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홍 최예용 대담 "화학안전사회로 나아가자"

이규홍 흡입독성연구센터장과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 ⓒ함께사는길 이성수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과 안전성평가연구원 흡입독성연구센터 이규홍 센터장이 만나 취약한 생활화학물질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국가적 제도 정비, 안전성 연구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는 내용의 대담을 나눴다. 호흡독성에 관한 국제 인증기관(GLP)인 안전성평가연구원 흡입독성연구센터의 이규홍 박사팀은 2011년 가습기살균제의 위해성을 검증하는 정부의 ‘원인미상 폐 손상 위험요인에 대한 흡입시험(이하 동물실험)’을 진행했다. 최예용 소장은 당시 동물시험이, 원인미상 폐 손상의 원인을 가습기살균제라고 밝힌 역학조사의 추정을 사실로 확인하고, 폐섬유화를 일으키는 제품을 밝혀내, 2011년 11월 정부의 가습기살균제 6개 제품에 대한 강제수거명령을 이끌어냈고 그로써 가습기살균제 추가 피해 발생을 막은 사실을 짚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최예용  이 박사는 2011년 가을, 가습기살균제 제품에 쓰인 3개 물질 가운데 PHMG와 PGH, CMIT/MIT가 원인미상 폐질환을 일으킨 원인물질인지 알아보는 동물실험의 책임자였다. 당시 실험은 어떤 상황에서 진행됐나.
 
이규홍  2011년 4월 아산병원에서 원인미상의 폐질환으로 산모들이 사망하는 사건이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에 접수됐다. 질본은 역학조사를 실시해 가습기살균제 사용자에게서 비사용 대조군보다 원인미상 폐 손상 발생이 47.3배나 높게 나타났으며 세포독성실험에서도 가습기살균제가 폐세포를 손상시킨다는 사실을 확인하여 8월31일 ‘가습기살균제를 원인미상 폐질환의 원인물질로 추정’한다는 발표를 했다. 이어 질본은 안전성평가연구원에 가습기살균제 3대 성분물질의 호흡독성 동물실험을 의뢰했다.
 
우리 연구팀은 9월 28일부터 동물에게 가습기살균제를 흡입노출하는 독성실험을 실시하였고, 4주차에 부검한, PHMG와 PGH에 노출된 동물들에게서 폐 손상을 확인했다. 정부는 4주차 결과가 나온 2011년 11월 11일 PHMG와 PGH를 원료로 한 6개 제품의 강제수거를 명령했다. 이후 PHMG와 PGH 노출군은 각각 10주와 7주차에 부검하여 폐 손상이 악화됨을 확인했다.  
 
최예용  2016년 현재 검찰은 가습기살균제 가해 기업 조사에서 전체 피해자 가운데 두 번째로 많은 피해자를 발생시킨 애경(판매원)과 SK케미칼(브랜드 소유권자/제조원)의 가습기메이트와 이마트 PB상품 등 CMIT/MIT 계열 제품 생산유통기업에 대해서는 법적 책임을 묻을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과 해당 기업들은 그 이유를 2011년 동물실험 결과에서 찾고 있다. 당시 동물실험에서는 CMIT/MIT의 호흡독성이 미확인됐다. 검찰과 제조판매사들처럼 CMIT/MIT가 가습기살균제 피해의 원인물질이 아니라고 확정할 수 있나, 동물실험 책임자로서 어떻게 판단하는가.
 
이규홍  2011년 9월 동물실험을 시작할 당시 상황은, 이미 질본의 역학조사에서 피해 원인으로 강력히 추정되고 있던 ‘가습기살균제의 추가사용을 막아야 할 시기적 위급성이 있는 때’였다. 늦가을부터 가습기 사용이 증가하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그리고 과학적으로 가습기살균제의 폐 손상 상관성을 입증하는 실험을 해야 했다. 원래 저농도, 중농도, 고농도의 3개 농도로 각 물질에 대한 동물실험을 해 용량상관성을 보여야 실험 완전성이 확보될 수 있으나 그러려면 최소 챔버(동물실험기기)가 10개 이상 필요하고 기간도 18개월 이상이 소요된다.
 
