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면피해구제법 10년 톺아보기

2019년 7월 3일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와 석면피해자들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전국 석면피해자 증언대회 기자회견을 열었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광명시 철산동의 재개발지역에 거주하다 석면암인 중피종이 발병해 4년여의 암 투병 기간 동안 석면피해구제법 제정에 앞장섰던 최형식 님. 대전 시내에서 석면슬레이트를 만들던 벽산공장 인근에 살다 중피종이 발병한 이정림 님은 늘 고3 아들 걱정을 하면서도 석면추방 국제운동에 뛰어들어 인도네시아, 인도, 캐나다로 출장다니며 석면암환자의 몸으로 석면위험을 생생하게 영어로 증언해 아시아석면추방네트워크 국제사회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중피종 환자였던 피해자 정현식 님은 젊은 시절 석유곤로의 석면심지를 만드는 회사에서 행정직으로 일했지만 손이 부족해 자주 현장에 가서 석면심지 만드는 일을 했다 한다. 국내최대 석면광산인 충남 홍성 광천광산이 가동되면 60년대 집근처 광천역 마당에 산더미처럼 쌓인 석면더미에 올라가 미끄럼을 타며 놀았다는 기억을 떠올리던 원범재 님도 석면암 중피종 환자였다. 
 
지난 십수 년 동안 몇 년씩 같이 활동하다 스러져간 몇몇 석면암 환자들의 이름과 그들의 이야기를 떠올려 보았다. 중피종암은 석면 노출에 의해서만 발병하는 매우 희귀한 폐암의 일종이다. 꼭 많은 양의 석면에 노출되어야만 발병하는 건 아니고 소량 노출로도 발병한다. 예후가 극히 안 좋아 평균 잔여수명이 2년도 채 안 된다. 석면의 위험성을 말할 때마다 이런 이야기를 하곤 했는데, 생각하면 스러져간 중피종 석면피해자들의 삶은 정말 짧았고 그래서인지 그들과 다녔던 석면현장, 운동의 기억은 생생하다. 40대 중반에서 60대 후반까지의 그들은 환경성, 직업성 석면피해가 아니었다면 훨씬 오랫동안 살면서 생을 누렸어야 마땅했다. 
 
최형식, 이정림, 정현식, 원범재… 그리고 수 십 수백여 명의 석면피해자들이 이 세상에 남긴 게 있다. 「석면피해구제법」이다. 2007년경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한국에서의 석면추방운동은 충청남도 홍성, 보령, 예산, 청양 등에 집중되어 있던 수십 개의 석면광산 인근 주민 수백 명에게서 집단적인 석면질환이 검진되면서 전국적 환경이슈가 됐다. 석면피해자들의 생생한 목소리가 사회에 전달되면서 이들에 대한 피해대책의 필요성이 제기되어 ‘석면피해특별법 범국민 서명운동’이 전개되자 국회에서 여야가 무려 4개의 피해구제법안을 발의했고 2011년 1월 「석면피해구제법」이 시행되어 이제 10년을 넘겼다. 「석면피해구제법」 시행 10년간의 결과를 평가해본다. 참고로 「석면피해구제법」은 환경성 석면노출로 인한 피해와 직업성이지만 직업노출 근거가 없는 경우를 대상으로 하고 직업노출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다룬다. 
 

10년 3개월간 인정된 석면피해자만 5002명

 
2011년 법 시행 때 석면 관련 질환인 악성중피종, 석면폐암(원발성폐암), 석면폐(증)만이 인정됐고 2014년부터 미만성흉막비후가 인정질환으로 추가되었다. 10년 3개월 동안 전체 인정자는 5002명, 인정률은 74%이다. 불인정자는 26% 1757명이다. 2011년 459명으로 시작해 2014년 270명으로 인정자수 가장 낮았다가 이후 꾸준히 증가해 2019년에 726명으로 가장 많았다. 전체적으로 인정자수가 꾸준히 증가 추세에 있다. 처음 2011~2012년에는 중피종이 가장 많았지만 2013년 이후에는 석면폐가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질병별로는 전체 석면폐가 절반을 넘는 59% 2976명으로 가장 많고, 악성중피종이 24% 1178명, 석면폐암 17% 844명 그리고 미만성흉막비후 4명이다. 
 
