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조차 기록되지 않는 피해자들

정부는 1차(2014년 3월)과 2차(2015년 4월) 두 차례에 걸쳐 가습기살균제 사용으로 건강피해를 입은 530명에 대한 피해 여부를 판정했다. 1, 2차 발표 당시 사망자는 140명이었다. 판정 이후 6명이 추가 사망해 사망자는 146명으로 늘어났다. 이중 정부가 확인한 사망자는 3명으로 장례비를 신청한 2명과 재심 기간에 사망한 1명이다. 그러나 나머지 사망자 3명은 확인조차 못하는 실정이다. 
 
정부는 1, 2단계 생존 피해자가 사망하는 경우 장례비(약 250만 원)를 지원하고 있어, 유족이 사망 신고를 한다. 반면 3, 4단계 피해자는 사망하더라도 기록조차 남기지 않는다. 죽음조차 기록되지 않는 피해자 3명은 모두 4단계 판정을 받았다. 
 
죽어서도 피해 인정을 못 받고 기록에도 없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3명을 소개한다. 
 

이용훈 경기도 용인시 거주 65세 남성

2015년 3월 사망

 
고 이용훈 씨의 카카오톡 대문 프로필
 
2013년 6월 한 통의 문자메시지가 왔다. 문자에는 이마트 가습기살균제 사진과 이 제품을 사용한 후부터 호흡곤란 증상이 발생했다는 내용이다. 이용훈 씨 가족은 네 명으로 부부와 아들, 딸이 한집에 살았다. 2008년 가을부터 가습기를 사용했고, 나쁜 세균을 죽인다고 해서 이마트에서 이마트PB 가습기살균제를 구입했다. 이용훈 씨는 거실에 침대를 놓고 혼자 잠잘 때마다 가습기를 틀었다. 연중 계속 사용하다가 가습기 옆에 있던 TV 화면이 뿌옇게 변해, 부인이 가습기 사용을 못하게 말려 2011년 봄에 사용을 중단했다. 기침과 숨참 증상이 있던 차에 2011년 10월 회사에서 건강 검진을 했고 간질성 폐렴 및 폐섬유화증 진단을 받았다. 환경보건시민센터에 피해신고를 해서 2014년 3월 질병관리본부 폐손상조사위원회로부터 4단계(가능성 거의 없음) 판정을 통보 받았다. 그 동안 소식을 모르다가 일 년 후인 2015년 3월 1일 이용훈 씨 휴대전화 번호로 부고 문자를 받았다. 카카오톡 대문프로필은 “소천하셨습니다. 그 동안 베풀어 주신 사랑 감사드립니다.”로 변경됐다. 
 

김춘희 경기도 의왕시 거주 74세 여성

2015년 9월 사망

 
생전에 병원치료를 받은 고 김춘희 씨 ⓒ환경보건시민센터 
 
2009년 봄, 김춘희 씨는 감기증상과 고열로 의왕시에 있는 선병원에 열흘간 입원했다. 병원에 가습기가 있었고 간호사가 가습기살균제를 넣으면 좋다면서 알약으로 된 제품을 입원하는 동안 사용했다. 퇴원 후 김춘희 씨의 딸은 집 근처 이마트에서 알약(엔위드 제품으로 추정)을 구입하려고 했으나 찾을 수 없어 옥시싹싹 가습기당번을 구입했다. 한 달 정도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했고 이듬해 봄부터 건강 이상 증상이 나타났다. 산본에 있는 대학병원을 찾아갔을 때는 이미 폐섬유화가 발병되어 있었다. 김춘희 씨는 2011년부터 폐섬유화로
요양병원을 전전했다. 2015년 환경부의 2차 판정에서 4단계를 통보 받았으며 2015년 9월 3일 사망했다. 가습기살균제를 사다 준 딸은 호주에 살다가 최근 귀국해 전화통화를 할 수 있었다. “어머니가 오랜 투병으로 형제들은 다 지쳐 의리라고는 다 끊어지고 분노만 남았다. 명백한 폐섬유화인데 4단계 판정이 너무 억울해 국회 앞에서 일인시위라도 해야겠다.”고 말했다. 
 

강인숙 부산시 거주 78세 여성

2015년 11월 사망

 
고 강인숙 씨가 사용한 가습기살균제 제품들 ⓒ환경보건시민센터
 
강인숙 씨는 감기를 예방하기 위해 2000년부터 2011년 가습기살균제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기 전까지 11년 동안 가습기살균제를 겨울철마다 사용했다. 2000년 딸이 옥시싹싹 가습기살균제를 추천해 처음 접했고, 2003년 기침증상이 있어 동네병원에서 폐 엑스레이를 검진한 의사가 큰 병원으로 전원을 권유해 부산 동아대병원에서 “미만성 간질성 폐질환”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부산, 수원, 서울 등 폐 분야 유명의사가 있는 대형병원을 다니며 진찰했지만 원인도 모르고 치료가 안 되는 병이라는 말만 들었다. 2011년 가습기살균제 사건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던 시점에서야 삼성서울병원에서 특발성 폐섬유화 진단을 받았다. 이미 돌이킬 수 없이 폐가 악화되고 면역력이 떨어져 약한 감기에도 폐렴으로 진행되면서 산소튜브를 착용하기에 이르렀다. 산소 농도를 올리지 않으면 숨이 턱까지 차는 고통 속에 몸속에 이산화탄소가 배출이 안 돼 이산화탄소 중독으로 2015년 11월 25일 사망했다. 질병관리본부 1차 판정에서 4단계 통보를 받았다. 사용한 살균제품은 옥시싹싹, 애경 가습기메이트, 맑은나라 가습기살균제로 부산시 수영구에 위치한 메가마트에서 구입했다. 피해자 중에 맑은나라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 유일한 피해자이다. 강인숙 씨의 아들은 꼭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억울한 부분은 어머니가 오랜 시간 투병하는 동안 어떤 의사는 감기약이나 처방하고, 미만성폐질환이라고 원인도 모르고 치료도 안 된다는 말만 들었다. 서울 아산병원에서는 치료가 안 되는 병인데 뭐하러 여기까지 왔냐며 부산 내려가서 치료하라고 했다. 가장 이해가 안 되는 것은 10년 이상을 투병생활하면서 모든 의사들이 원인도 모르고 치료방법도 없다고 했는데 정부 판정결과는 4단계로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원인이 아니라는 부분이다. 원인을 모른다던 의사들이 판정 내릴 때는 똑똑해져 가습기살균제가 원인이 아니라고 하는지 억울하다.”
 
정부가 사망자 집계조차 안 하는 피해자 3명의 공통점은 모두 4단계 판정을 받았다. 가습기살균제의 특이성이라고 알려진 폐섬유화를 진단받았지만, 이들은 특발성 폐섬유화증 환자들이다. 특발성 폐섬유화증은 기존에 알려진 질환이라는 이유로 4단계 판정을 했다. 최근 가습기살균제의 건강피해로 폐 이외 장기손상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어 정부는 추가 연구를 한다고 발표했다. 억울한 피해자가 없도록 기저질환을 포함한 다양한 폐섬유화와 인과관계도 풀어야 할 숙제다. 앞서 언급한 사망자 3명 외에 추가 사망자가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제보를 받은 피해자가 몇 명 있었지만, 전화번호가 바뀌고 이사를 해서 더 이상 찾을 방법이 없었다. 
 
인사유명(人死留名)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속담이 있다. 우리 사회는 억울하게 죽어간 이용훈, 김춘희, 강인숙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글 / 임흥규 환경보건시민센터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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