그러나 당시 우리 연구원이 가동 가능한 챔버는 4개뿐이었다. 결국 1개 농도만으로 대조군과 3개 물질 실험동물을 각각의 챔버에 넣어 실험하기로 했다. 그래서 더욱 그 물질들의 노출농도가 과학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것이어야 했다. 연구팀은 김용화 박사의 문헌연구에서 독성이 발현될 수 있는 농도를 추정해냈고 이를 기초로 가습기살균제 권장사용량의 10배 농도 사용했을 때의 공기중 발생농도를 시험농도로 결정하여 주 5일 6시간, 3개월 동안 동물시험을 실시했다. 각 물질별 시험농도는 옥시싹싹(PHMG성분) 0.45MG/㎥, 세퓨(PGH성분) 1.75㎥, 가습기메이트(CMIT/MIT성분) 1.83㎥였다.
 
실험 4주만에 각 챔버에 넣은 암수 5마리씩 10마리 실험동물의 폐 손상이 확인됐다. PHMG, PGH의 경우 각각 10주와 7주가 됐을 때 30퍼센트 정도의 급격한 체중감소로 실험동물들을 빈사처리하였다. 다만, CMIT/MIT를 실험한 동물들은 13주차까지 살아남았다. 이에 따라 PHMG, PGH는 폐 섬유화와 관련된 물질로 확인하였고 CMIT/MIT는 폐섬유화 등의 폐 손상을 확인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 판단을 CMIT/MIT 성분 제품은 인체에 무해하다는 식으로 확대해석하면 안 된다. 우리 연구팀의 판단은 ‘당시 실험 조건에서 폐섬유화 독성작용 확인이 안 됐다는 것’이었다. 우리 연구팀은 동물실험 결과 보고서 결론에서 CMIT/MIT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당시 실험조건이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여러 농도에서 그리고 여러 장기에의 영향을 확인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 실험에 들어가기 전 질본에 모인 전문가위원회에서 이미 ‘만일 결과가 도출되지 않으면 추가실험을 한다는 합의’도 있었다. 그러나 동물실험 이후 그런 위원회의 합의와 우리 연구팀도 필요하다고 적시한  CMIT/MIT 추가연구는 실험 이후부터 2016년 6월 초인 현재까지 없었다. 정부와 기업 어느 곳에서도 추가연구 의뢰는 오지 않았다. 다만 PHMG와 PGH에 대한 추가연구는 환경부가 진행했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최예용   동물실험을 근거로 정부는 2011년 6개 제품 수거명령을 내려 2011년 8월에 질본이 발표한 가습기살균제 사용중단 권고를 강화하고 가습기살균제 의약외품 지정 등의 조치를 취해 추가 피해 확산을 막을 수 있었다. 문제는 그 이후 지금까지, CMIT/MIT의 추가 흡입독성연구는 물론 이를 포함한 3대 원인물질의 생식독성, 태아독성 등의 추가연구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2011년 동물실험에서 CMIT/MIT의 흡입독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CMIT/MIT의 독성 메카니즘을 명백히 밝힐 추가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논리가 아니라, 오히려 CMIT/MIT로 가습기살균제를 만들어 판 SK케미칼과 애경 등 기업의 방어논리로 둔갑했고 또한 검찰이 이들 기업을 기소하지 않는 근거로 이용되고 있다. 2011년 당시에는 CMIT/MIT제품 사용피해자가 거의 없었지만 지금은 CMIT/MIT제품만 사용하다 사망한 사례와 심각한 호흡곤란 사례가 여럿 나왔다. CMIT/MIT에 대한 동물실험은 다른 살균물질과 같이 폐 이외의 장기에 대한 건강영향연구 목적에서 필요한 게 아닌가. 
 
이규홍  그렇다. 1차 동물실험 이후 그러니까 2012년 초 이후 당연히 진행됐어야 할 추가연구들이 있었다. CMIT/MIT에 대한 저·중·고농도 추가 흡입독성 실험은 말할 나위도 없고, 3개 물질이 폐 이외의 기타 장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도 했어야 한다. 나는 1차 동물실험 이후 ‘실험동물의 폐와 사람 환자의 폐 CT를 촬영해 비교하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안한 바 있다.
 
