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5년간 무엇을 했나

A 씨는 마트에서 뿌리면 냄새도 잡고 각종 세균을 잡아준다는 스프레이 제품을 구매했다. 가습기살균제를 떠올리며 불안했지만 제품에 표시된 ‘위해우려제품 안전기준에 적합함’이란 문구를 보고 구매했다. 괜찮을까.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세상에 알려진 후 정부는 국민의 안전을 위해 생활화학제품에 대한 종합안전대책을 세우겠다고 발표했다. 가장 먼저 정부는 문제가 된 가습기살균제를 의약외품으로 지정하고 가습기살균제 물질인 CMIT/MIT(2012년 9월), PHMG 및 PGH(2013년 8월)를 유독물로 지정·고시했다.
 
동물실험 결과로 유독성을 확인하고도 1년이 넘어서야 해당물질을 유독물로 지정한 것이다. 그리고 4년 후인 2015년 4월 산자부가 가습기살균제처럼 위해우려가 높지만 공산품으로 관리했던 세정제, 방향제, 탈취제 등 8개 품목의 관리를 환경부로 이관했다. 환경부는 여기에 김서림방지제, 방충제, 소독제 등 관리하지 않았던 7개 제품을 추가해 위해우려제품으로 분류하고 관리를 시작했다. 
 
현재 이들 제품은 출시되기 전 환경부가 지정한 시험분석기관에 자가 검사를 의뢰해 안전기준 적합 여부를 확인받아야 한다. 이미 유통중인 제품도 환경부가 지정한 시험분석기관에서 안전기준 적합 여부를 받고 안전기준에 통과하면 ‘위해우려제품 안전기준에 적합함’이라고 표시할 수 있다. A 씨가 구매한 제품도 이런 절차를 거쳤다. 
 
그러면 제품은 안전한 것일까. 환경부가 정한 안전기준에는 적합할지 모르지만 흡입독성 실험을 거쳐 안전성을 확보한 제품이라고 할 수는 없다. 환경부의 안전기준 적합 조사는 흡입독성 실험을 하지 않는다. 대신 용도에 따라 사용제한 물질과 함량제한 물질의 여부만을 확인할 뿐이다. 이 때문에 환경부의 안전기준을 통과한 제품도 안전성 논란을 피할 수 없다.
 
실제로 환경부가 옥시 제품들을 비롯해 애경, 한국 P&G의 ‘페브리즈’가 안전기준에 부합하다고 판정하자 논란이 일었다. 환경부는 이들 제품이 사용금지 물질인 PHMG, PGH, PHMB를 사용하지 않았고 기타 사용물질의 농도를 안전 기준보다 초과하지 않아 안전성을 통과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르다. 흡입독성 자료 없이 안전성을 입증한 것은 너무 성급한 결정이라는 것이다.
 
이종현 박사는 “페브리즈에 사용되고 있는 살균성분처럼 이미 미국연방정부에서 인정한 용도로 사용할 경우에도 흡입독성 자료가 없다면 자료제출을 요구해야 한다.”며 “스프레이류 등 에어로졸 발생 기능을 포함하는 제품에는 흡입독성 자료 없이 안전성이 입증이 안 된 물질을 사용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4년말 기준 국내에 유통된 화학물질 전체 중 19퍼센트만 유해성 심사가 완료된 상태다. 화평법에서 정한 사용금지 물질과 함량제한 물질 역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해 생활화학용품의 안전관리를 대폭 강화하겠다고 약속한 정부, 5년이 지났지만 국민들은 여전히 불안하다.
 
글 / 함께사는길 hamgil@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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