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감천만 수돗물 유충 검출

지난 7월 25일 정세균 총리와 박남춘 인천시장이 수돗물 파동이 일어난 부평정수사업소를 방문하여 침전지를 살펴보고 있다 Ⓒ인천시청 
 
수돗물에서 벌레가 나왔다. 지난 7월 초 인천에서 발생한 수돗물 속 유충 검출에 대한 사회적 충격은 매우 컸다. 두 가지 측면에서 시민들의 우려와 분노가 뒤섞였다. 첫째는 먹는 물에 유충이 살아서 꿈틀거린다는 사실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심리적 거부감은 즉각적이었다. 수돗물을 설거지와 같은 생활용수로 쓰기에도 주저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둘째로 이런 일이 지난해 수질사고가 일어났던 지역에서 또 발생했다는 점이다. 수도사업자에 대한 신뢰가 추락했고, 무너진 믿음 앞에서 마주한 상처는 고스란히 시민의 몫이기 때문이다.  
 

고도정수처리시설 부실 운영의 결과

 
인천시는 지난해 붉은 수돗물 사태 이후 수돗물 공급 종합대책을 수립했다. 이중 인천의 수돗물 품질 향상을 위한 고도정수처리시설 도입이 포함됐다. 고도정수처리시설은 수질 개선을 목적으로 미량유해물질을 제거하거나 먹는 물의 맛과 냄새 등을 좋게 하기 위해 기존 표준처리공정(혼화-응집-침전-여과-소독) 중 여과 단계에 오존 소독과 활성탄 여과를 추가한 시설이다. 이 시설은 설치에 고가의 예산이 소요되고 운영도 상당히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시는 이 시설 도입에 2387억 원을 책정했다.
 
문제는, 이렇게 값비싼 시설을 도입하고는 운영 과정에서 활성탄 여과지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는 것이고 이곳에서 유충이 대량 발생했다는 것이다. 물을 더 깨끗하게 여과하는 장소가 오히려 유충의 대량 서식지로 변한 것이다. 활성탄은 물이 통과하면서 많은 유기물들이 표면에 흡착한다. 활성탄에 유기물이 시간이 흐르면서 계속 쌓이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물의 방향을 역으로 흘려주는 세척(역세척)을 진행해야 한다. 인천시는 초기 보도자료를 통해 역세척을 열흘에 한 번 정도 진행하다가 사고 발생 후 이틀 주기로 바꿨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정부 민관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 주기가 20일이 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깔다구 알의 부화는 2일 내외에 진행되고, 유충 성장기간은 한 달 이내로, 인천시가 운영한 20일 역세척 주기는 깔따구 알이 부화되고 유충이 자랄 수 있는 기간으로 충분한 먹이가 제공될 수 있었다. 요약하면, 활성탄 여과지를 자주 청소해야 하는데, 제대로 하지 않아 벌레가 발생했고 이렇게 대량 증식된 벌레가 각 배수지를 거쳐 가정에 공급된 것이다.
 