 

석면폐가 절반을 넘어

 
4가지 석면질환 중 석면폐의 비중이 절반을 넘어 59%에 이른다는 사실은 매우 특징적이다. 즉 직업성이나 다른 나라 환경성 석면피해 역사에서 볼 수 없는 결과다. 석면폐는 노출량이 많고 노출기간이 긴 석면공장 노동자들에게서나 발병하는 석면질환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 이유로 첫째, 충남을 중심으로 전국의 석면광산지역이 주거지역 바로 인근에 존재했고, 석면광산 작업과정에서 석면먼지 비산이 매우 심했고 인근 주거지역의 석면오염 역시 매우 심각했을 것이라는 점, 둘째, 주거지역과 인접한 석면광산이 폐광된 이후 안전조치 없이 방치되어 석면이 함유된 석면광석과 광미가 주거지역에서 오랫동안 방치되어 논과 밭 등의 토지이용과정에서 높은 수준의 석면오염이 오랫동안 계속되었을 것이라는 점, 셋째, 직업성 석면피해 진단에서는 아직도 X-ray 영상을 이용하는 데 반해,  환경성 구제제도의 경우 고해상도 영상의학 장비인 HRCT로 많은 수의 석면폐 초기증상의 환자를 조기에 진단하기 때문이라는 점 등이다.  
 

석면피해 인정자의 35%는 이미 사망

 
10년간 사망자는 전체 인정자의 35%인 1702명이다. 질병별로는 악성중피종이 사망자의 57% 972명으로 가장 많고, 석면폐암이 27% 454명, 석면폐가 16% 272명, 미만성흉막비후는 4명이다. 사망자는 피해구제 신청당시 이미 사망한 경우와 신청시 생존한 환자였지만 이후 사망한 경우 두 가지가 있다. 전체 사망자 1702명 중에서 53% 906명은 신청 당시 이미 사망한 경우고 47% 796명은 구제인정 이후에 사망한 경우다. 
 

10~30대 석면피해자도 적지 않아 

 
석면피해구제법 인정자의 연령대를 살펴보면, 70대가 40% 1929명으로 가장 많고, 60대 28%, 80대 17%, 50대 10%, 4대 3% 순서다. 이는 인간수명과 자연스런 노화 및 질병 발병의 과정과 유사하다고 여겨진다. 문제는 석면질환의 경우 석면노출 후 10~40년의 긴 잠복기를 거친다는 특징을 고려할 때 10대 1명, 20대 13명, 30대 37명, 40대 117명으로 어리거나 젊은 연령대에서도 적지 않은 석면질환이 발병하고 사망한다는 사실이다.
 
60대 이후의 석면질환은 주로 젊었을 때 직업적 석면노출과 잠복기로 설명될 수 있지만, 10~50대의 경우 환경성 석면노출이 원인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10~40대의 경우 환경성 석면노출이 원인일 가능성이 절대적이다. 현재 각각 30세와 31세의 중피종 인정 사례의 경우 중피종 진단은 19세에 받았고 석면구제법 신청은 20대 초반에 했다. 따라서 10대 인정자는 공식 기록인 1명이 아니라 최소 3명이고 그보다 더 많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17개 광역 중 충남이 가장 많아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별로 지난 10년간 석면피해구제 인정자 4824명의 분포를 살펴보면, 충청남도가 10명 중 4명꼴인 39% 1861명으로 가장 많다. 충남의 인구수는 162만 명으로 전국의 3.1% 17개 광역지자체에서 11위인데 석면피해구제 인정자는 가장 많다. 2위는 부산광역시로 전체 인정자의 15% 715명이다. 부산의 인구는 337만 명으로 경기도, 서울에 이어 3위지만 석면피해구제 인정자는 전국 2위다. 3위는 15%의 경기도, 4위는 11%의 서울특별시다. 충남에서 가장 많은 이유는 석면광산이 가장 밀집해 있기 때문이고, 부산이 많은 이유는 석면방직산업이 밀집했기 때문으로 설명된다. 
 

