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온전한 보상과 치유 석면피해구제법의 진화를 희망하며

지난 7월 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전국 석면 피해자 증언대회가 열렸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현재 한국의 석면피해보상제도는 두 가지 종류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직업성 노출자를 위한 보상제도로 석면제품을 직접 제조 또는 석면제품을 취급했거나, 석면이 함유된 건축물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석면에 노출된 노동자에게 석면 질환이 발생했을 때, 치료와 보상을 받을 수 있게 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이 있다. 
 
다른 하나는 환경성 노출자를 위한 구제제도로 석면제품 제조사업장 주변 또는 조선소나 건설 등과 같이 석면제품을 취급하는 사업장 및 석면광산 등 인근에 거주한 주민에게 석면질환이 발생될 경우 석면피해구제법으로 치료와 보상을 받을 수 있다.  
 

한국의 석면 피해자 현황

 
석면피해구제법은 2008년부터 환경성 석면 피해자의 존재가 알려지게 되면서 석면피해구제법의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많은 석면 피해자와 석면추방단체의 활동과 요구에 힘입어 2010년에 만들어지게 되었다. 현재 석면피해구제법에서 인정하는 석면 질환은 4개 질환으로 석면폐증, 악성중피종, 폐암, 미만성흉막비후이다. 하지만 산재보험법에서는 석면피해구제법에서 인정하는 4가지 석면질환을 포함하여 10년 이상 석면 노출로 발생한 난소암과 후두암의 경우 2018년부터 석면질환으로 인정하고 있다.
 
제정 이후 1년 뒤인 2011년부터 시행된 석면피해구제법으로 현재(2019년 9월 30일까지. 출처는 석면피해구제시스템)까지 5621명이 피해를 접수했고 이 중 3883명(69퍼센트의 인정률)이 석면 피해자로 인정받아 보상과 치료를 받고 있다. 반면, 산재보험의 경우 석면질환으로 인정하는 질환이 더 많음에도 2011년부터 올해 3월까지 전국에서 344명이 신청하여 직업성 석면질환으로 인정받은 피해자는 274명(79.6퍼센트의 인정률)에 그쳤다. 인정률로 볼 때는 산재보험이 석면피해구제법보다 조금 더 높지만, 전체 피해자 수를 비교하면, 환경성 석면 피해자의 7퍼센트에 해당하는 아주 낮은 수치이다.     
 
왜 이럴까? 먼저, 산재 신청과정에서의 진입장벽이 높다. 석면 질환은 잠복기가 긴 질환이라 과거 10~40년이 지난 과거의 직업적 노출을 증명해야 한다. 석면노출 인구를 볼 때 환경성 피해자보다 더 많은 노동자 피해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지만, 노동자 피해자들이 10~40년 전에 일했던 근거자료(과거 동료의 인우보증서, 회사에서 근무하면서 찍은 사진, 사업주가 증명하는 서류 등)를 갖고 있지 못한 경우가 대다수이기에 산재신청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결국, 증명하기 힘든 산재보험을 신청하기보다, 더 쉬운 석면피해구제법으로 인정받는 편을 택하게 된다. 산재보험의 보상급여가 석면피해구제법의 보상급여보다 훨씬 높은데도, 산재보험으로 보상받아야 할 노동자들이 석면피해구제법으로 보상과 요양을 받는 것이다.
 
두 번째로, 산재신청을 하더라도 인정받기 위한 절차가 훨씬 까다롭기에 인정되기 어렵다. 석면 질환 중 석면폐증의 경우 진폐법 처리 절차에 따라 X-ray 촬영으로 판독하고, 진폐 병증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석면폐증에 맞는 판단이 적용되기가 쉽지 않다. 그에 비해 석면피해구제법은 폐 CT 촬영으로 판단하기에 인정받기가 더 쉽다. 더불어 악성중피종이나 폐암으로 신청할 때도 산재인정까지 걸리는 시간이 1년 이상 소요되는 경우도 많아 실제 치료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사망하는 피해자도 있었다. 
 
이렇다 보니 실제 산재보험으로 요양 및 보상을 받아야 할 피해자들이 석면피해구제법으로 구제를 받는 경우가 많다. 
 

피해자의 온전한 요양 한계

 
2008년 환경성 석면 피해자가 확인된 이후 다른 국가에 비해 한국의 석면피해구제법은 빠르게 제정된 편이다. 석면피해구제법 제정은 환경성 석면노출에 대한 인정과 그에 따른 피해자에 대한 보상과 치료를 국가에서 인정하고 시급히 시행했다는 데 중요한 의의를 둘 수 있다. 하지만 제정한 지 8년이 지나고 있는 현재, 한계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 
 
먼저, 석면 질환으로 인정되는 질환 중 석면폐증은 1급에서 3급으로 등급을 구분하는데, 석면폐증 2급과 3급의 경우 요양생활수당을 2년 동안만 받을 수 있어서 지속적인 요양이 필요한 석면질환자임에도 2년이 지나면 요양 대상자에서 제외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결국, 환경성 석면피해 질환자로 인정받았지만 2년이 지나면 혼자서 감내하거나 가족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로 내몰리게 되는 것이다. 
 
