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후쿠시마, 오염에 오염을 더하지 말아야

지난 3월 10일 환경운동연합과 시민방사능감시센터는 기자회견을 열고 2019년 일본산농수축산물 방사능 오염 실태 분석결과를 발표했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 사태가 한국은 물론 전 세계로 퍼지고 있다. 생명과 안전에 대한 불안은 사회의 많은 것을 마비시키고 있고, 일상생활마저 힘들게 하고 있다. 이번 코로나19 대유행은 안전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을 때 우리의 모든 것이 무너질 수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런 와중에 불과 몇 달 앞으로 다가온 2020 도쿄올림픽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는지가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30조 원에 달하는 경제적 손실을 걱정하며, 예정대로 올림픽을 하겠다는 입장을 계속 피력하고 있다. 하지만 취소나 연기, 무관중 경기까지 언급하며 올림픽을 예정대로 개최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후쿠시마 식품 안전하지 않아

 
사실 그동안 안전문제에 접근해온 일본 정부의 태도를 비춰보면 올림픽 취소나 연기를 스스로 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방사능 문제를 해결하는 일본정부의 태도에서 이를 극명히 확인할 수 있었다. 
 
 
일본정부는 도쿄올림픽을 후쿠시마 부흥에 방향을 맞추면서 안전과는 거리가 먼 계획을 무리하게 추진해왔다. 방사능 오염이 여전히 심각한 후쿠시마 현지에서 성화 봉송을 출발하고, 야구 경기 등을 개최하며, 후쿠시마와 그 주변 식품을 선수촌에 공급하는 계획이 대표적이다. 이는 일시적으로 후쿠시마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보이게 할지는 모르겠으나, 오염 문제 해결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본산 농수산물의 방사능오염 실태를 봐도 아직 후쿠시마 사고가 회복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환경운동연합과 시민방사능감시센터는 일본 후생노동성이 실시한 2019년 농수산물 방사능검사 결과를 분석했다. 일본정부가 2019년 총 37만6696건의 농수산식품을 검사한 결과 6496건에서 방사성물질 세슘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종류별로 살펴보면, 농산물은 17.4퍼센트, 수산물은 7.4퍼센트에서 세슘이 검출됐다. 가공식품은 5퍼센트, 야생육은 44.3퍼센트에서 세슘이 검출됐다. 2018년 실시한 검사결과와 비교해도 세슘 검출 비율이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 세슘이 높게 검출된 품목을 살펴보면 농산물에서는 버섯에서 기준치(100Bq/kg)의 6배를 초과하는 670Bq/kg이 검출됐다. 두릅에서는 630Bq/kg까지 검출됐다. 야생육에서는 방사능 축적이 더욱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멧돼지에서 세슘은 기준치의 100배인 1만 Bq/kg까지 나타났다. 
 
다양한 품목의 가공식품에서 방사성물질인 세슘이 검출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일부지만 과자나 우동, 햄버거, 카레 등에서까지 세슘이 검출되었다. 기준치 미만의 미량 검출 원재료들이 많은데 이에 대한 방사능 관리가 제대로 안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가공식품의 경우 손쉽게 구입해서 소비가 가능하지만 원산지 파악이 어렵다는 점에서 주의가 더 필요하다.  
 
특히 우리가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를 취하고 있는 후쿠시마와 인근 8개현의 방사능오염이 더 심각했다. 후쿠시마를 포함한 주변 8개현의 수산물에서는 세슘이 7.9퍼센트에서 검출됐다. 다른 지역의 검출율 0.4퍼센트보다 20배나 높은 수치다. 농산물의 경우도 후쿠시마와 인근 8개현에서는 세슘 검출율이 19.3퍼센트로 다른 지역의 8.5퍼센트보다 2.2배 높았다. 
 
이러한 결과들은 일본의 환경이 방사능오염으로부터 별로 나아지지 않았고 일본 내에서도 후쿠시마와 주변 지역 식품이 방사능 오염에 대한 주의가 더 필요함을 보여준다. 이런 결과를 일본 정부가 모를 리 없지만 도쿄 올림픽에 오염지역의 식품을 공급 계획을 철회하지 않고 있다. 도쿄 올림픽 선수촌에 후쿠시마 산 식자재를 공급한다면 필연적으로 방사능에 오염된 식품이 공급될 위험이 존재한다.   
 

