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베이루트 참사에서 배워야 하는 것들

질산암모늄 폭발로 무너진 레바논 베이루트 시가지 ⓒ2020, European Union (photographer: Lisa Hastert)
 
지난 8월 4일 레바논 베이루트 시에서 발생한 질산암모늄 폭발사고도 어느덧 두 달이 되어간다. 질산암모늄 폭발사고로 베이루트 시에서는 200명에 가까운 사망자와 6500명이 넘는 부상자가 나왔다. 집을 잃은 이도 무려 30만 명이나 된다.
 
사고의 원인물질로 알려진 질산암모늄(Ammonium nitrate)은 말 그대로 암모니아와 질산의 혼합물이다. 농업용 비료로 잘 알려져 있는 질산암모늄은 투명한 색에 냄새도 없다. 이 화학물질에 노출되면 피부와, 특히 눈에 심한 자극이 발생한다. 또한 질산암모늄은 다른 물질과 결합해 큰 폭발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래서 사제폭탄으로 악용되기도 했다. 2002년 200명이 넘는 사망자를 낸 인도네시아의 발리 섬 폭탄테러가 대표적이다. 사고도 빈번했다. 2004년 북한의 용천역에서는 질산암모늄을 실은 화물차량에 불이 옮겨 붙어 1200명의 사상자와 8000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베이루트 도심 한복판에서 발생한 엄청난 규모의 폭발에 사고 직후 테러공격을 의심했지만 현재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인재사고에 따른 참사로 정리되고 있다. 베이루트의 한 항구 창고에 2750톤의 질산암모늄이 보관 중이었는데 창고 문 용접 과정에서 불꽃이 질산암모늄에 옮겨 붙어 폭발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베이루트의 한 항구 창고에 2750톤의 질산암모늄이 아무런 안전조치 없이 6년이나 방치되어 있었고 해당 지역 세관이 이를 경고하고 조치를 요구했지만 묵살됐다는 것이다. 
 

국내 질산암모늄은 어떻게 관리되고 있나

 
베이루트 참사를 계기로 국내 질산암모늄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걱정하는 시민들이 적지 않다. 사실 우리에게도 아찔한 순간들이 있었다. 2001년에는 대구시민운동장 사제폭발물 사건이 있었다. 범인은 고등학생이었는데 인터넷에서 구매한 질산암모늄으로 폭탄을 제조했다. 그나마 다행히 불발에 그쳐 피해는 적었지만 위험천만한 물질을 인터넷에서 누구나 쉽게 구매할 수 있다는 사실은 충격이었다. 
 
이후 국내에서 질산암모늄 폭발사고가 없었다는 점은 다행이지만 그렇다고 안전지대는 아니다. 국내에서 질산암모늄은 어떻게 관리되고 있을까.
 
질산암모늄을 관리하는 기관은 여러 곳이다. 먼저 환경부는 질산암모늄을 화학물질관리법에 따른 ‘사고대비물질’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사고대비물질은 화학물질 중에서 급성독성·폭발성 등이 강하여 화학사고의 발생 가능성이 높거나 화학사고가 발생한 경우에 그 피해 규모가 클 것으로 우려되는 유해화학물질로 질산암모늄을 비롯해 총 69종의 화학물질이 사고대비물질로 지정되어 있다. 이에 따라 질산암모늄 및 이를 33% 이상 함유한 혼합물을 취급할 경우에는 화학물질관리법에 따라 환경부로부터 유해 화학물질 영업허가를 받아야 한다. 질산암모늄을 500톤 이상 취급할 경우에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공정안전보고서 제출대상 유해·위험물질’에 해당돼 공정안전보고서를 작성해 고용노동부로부터 심사를 받고 그 내용을 이행해야 한다. 
 
하지만 만약 질산암모늄이 비료관리법에 따라 비료로 사용되면 농림부에서 관리한다. 이 경우 화학물질관리법은 적용되지 않는다. 또한 화약으로 사용되면 화약류단속법에 따라 경찰이 관리한다. 
 
시민들이 관련 정보에 접근하기는 쉽지 않다. ‘화학물질’이라는 단어가 주는 난해한 느낌뿐 아니라, 사실상의 제도적인 장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현재로서 안전정보를 직접 확인할 수단은 화학물질 종합정보시스템 같은 누리집을 이용하는 것이다. 화학물질안전원이 운영하는 해당 누리집은 화학물질과 사고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그곳에서 질산암모늄을 검색했을 때 나오는 최신 정보는 2016년 화학물질 통계조사다. 2016년 기준으로 질산암모늄 총취급량은 연간 223만 톤이며 121개의 기업이 해당 물질을 제조·수입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하지만 개별업체들의 취급량은 일정한 범주만 나와 있을 뿐, 구체적인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현행법이 그렇기 때문이다. 경제단체들은 제조량·수입량 같은 화학물질 정보를 공개하면, 영업비밀이 침해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화학안전법이 강화된 2013년 당시, 법안들의 심사과정부터 나온 말이었다. 결국, 법안은 경제단체의 요구로 대폭 축소되었고 그들의 요구는 ‘부정경제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제2조제2호)’이 하위법령에 반영되었다. 기업이 영업비밀보호를 주장하면, 공개대상에서 제외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화평법(제29조)에 따른 본래의 취지가 퇴색되고 말았다.
 