악성중피종은 진단 후 1~2년 정도 생존한다고 하였지만, 최근 진일보한 의료기술로 초기 진단을 받은 몇몇 피해자 중 5년 이상 생존하는 피해자가 있음에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채 5년 동안만 요양생활수당을 지급하는 사례도 발생해서 악성중피종 피해자들에게 많은 불안감과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실제 악성중피종으로 8년째 투병하고 있는 한 석면 피해자는 “현재 일을 못 하고 있기에 석면피해구제법으로 지급되는 요양생활수당으로 생활하고 있는데, 갱신일이 다가오면서 수당이 중단될까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불안 속에 살고 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하였다.
 
의료 전문가들은 석면질환은 치료가 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나빠지는 질환이라며, 속도를 늦추는 방법이 최선이기에 지속적인 요양과 관리를 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하지만 석면피해구제법으로는 의사의 조언을 이행할 수 없다. 석면 피해자이며 질환자로 인정했으면 당연히 끝까지 책임지고 피해자들에게 최선의 노력을 하는 게 국가의 역할이지 않을까?
 
최근 몇 년 동안 요구하고 있는 석면피해구제법의 보상 확대는 여전히 변함없다. 재정이 힘들다면 산재보험으로 인정해야 할 피해자를 명확히 구분해내어 산재로 적용받도록 하고, 환경성 피해자들이 제대로 요양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정신적인 힘듦도 배려해야

 
현재까지 석면피해구제법으로 인정된 피해자 중 20대가 11명, 30대가 34명, 40대가 105명, 50대가 435명으로 3883명 중 15퍼센트인 585명에 해당된다. 이 중 사망자는 190명이다. 
 
“악성중피종을 진단받고 16개월 동안 4번의 항암치료를 받았다. 이후 왼쪽 폐와 흉막을 절개하는 수술을 마치고 추가적인 14번의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 33회를 병행했다. 치료과정은 생전 느껴보지 못한 너무나 큰 고통이었고,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다. 긴 치료 기간으로 우울증 증세도 생기고, 때로는 죽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만 18세에 악성중피종으로 진단받아 현재 29세가 된 피해자는 당시를 그렇게 회상하였다. 더군다나 몸이 예전 같지 않았기에 직장을 가질 수 없었으며, 미래에 대하여 생각하는 것도 모두 놓아버린 상태가 되었다고 했다. 한창 미래에 대해 진로를 고민하고 준비할 시기에 악성중피종으로 진단받은 피해자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끔찍한 고통을 하루하루 견뎌내면서 그가 느꼈을 무서움과 외로움을 가늠할 수조차 없지만, 석면 피해자로 진단을 받고 난 후 받았을 정신적인 고통과 상처를 치유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구비되어져 있었다면, 견디기가 조금은 낫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현재 석면피해구제법 제도는 그러한 심리상담 프로그램이나 시스템이 되어있지 못하다. 실제 석면 질환을 치료하고 요양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정신적인 문제가 많을 것임에도 아직 제도적으로 마련되어 있지 못한 상황이다.  
 
위의 피해자는 ‘도대체 왜 자신이 석면 질환을 앓게 되었는지, 그리고 다른 석면 피해자들은 어떠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가 궁금하였고, 석면추방활동 시민단체를 찾아 다른 석면 피해자를 만나면서 자신이 앞으로 해야할 삶의 목표를 조금씩 가지게 되었고, 삶을 살아가는 데 조금의 희망을 찾게 되었다고 한다. 
 
이렇듯 석면 질환이 생기게 되면서 삶에 대한 의지가 사라질 가능성이 크고, 주변 석면 피해자들의 죽음을 보면서 불안감과 무서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를 함께 나누고 극복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심리상담 프로그램 마련이 필요하며, 석면 피해자라면 누구라도 이러한 프로그램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석면피해구제법이 되기를 바란다.
 

피해자 치유하는 피해보상제도로 거듭나야

 
정부는 안전하고 건강한 삶을 박탈당한 석면 피해자의 고통과 석면피해로 인하여 사랑하는 가족을 잃어야 하는 피해자 가족들의 고통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그들의 이야기에 최대한 귀를 기울여야 한다. 석면피해구제법과 산재보험법이 피해자들의 온전한 보상과 치유가 되는 피해보상제도로 거듭나기를 희망한다.
 
 
글/ 이숙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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