내가 그런 ‘질환의 동물 재현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던 것은 가습기살균제가 인체를 공격해 해를 입혔다는 ‘법의학적 근거’를 찾고자 하는 것이었다. 이런 연구들이 진행돼 동물 모델이 나오면 피해자의 ‘질환의 확인을 위한 연구’에서 피해자의 ‘치료를 위한 연구’로 넘어갈 수 있고, 가해자로부터 피해 정도에 해당하는 보상책임을 물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피해자의 폐 손상을 확정하고 판정하는 기준을 만드는 데로 쏠릴 수밖에 없었다. 당장 피해자 판정을 통해 그들을 구제하는 일이 급했기 때문으로 이해하나 질환의 발생 기전에 관한 추가연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은 아쉽기만 하다. 인체 위해 가능성이 있는 물질의 독성 메카니즘을 규명하는 연구가 기반이 되어야 향후에라도 동종 또는 유사물질이 사용된 화학제품들로 인한 사고 재발을 막을 수 있고 나아가 치료와 처치법 또한 개발할 수 있다.
 
요컨대 피해자 구제를 위한 임상학적 판정과 생활환경제품에 사용되는 화학물질들의 독성 메카니즘 연구가 동시에 국가사회적인 수준에서 2011년 가습기살균제 사고를 계기로 진행됐어야 했다는 것이다. 일본이 미나마타병의 원인인 수은중독에 대해 폭넓은 관련 연구를 지금까지 지속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시사점을 얻어야 한다. 
 
최예용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해결한다는 것은 피해자들의 생활고를 경감시키고 의료적으로 지원하는 수준의 것만이 아니다.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이 사건에서 교훈을 얻어 화학안전사회를 향해 나아가려면 화학물질이 공장과 연구실을 넘어 생활화학제품으로서 생활세계에 진입할 때 그 안전성을 완전히 확신할 수 있는 검증체계를 갖추도록 해야 한다.  
 
두 대담자는 칠판에 2011년 동물실험 이후 우리 사회가 준비했어야 할 화학안전사회로 가는 경로를 그려가며 대화했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이규홍  공감한다. 나는 2011년 동물실험 이후에도 해당 3대 물질로 인한 기저질환의 악화, 폐 이외의 타 장기에 미치는 영향, 만성질환에 미치는 영향 및 태아독성 등에 대한 추가조사를 정부와 임상 및 실험실 연구자들이 계속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연구들이 계속 진행되고 그 결과를 축적해왔다면 1, 2단계뿐 아니라 3, 4단계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도 피해 정도에 따른 보상과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판정과 보상 기준이 보완될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그런 연구를 해왔다면, 오늘날 스프레이 제품 등 가습기살균제 성분물질과 유사한 고분자 및 저분자 화합물을 사용하는 제품들이 출시될 때 안전성 검증기준을 제공할 수도 있고, 이들 제품에 의한 인체 손상 연구를 할 때 방향타와 기준점도 제공할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최 박사가 언급한 화학물질의 안전성 검증체계를 갖추기 위해서는 인력과 설비, 연구능력을 국가적인 기획을 통해 획기적으로 제고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내가 아는 한 흡입을 목적으로 하거나 흡입 가능성이 있는 시장 출시 제품들 가운데 대부분은 흡입노출에 대한 안전성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들이다.
 
전자담배 한 제품만이 호흡독성 실험을 거친 것이고 나머지는 모두 테스트되지 않은 것들이다. 사실 현재 우리나라는 출시되는 모든 제품들의 흡입독성 수요를 만족시킬 만한 시설과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앞으로 흡입독성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인력 양성과 관련한 국가 차원의 교육과정이나 프로그램 개발이 시급하다.
 
최예용  최근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시판 스프레이 제품의 안전성에 문제 제기를 했다. 스프레이 제품만이라도 호흡독성 안전점검을 실시해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으면 모두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조처가 필요하다. 이는 가습기살균제 참사로부터 우리가 얻어야 할 정말 최소한의 교훈이다. 이미 생활세계는 다양한 나노 화학물질들의 범람원이다.
 
이러한 현실을 상기하면, 국민적 관심이 가습기살균제 사건에 집중된 지금 ‘화학물질에 의한 인체 손상 조사와 제품 출시 전 안전성을 검증할 수 있는 검증 수단을 개발하고 인력을 양성’하는 국가사회적 시도를 해야 한다. 전문가들이 시민사회와 함께 정부의 정책행동을 유도하고 기업이 건강과 안전에 관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강제해야 한다.
 
정리 / 박현철 편집주간 parkhc@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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