합물을 코팅제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한 연구팀은 여성 178명을 대상으로 혈액 분석과 함께 생활 습관을 물은 결과, 치실 뿐만 아니라 얼룩 방지 카펫이나 가구를 비롯해 특수 코팅된 프라이팬이나 냄비, 튀김 포장재 등 다양한 종류의 제품에 함유된 과불화화합물이 인체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어렵고 낯설지만 너무나 흔한 물질

 
과불화화합물은 매우 안정화된 물질로 불이나 고온에서 잘 견딜 뿐만 아니라 방수 기능이 있으며, 먼지가 잘 묻지 않는다. 심지어 기름도 스며들지 않는 특성으로 인해 1950년대부터 매우 다양하게 사용되었다. 과불화화합물 중 과불화옥탄산(PFOA)와 과불화옥탄술탄산(PFOS)은 과불화화합물의 대표적인 물질로 가구 및 자동차의 표면처리제, 난스틱(non-stick, 음식이 달라붙지 않는다는 의미) 조리기구, 일회용 컵과 포장재, 방수제나 세정제 등 다양한 산업 및 생활용품에 사용되고 있다.
 
가장 널리 알려진 용도로는 ‘테플론’이란 브랜드로 알려진 프라이팬 바닥의 코팅제다. 프라이팬 코팅 과정에서 음식물이 달라붙지 않도록 과불화화합물이 사용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엄청나게 판매되었다. 하지만 2003년 미국의 시민단체인 EWG와 미국 환경청이 과불화화합물의 발암 가능성을 제기한 이후 인체 유해성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미국 환경청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물질은 동물 실험에서 생식과 발달, 간과 신장 등에 영향을 미친다. 이후 수많은 동물실험에서 암과 성장 장애를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면서 2005년 6월 미국 환경청은 이 물질을 ‘발암 가능성이 높은 물질’로 공식 발표했고 과불화화합물 생산, 사용, 판매를 규제하고 있다. 유럽위원회(EC), 유럽연합(EU),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그 뒤를 따랐다.
 
게다가 이러한 물질이 지구 전역에서 발견되며 잘 분해되지 않고 남아 있다는 사실에 전 세계가 신경을 곤두세우기 시작했다. 과불화화합물은 달라붙지 않는 성질 때문에 공기와 물을 통해 쉽게 이동하며 분해되지 않은 채 축적된다. 2000년 이후 북극곰의 체내 조직에서도 과불화화합물 양이 위험수준으로 축적되고 있다는 사례가 발견되면서 과불화화합물의 생체 및 환경 축적 위험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에 2009년 5월 스톡홀롬 협약을 통해 과불화화합물은 ‘잔류성 유기 오염물질’로 지정되었고, 협약 당사국들은 과불화화합물의 생산과 사용에 대한 규제 조처를 취하고 있다. 
 

시민의 요구에도 국내 규제 없어

 
우리나라도 과불화화합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2015년 그린피스 자료에 따르면 강원도 태백시를 비롯해 인제, 강릉 등 청정지역에서 과불화화합물이 검출됐다. 지난해 6월에는 대구 수돗물에서 과불화화합물이 다량 검출돼 충격을 주었다. 산업단지의 화학물질 유출과 강에 유입되는 생활 속 화학물질 폐수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뒤늦게 환경부는 과불화화합물을 수질 감시 항목으로 지정했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대책이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 이유는 해당 물질을 원천적으로 차단하지 않는 한 어디에서 또 어떻게 위협받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국내 환경단체도 과불화화합물에 대해 꾸준히 대응하고 있다. 2017년 여성환경연대는 국내 7개 커피전문점의 일회용 컵 모니터링에서 과불화화합물이 검출된 것을 확인하고 ‘위더컵 with a cup’ 캠페인을 벌이기도 있다. 국내 그린피스는 아웃도어 제품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과불화화합물의 사용 중단 요청 캠페인을 진행, 해당 의류 업체들에게 과불화화합물의 퇴출을 공식적으로 약속받기도 했다. 
 
환경단체와 시민단체의 지속적인 요구와 전 세계적으로 과불화화합물의 사용 규제에도 여전히 국내 규제는 사후약방문식의 사후관리 조처만 취하고 있을 뿐이다. 유해물질 발생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규제로 나아가야 한다. 
 
글 / 정미란 환경운동연합 정책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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