환경성 석면피해구제가 직업성 산재보험인정 보다 10배 많아

 
직업성 석면피해자는 9년 11개월 (2011.1~ 2020.11) 동안에 449명이 「산재보상보험법」으로 인정됐다. 같은 기간 동안 환경성 피해자를 다루는 「석면피해구제법」은 4750명을 인정했다. 직업성의 10배가 넘는다. 이는 직업성 석면피해가 다수인 세계 석면피해자의 흐름과 매우 다른 결과다. 이유가 뭘까? 
 
첫째, 무엇보다 정부와 산업계가 직업성 석면피해자를 찾아내는 게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아직도 해상도가 낮은 X-ray를 이용하고 있고 석면질환 발병까지 긴 잠복기를 고려해 과거의 석면노동자를 찾아내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둘째, 직업성 석면노출의 경우이지만 ‘산재보상보험제도’가 미비해 이들을 포함하지 못해 많은 수의 직업성 석면피해사례들이 환경성 피해자 구제를 하는 「석면피해구제법」으로 구제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산재보다 구제의 지원수준이 10~20%에 불과하기 때문에 산업계가 부담해야할 직업성 석면피해를 적은 비용으로 구제제도로 처리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셋째, 환경성 석면피해자에 대한 조사가 거의 안 되어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석면폐광산 지역을 중심으로 HRCT를 이용해 초기상태의 석면폐 환자를 중심으로 지방자치단체가 주민 전수조사를 통해 적극적으로 환경성 석면피해자를 찾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넷째, 한국적 특징으로 1960~1970년대에 벌어진 새마을운동으로 전국에서 초가집을 기와와 석면슬레이트로 지붕개량을 하는 과정에서 그리고 30여년이 지난 1990~2010년에 집중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대규모 재개발사업으로 인해 석면슬레이트 건물 철거과정에서 많은 건축노동자와 주민들이 석면에 노출됐다는 사실이다.
 

석면피해구제제도 개선방향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환경성 구제법 지원수준과 직업성 산재보험 지원수준을 같게 해서 어느 쪽이든 같은 지원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실제 유럽의 제도가 이렇다. 즉 단순 구제에 그치지 말고 실질적 배·보상이 되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 이를 위한 기금확대는 특별기금대상을 석면부품을 사용해 이익을 취해온 자동차산업, 전자산업, 건축산업으로 확대해야 한다.
두 번째로 ‘K-석면정책’이라고 부를만한 HRCT 사용과 지자체의 과거 석면시설 주변 주민건강 모니터링으로 특징되는 한국에서의 환경성 석면피해자 찾기 방식이 세계적으로 확산되어 환경성 석면피해자 찾기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세 번째로 WHO가 인정하는 석면질환인 후두암과 난소암이 속히 인정질환에 포함돼야 하고, 나아가 위암 등 석면 관련성이 확인되는 질환을 선도적으로 포함해야 한다. 
 
네 번째로 석면폐암의 경우 10년간 인정률이 꾸준이 높아지고 있지만, 석면폐암이 중피종의 2배 많다는 국제적 연구결과를 고려할 때 석면폐암 인정기준을 확대하고 적극적으로 찾아내야 한다. 
  
다섯 번째로 석면건축물 철거 때 안전기준을 위반하면 형사처벌 수위를 대폭 강화하고, 대신 철거비용을 현실화하여 하도급이나 저가로 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정비가 요구된다. 허울뿐인 감리기능도 대폭 고쳐져야 한다.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부동산 공급위주의 정책은 석면노출의 측면에서 볼 때 크게 우려된다. 2006~2010년경의 뉴타운 사업과정에서 수많은 석면문제들이 제기된 점을 고려할 때 획기적인 석면안전대책이 제시되어야 한다.  
 
 
글 /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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