붉은 수돗물 사태에서 유충검출까지 따져볼 문제들

 
△ 사라진 교훈-유충 검출 사태에 왜 혁신위원회를 가동하지 않았나?
인천시는 지난해 붉은 수돗물 사태 이후 민간이 참여하는 혁신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였다. 특성상 단기간 운영 후 종료되었지만 붉은 수돗물 사태에 대한 진단과 장기적 고민을 한 가장 최근의 거버넌스 위원회이다.  「인천광역시 상수도혁신위원회 운영보고서」에 의하면 혁신위원회의 구성 배경으로 ‘대형 수질 사고가 다시는 발생되지 않도록 하고 신속한 예방, 대응, 안정화 시스템을 통해 혼탁수가 유입되더라도 사고가 확산, 대형화 되지 않도록 수도행정 전반에 대한 혁신의 필요성 제기’를 언급했다. ‘전문가와 시민단체 등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여 수도행정 전반에 대한 혁신과 변화를 구체화하기 위하여 물 분야 전문가와 시민단체, 주민대표가 참여하는 위원회였다. 지난해 말까지 운영한 혁신위원회는 13가지의 단기와 중장기 과제를 선정했다. 단기과제로 1) 수돗물 직접음용 확대 및 정보공개, 2) 수돗물에 대한 시민서비스 강화 및 시민참여 확대, 3) 조직혁신을 통한 책임성 및 전문성 강화, 4) 상수도 요금체계 개편 및 물복지 개념 도입, 5) 관로 내 체계적 관세척 실시 및 평상시 유지관리체계화, 6) 관련 법규개선 방안 도출 제안, 7) 붉은 수돗물 사고지역 대책 강화를 선정했고, 중기과제로 8) 부식성지수의 수돗물 관리항목 도입, 9) 물탱크 및 운영관리의 효율화, 10) 관망 기술진단의 실체화와 노후관 관리의 과학화를 선정했다. 장기과제로는 11·12) 원수 및 상수도 요금제도 개선 및 경영 효율화, 13) 상수도 공급체계 개선을 선정했다. 인천시는 혁신위원회의 운영가치를 어디에 두었을까. 인천시는 혁신위원회가 제안한 사항을 제대로 이행하는지를 점검할 수 있는 피드백 장치를 마련하지 않았고, 유충 검출에 따른 대응 과정에서 이미 구성운영되었던 혁신위원회를 가동하지도 의견을 청취하지도 않았다. 상수도 혁신보다 혁신위원회 구성과 운영이 목적 자체였던 셈이다.  
 
△ 원인 분석에 따라 제 때 적확한 조치를 취했나? 
수돗물 유충 검출 민원이 제기된 지 5일 만에 인천시는 1차 결과를 발표했다. 민원 발생 지역 모두 저수조가 없는 직결급수 지역이었다. 한 가구에서 발생된 것이 아니고 동시다발적으로 많은 가구에서 발생하였다. 최초 민원 접수가 7월 9일 제기되었고, 1차 발표가 된 7월 14일 인천시는 이미 고도정수처리시설에서 표준공정으로 전환했다고 발표했다. 활성탄지에서 유충이 발생한 사실을 인지하고 공정은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에 따른 공급 계통별 정확한 조치가 이뤄졌는지 의문이다. 7월 9일부터 7월 21일까지 총 13일 동안 수돗물에서 유충이 검출됐다. 검출된 유충 종의 확인, 활성탄지에 유충이 어떻게 유입 되었는지 등 원인 탐색 과정에서 유충이 든 수돗물의 공급 차단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친 것은 아닐까?
 