오염에 오염을 더해서는 안 돼   

 
일본은 최근 후쿠시마 핵발전소 내에 쌓여있는 오염수 문제도 해양방류를 추진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일본 경제산업성 오염수처리대책위 산하 전문가 소위원회는 지난 2월 10일 약 120만 톤에 달하는 방사성오염수 처리방안으로 해양 방류를 권고하는 최종보고서를 제출했다. 한국정부를 비롯해, 시민사회가 계속 오염수 해양 방류 문제점을 지적하고 반대했지만 무시되었다.
 
지난 3월 10일 서울환경운동연합과 서울환경운동연합 여성위원회는 일본 정부의 방사능 오염수 해양방출 계획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가졌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일본은 이들 오염수가 방사성물질을 제거하는 ‘다핵종제거설비’를 거쳤다고 하지만 상당수의 오염물질이 제거되지 않은 채 남아있다. 지난 1월 도쿄전력이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보관중인 오염수 72퍼센트는 방사능 기준치를 초과했으며, 이 중 21퍼센트는 기준치 10배를 넘고, 6퍼센트는 기준치 100배를 넘는 세슘, 스트론튬, 코발트60 등 방사성물질을 포함하고 있다. 삼중수소의 경우 제거조차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정부는 오염수를 희석해 기준치 이하로 방류하면 안전하다는 주장까지 펼치고 있다. 오염물질을 물을 많이 타서 버리면 안전하다는 주장이다. 이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 방사성물질은 물에 희석한다고 사라지지 않으며 방사성물질의 총량은 변하지 않는다. 때문에 어떻게 방류하던 바다를 동일하게 오염시킬 수밖에 없다. 
 
일본의 시민단체들과 후쿠시마 현 어민들도 오염수의 바다 방출을 반대하고 있다. 최근 아사히신문이 실시한 후쿠시마 주민들의 여론조사에서도 57퍼센트가 방사성오염수 해양방류를 반대했다. 하지만 일본정부는 고집을 꺾지 않고 있다. 방사성오염수를 저장할 탱크를 증설하거나, 고형화시키는 방법 등 여러 대안들도 제시되고 있지만 오로지 해양방출이라는 방법만 논의되고 고집하고 있다. 일본정부가 계속 해양 방류를 고집하는 까닭은 가장 비용과 시간이 적게 든다는 것 외에는 없다. 
 
바다에 일반 쓰레기도 버리는 것을 금지하는 시대에 방사성물질을 대놓고 버리겠다는 것은 사실상 국제적인 범죄행위다.
 

위험을 은폐하고 안전을 외면하는 정치 퇴출해야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발생한 지 9년이 지나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는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점점 잊혀져가고 있지만 사고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한번 퍼져나간 방사성물질로 여전히 후쿠시마 곳곳은 오염됐고 여전히 진행중이다. 사고가 난 핵발전소 내부에 급한 불은 껐다지만, 여전히 녹아내린 사용후핵연료를 제거하지 못했다. 아예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너무 높은 방사선량으로 인해 원자로 내부 파악부터가 어렵기 때문이다. 수습하지 못한 사용후핵연료를 냉각하기 위해 지금도 냉각수를 주입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방사성오염수도 현재 120만 톤을 넘어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냉각수와 함께 지하수도 계속 유입되고 있다. 녹아내린 핵연료를 제거하지 못하는 한 이 과정은 계속 반복될 것이다. 이 기간이 앞으로 최소 수십 년 이상 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지금 오염수 방출이 결정되면 앞으로 수십 년 넘게 발생할 수 있는 오염수 역시 바다에 버려질 가능성이 높다.  
 
후쿠시마 사고에도 정신 못 차리는 일본 정부의 모습이 우리 사회에도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걱정이다.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방사능오염 은폐와 오염수 해양 방류에는 제대로 된 목소리조차 내지 않는 보수야당은 총선에서 탈원전 정책폐기를 대표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들은 가짜뉴스까지 동원해 수명이 만료돼 폐쇄된 월성1호기까지 재가동하고 핵발전소를 더 지어야한다며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 핵폐기장도 없이 포화상태로 둘 곳도 없는 고준위핵폐기물 문제 해결에는 관심조차 없다. 후쿠시마 사고에도 핵발전을 고집하고, 방사능 오염과 피해가 미미하다고 말하는 아베정부와 이들이 과연 뭐가 다른가. 
 
아베정부를 바꾸지 않는 한 일본 스스로 안전을 고려한 정치를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 역시 안전을 외면한 정치를 퇴출시키지 않으면 일본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코로나19 대유행 속에 후쿠시마 사고를 보며 놓치지 말아야 할 가치는 바로 안전이다. 4월 15일 무엇보다 우리가 선택할 기준은 바로 안전을 제대로 실현할 정치다.  
 
글 /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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