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이후 옥시의 5년

 
2011년 가습기살균제의 유해성과 피해가 드러나기 시작했음에도 왜 그동안 사태의 전모가 은폐되어 있었고 왜 그토록 해결이 지지부진했는가? 어떻게 옥시는 책임을 회피할 수 있었는가? 2011년 이후 옥시의 5년은 사실 은폐, 조작과 법적 책임 부인으로 일관되었고 이러한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2016년 검찰 조사 전까지는. 
 

연구자 매수, 시험 결과 은폐, 조작

 
옥시는 정부의 조사와 연구 결과를 부인하고자 2011년부터 각 연구소에 시험을 의뢰하였으나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자 수령거부부터 적극적으로 은폐, 조작하는 데까지 나아갔다. 
2011년 11월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에 동물실험을 의뢰한 결과, 2012년 5월 가습기살균제를 분무한 환경에 노출된 실험쥐들에서 이 사건과 같은 양상의 폐질환 진행이 확인되자 계약을 취소하고 보고서 수령을 거부함으로써 결과를 은폐하였다.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연구팀에 의뢰한 연구에서는 2011년 11월 임신 쥐에 대한 생식독성실험 결과, 임신한 쥐 15마리 중 13마리의 새끼가 태내 사망하자, 치명적 결과가 도출된 생식독성 실험 결과를 흡입독성 실험 결과와 분리해 달라고 요청하고 생식독성 실험결과 부분 보고서의 수령을 거부함으로써 은폐하였다. 
 
2012년 흡입독성 실험 결과도 대조군에서 이상이 발견되어 실험 자체의 문제가 제기되었음에도 재실험을 하지 않고 ‘가습기살균제와 폐 손상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조모 교수가 연구용역비 2억5000만 원과 뒷돈 1200만 원을 받고 허위 연구보고서를 써준 혐의(수뢰 후 부정처사 등)로 2016년 5월 24일 구속 기소됨으로써 옥시 측이 연구자를 매수하여 결과를 조작한 정황이 드러났다. 
 
옥시의 연구자 매수는 또 있었다. 2011년부터 2012년까지 옥시가 호서대에 의뢰한 연구에서 호서대 유모 교수는 ‘가습기살균제를 첨가한 가습기 작동 시 실내 농도 변화 조사 결과 PHMG가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실험 공간이 옥시 직원 거주 아파트이며 지속적으로 실내 환기를 한 정황이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해당 교수는 이후에도 옥시의 법정 공방 과정에서 ‘질병관리본부의 실험 기준이 잘못됐고, 벽지에 있는 곰팡이 박테리아가 폐질환의 원인일 가능성이 있다.’는 등 옥시에 유리한 진술서를 제출하였다. 유 모 교수는 1억 원의 연구용역비를 받고 추가로 진술서 1건당 2000만 원을 받고 옥시 측에 유리한 방향으로 실험 결과를 조작하는 등 배임수재 및 사기 혐의로 2016년 6월 11일 구속되었다. 
 

황사, 간접흡연, 오염된 가습기로 인한 폐손상 주장

 
이외에도 옥시는 민사 소송, 검찰 조사에 잇따라 황사, 간접흡연, 오염된 가습기 등이 가습기 피해자 폐질환의 원인일 수 있다는 보고서를 제출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2016년 4월 24일 “최근 옥시로부터 ‘황사·꽃가루·간접흡연 등으로 폐 손상이 올 수도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받았다”고 밝혔다. 
 
민사 재판에는 공동전문가보고서(성균관대학교 의대 강북삼성병원 K교수와 싱가포르 마운트 엘리자베스병원 호흡기 자문의사인 P 부교수, 폐질환 전문병원인 영국 왕립브롬톤병원 자문의사 T박사 등 3명의 명의)를 제출해 “감염, 특히 바이러스성 감염이 가장 의심되는 원인으로 보인다.”며 “오염된 가습기 때문에 폐 손상이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조직 변경

 
옥시는 2011년 12월 12일 주식회사 옥시레킷벤키저에서 유한회사 옥시레킷벤키저로 조직변경했다. 유한회사는 외부감사, 기업정보공개 의무를 지지 않는 폐쇄적인 기업형태다. 조직변경을 통해 기업내부 정보의 노출을 최대한 막으면서 법인의 형사 책임을 면하고자 하는 의도로 보이나 민사 책임과 임직원의 형사 책임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홈페이지 게시판 부작용 후기 삭제

 
옥시는 검찰 조사를 앞두고 2001년부터 자사 홈페이지에 올라온 부작용을 호소하는 후기 글 수백 건을 삭제하여 증거인멸을 꾀하였으나 검찰에 의해 복원되었다. 검찰이 복원한 내용에 따르면 주로 가슴 통증과 호흡 곤란을 호소하는 내용이 많았다. 이를 통해 옥시가 자사 가습기살균제의 유해성을 몰랐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며 유해성을 알게 된 시점도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점이 뒷받침된다. 
 

도의적 사과만 하고 법적 책임은 끝까지 부인

 
옥시 본사 앞에서 진행된 옥시제품 퇴출 시민대회 ⓒ함께사는길 이성수
 
2012년부터 현재까지 옥시를 상대로 10여 건의 민사 손해배상소송이 제기되었으나 옥시는 대형 로펌을 선임하여 주도면밀하게 대응해 나갔다. 옥시는 정부 조사, 연구 결과 및 질병관리본부의 판정 결과 드러난 가습기살균제 노출과 피해자들의 질환과의 역학적 상관관계, 일반적 "개별적 인과관계를 부정하고자 연구자를 매수하면서까지 연구 결과를 조작하여 법원에 제출하여 재판을 유리하게 이끌어 갔다. 또한 개별적으로 원고들과 조정을 통해 턱없이 적은 합의금을 지급하고 법적 책임에서 빠져나오고 있으며 아직까지 판결 확정된 사례는 없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2012년 옥시에 대하여 제품 허위과장 표시를 이유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5200만 원을 부과하였다. 옥시는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고 행정 소송을 제기하여 대법원에서 상고기각으로 2015년 2월 4일 패소 확정되기까지 끈질기게 끝까지 다투었다. 
 
이처럼 불법도 범죄도 마다하지 않고 법적 책임은 끝까지 부인하는 옥시의 태도는 피해자들이 옥시의 껍질뿐인 사과에 더욱 분노하는 이유이다. 
 
글 / 안현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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