△ 인천시·환경부는 왜 공식사과 않고 총체적 원인 규명도 회피하나?
환경부와 인천시는 민원 발생 후 ‘유역수도지원센터 중심 현장점검반 구성해 명확한 원인을 파악 중’이라며 중간조사결과를 8월 10일에야 발표했다. 최초 민원 발생 후 약 한 달 만에 정수장 내 고도정수처리시설 활성탄지에서의 유충 발생 사실을 공식 확인한 것이다. 환경부는 향후 대책을 포함해 최종조사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2000억 원이 넘는 시설을 도입·운영하면서 ‘현장 매뉴얼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왜 따르지 않았는지’에 대한 조사는 없었다. 이미 해외에서 유충 검출이 있었던 일이라면 국내에서도 예방조치가 마련돼 있어야 했다. 예방조치 부재의 이유도 밝히지 않았다. 원인 규명 회피에 더해 시장의 대시민 사과도 없다. 작년 붉은 수돗물 사태 발생 때는 수도사업의 총 책임자로서 공식사과를 했던 인천시장은 이번 사고에서는 아직 대시민 공식사과를 않고 있다. 오히려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한 환경부 장관과 총리가 인천시를 방문해서 대시민 사과를 했다. 인천시장은 그 직후 열린 대책회의에서 ‘총리 사과를 무겁게 받아들이며 대응에 최선’을 다하겠다만 밝혔다. 사고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했는지, 책임을 정말 통감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 환경부의 고도정수처리시설 설치와 운영에 따른 현장 매뉴얼은 어디에?
인천 유충 검출 이후에야 고도정수처리시설 관리 부실에서 생길 수 있는 구조적 문제로 인식한 환경부는 바로 전국의 고도시설을 도입한 정수장 49개소를 점검했다. 그 결과 인천의 공촌과 부평정수장을 포함해 7곳의 활성탄 필터에서 유충이 검출됐다. 인천시의 경우처럼 가정까지 유충이 흘러가지 않았지만 정수 과정에서 여름철 유충발생 가능성은 상존하는 것을 확인했다. 
환경부는 제3차 수도종합계획에서 정수장 내 고도정수처리시설 도입을 2025년 기준 70%까지 확대하는 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원수 수질 악화와 수돗물 품질 고급화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설정했다. 하지만 정확한 원수 상태에 대한 평가와 이를 도입하거나 운영할 수 있는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역량 평가가 미흡한 상황에서 도입을 둘러싼 갈등이 표면화된 곳들이 있었다. 대표적으로 대전시가 부족한 재정 때문에 민간투자를 통해 고도정수처리시설 도입 계획을 발표한 뒤 여러 논란이 불거지고 결국 철회되기까지의 과정에서 비교적 ‘원수 수질이 양호한 지자체의 경우 고가의 고도정수시설이 도입이 필요한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고도정수처리시설은 현재 지속적으로 증가해 2018년 현재 전국 시설용량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전문 인력과 정확한 운영 매뉴얼이 부재하다면 득보다 손실이 더 클 수 있는 시설이다. 고가의 시설 운영비는 바로 수도요금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환경부의 70% 목표 설정이 관리인력의 역량 강화, 현장 운전 매뉴얼, 운영평가를 제대로 해왔는지 의문이다.
 

잇단 사고 부른 땜질 대처 그만! 수도사업 혁신해야

 
△ 총리실 차원 총체적 조사와 대안 제시 필요
최근 연이어 발생하는 수돗물 수질사고는 식수로서 수돗물에 대한 시민의 인식을 낮추고, 수도사업자인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 특히 지난해 발생한 붉은 수돗물 사고는 어이없는 인재로 밝혀졌고, 대응 과정에서 광역지방자치단체의 수도사업 수준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사고 여파로 천문학적인 예산이 노후관 교체 등 관망 정비에 배치됐고, 지방자치단체들에 예산이 쏟아지고 있다. 이번 사고는 이런 상황에서 고도정수처리시설 도입과 그 운영 과정에서 발생한 ‘있을 수 없는’ 수질사고다. 지난 7월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총리는 인천시를 방문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대시민 사과를 했다. 지난해에 이어 연이어 발생한 수질사고에 대한 총체적인 평가와 대안은 당사자인 인천시나 환경부가 담당할 수 없다. 고질적인 사고 발생, 대책 마련의 땜질식 처방만 나오기 때문이다. 총리실 차원의 수도사업 전반을 살피고 발전할 수 있는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
 
△ 수도사업 전담기구 설치 공론화해야
지난해 사고 이후 인프라 마련과 재정비가 집중되고 있으나 이를 체계적으로 살피고 점검하는 단위의 부재 또한 여실히 드러났다. 잦은 인사 교체로 인한 전문성 부족과 인력 부족 상태인 환경부가 더 이상 수도사업을 책임지기에는 한계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고도의 전문성과 안정적인 운영을 유지하기 위한 독립적 전담기구 구성을 논의할 때가 됐다. 지방자치단체의 고유사업으로 분산된 수도사업의 영세성을 교차지원하여 양극화 문제를 극복하고 수도사업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전담기구 설치를 공론화해야 한다. 
 
글 / 백명수 시민환경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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