환경부는 베이루트 질산암모늄 폭발 사고와 같은 사고가 국내에서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지난 8월 10일부터 28일까지 국내 질산암모늄 취급시설 보유업체를 긴급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환경부가 긴급 점검한 업체는 101곳으로 화학물질안전원 누리집에 공개한 업체(121개)의 수와 20%가량 차이가 난다. 환경부의 자료는 2020년 현재 영업허가를 받는 업체의 현황을 반영하고 있지만, 국민들이 정보를 얻는 화학물질안전원 누리집은 여전히 2016년에 멈춰있는 상황인 것이다.
 
한편 9월 7일 환경부는 긴급 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위험산업단지 10곳은 관계기관이 합동으로, 다량 취급하는 20개의 업체는 환경부가, 나머지 71곳은 사업장이 자체검사를 한 결과 질산암모늄 취급시설 설치·관리기준 위반사항이 발견되지 않았으나 개선·권고사항은 10건이 확인돼 즉시 시정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101개 질산암모늄 취급사업장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았다. 향후 정부와 업체차원의 관리방안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끊이지 않는 화학사고에 불안한 시민들

 
“무려 16년간 화학사고 예방·대비 및 대응을 기술한 OECD 지침서를 이행하지 않았다”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화학물질 정보를 비공개하는 기업이 85.9%에 달한다” 
 
2012년 구미 불산누출 사고 직후 심상정 의원이 화학사고 예방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발표한 보도 자료에는 화학물질 관리에 소홀했던 현실이 담겨 있다. 이는 불과 8년 전 우리나라의 모습이었다.
 
우리사회는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비롯해, 반복적인 화학사고로 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다. 이런 희생을 더 이상 되풀이하지 말자는 국민적인 공감대를 얻어, 2013년 화학안전법이 개정돼 공포됐다. 하지만 전경련을 비롯한 경제단체들은 지나간 과거의 기준을 고집했다. 이들의 행보는 새로운 제도를 지키기보다, 약화시키고 훼손하는 데 더 관심이 많아 보인다.
 
문제는 이러한 값비싼 희생들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지난 3월 서산 대산공단의 롯데캐미칼 나프타 분해공장에서 폭발사고가 있었다. 56명이 다치고, 2300여 건의 피해신고가 들어왔다. 하지만 사고 당시에는 주민대피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국은 유해화학물질이 없었기 때문에, 혼선을 줄 수 있어 시행하지 않았다고 변명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화학사고를 체계적으로 판단하는 기준이 없다고 지적했다. 당국이 최선을 다했는지 그 진정성은 논외로 쳐도, 안심이 되지는 않는 이유다.  
 
물론 화학물질 안전망이 강화된 이후, 화학사고가 추세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2015년 1월 「화평법」과 「화관법」 시행 이후 화학사고 발생은 50% 이하로 감소했다. 2015년에는 113건이었으나, 2017년 79건, 2018년 66건, 2019년 57건으로 집계되었다. 
 
 
하지만 사고에 더 신속하게 대처하고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좀 더 체계적이고, 진일보한 대책들이 필요하다. 사고지역 인근에 번화가와 관광지가 있던 레바논의 사례처럼, 우리의 산업단지 주변에도 주거지가 밀집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관리체계에 관한 문제도 빼놓을 수가 없다. 현재 환경부 중심의 화학업체 관리와, 지자체별 화학사고 대비체계 구축은 마련되고 있다. 하지만 항만의 화학물질관리는 사각지대로 남아있다. 행안부의 위험물안전관리법과, 환경부의 화관법으로 나뉜 체계의 맹점인 셈이다. 수년째 지적되고 있지만, 뚜렷한 개선은 아직이다. 위험물질별로 관할부서가 상이한 점과 사고발생 시 어느 부처가 주도할지 불분명한 점도, 유기적이고 체계적 관리를 위해 개선이 시급한 대목이다.
 
항만에서의 화학물질 사고는 단순히 항만운영이 마비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1차로 물적, 인적피해가 발생하며, 2차로 환경과 경제전반에 막대한 피해를 불러온다. 사회전반의 기능이 축소될 수 있다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한국수산개발연구원 보고서의 지적은 여전히 유효하다. 
 

경제논리 앞에 또 밀리나

 
“베이루트 시민들은 대폭발이 일어난 뒤에야 항구의 창고에 질산암모늄 2750t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고위 관료들은 그렇지 않았다”
 
베이루트 참사 후 현지 매체의 지적은 참사의 근본 원인과 함께 우리가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도 말해준다. 
 
오는 10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유예되었던, 화학업체에 대한 안전진단검사가 재개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연말까지 유예기간을 연장하고 말았다. 경제논리 앞에 생명과 안전이 또다시 밀리는 현실이 우려스럽다. 잠재적인 위험시설에 대한 정기적인 취급시설 검사와 기획점검 같은 정부당국의 철저한 관리는 기본이다. 또한 화학물질 전성분에 대한 투명한 정보공개와 시민들의 접근권을 보장하는 일도, 이제 더 이상은 미룰 수 없는 과제다. 
 
글 / 강홍구 환경운동연합 생활환경국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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