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케미칼과 애경을 수사해야 하는 이유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은 검찰 수사에서 제외된 애경과 SK케미칼을 검찰 수사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1994년 SK케미칼(당시 유공)은 미국에서 개발한 CMIT/MIT를 이용해서 가습기살균제 ‘가습기메이트’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당시 CMIT/MIT는 미국에서 독성실험을 거쳐 농약(살균제)으로 미국환경보호청(US EPA)에 재등록되어 정해진 용도에 대해서만 사용이 허가된 물질이었다. 
 
SK케미칼은 가습기메이트를 판매하면서 이 제품이 살균력은 강력한 반면에 “인체에는 전혀 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보도자료를 통해 밝힌 바 있다. 심지어 “내 아기를 위하여! 가습기엔 꼭 가습기메이트를 넣자구요”라는 광고까지 하고 있었다. 
 
그러나 세계 최초로 CMIT/MIT를 제조한 롬앤하스 사의 물질안전보건자료(MSDS)에 따르면 CMIT/MIT의 흡입독성에 대해서 명확하게 경고하고 있다. ‘흡입하면 치명적일 수 있으니 증기를 절대 들이마시지 마시오(May be fatal if inhaled. Do Not Breathe Vapors).’
 
화학물질의 제조 및 수입자는 해당 화학물질을 판매 및 유통할 때 물질안전보건자료를 함께 제공해줘야 한다. SK케미칼은 가습기살균제에 사용한 원료인 PHMG, CMIT/MIT 두 개 화학물질의 제조자이면서, 동시에 애경 가습기메이트 가습기살균제 제품의 제조자이기도 하다. 따라서 SK케미칼은 MSDS상의 흡입독성에 대한 경고를 무시하고, 결함 있는 제품을 제조한 책임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가습기메이트 피해자 두 번째로 많아  

 
 
기술표준원은 CMIT/MIT가 함유된 가습기살균제를 관리품목이 아니라는 이유로 어떠한 안전점검도 없이 17년간 시장에 유통되도록 방치했다. 환경부는 CMIT/MIT가 1991년 제정된 유해화학물 관리법 시행 이전에 제조유통되었기 때문에 이 두 물질을 기존화학물질로 분류하고, 제조수입업체에 의한 유해성 심사를 면제했다. 당시 유해화학물질관리법하에서는 기존화학물질로 분류된 물질의 유해성 심사 책임이 업체에게는 없고, 정부가 유해성 심사를 통해서 관리필요 유무를 평가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CMIT/MIT는 우선순위에서 밀려서 가습기살균제 사건이 공개적으로 밝혀지기 이전에는 아무런 평가도 규제도 없이 사용되고 있었다. 
 
그 결과 SK케미칼이 제조한 가습기메이트를 사용한 사람들 중에서 중증 폐손상 질환(1단계와 2단계)으로 판정된 피해자는 총 58명이었고 이중에서 19명이 사망했다. 3단계와 4단계 피해자들은 각각 10명과 57명으로 이 중에서도 사망자가 각각 1명과 6명으로 확인되었다. 가습기살균제 제품별로 보면 시장점유율 8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던 옥시싹싹 피해자가 총 404명(이중 102명 사망)으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이 가습기메이트 사용자로 신고된 피해자가 총 128명(이중 27명 사망)이다. 중증 폐 손상 피해자만 보더라도 역시 옥시싹싹 피해자가 181명이고, 가습기메이트 피해자는 58명으로 두 번째로 많다.  
 
해당 제품만 사용했을 때 중증 폐 손상이 발생했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이것이 형사고발과 관련해서 기소 범위를 확정하는데 직접적인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제품별로 단독사용자 중에서 중증 폐 손상(1단계와 2단계) 피해자가 확인된 제품은 총 6개 제품으로 PHMG 함유제품 3개사(옥시, 롯데마트, 홈플러스), PGH 함유제품(세퓨), 그리고 CMIT/MIT 함유제품(SK케미칼)이다. 이 중에서 중증 폐손상 피해자 수를 보면 옥시가 79명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이 세퓨 24명, 롯데마트 9명, SK케미칼 3명, 홈플러스 2명 순이었다. 
 
CMIT/MIT를 사용한 가습기살균제 제품은 가습기메이트(SK케미칼 제조, 애경산업 판매), 이마트 가습기살균제(애경산업 제조, 이마트 판매), 산도깨비(산도깨비 제조 및 판매), GS함박웃음((주)GS리테일 제조 및 판매) 등 4개사 4개 제품이다. 이중에서 2015년 4월까지 확인된 바에 따르면 중증 폐 손상 피해자는 단독사용자 기준으로 가습기메이트 사용자에서만 확인되었고, 3단계와 4단계까지 합하면 이마트 가습기살균제 단독사용자에서도 피해자가 확인되었다. 본문에서는 가습기살균제 형사고발과 관련되어 수사대상 범위와 관련된 사항만 다루고자 하기 때문에 논의범위를 중증 폐 손상 피해자에 한정해서 논의를 진행하고자 한다. 
 
단독사용자 중 가습기메이트 피해자 수가 옥시싹싹, 세퓨 다음으로 많았고, 중증 폐 손상 피해자도 이미 기소대상인 홈플러스 제품보다 많음에도 SK케미칼이 수사대상에서 제외된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검찰 측 주장은 PHMG처럼 흡입독성자료를 통해서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환경부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2차조사 결과 CMIT/MIT 단독 사용자 중에서 중증 폐 손상 즉 폐섬유화 현상으로 인한 피해자로 사망자 1명을 포함해서 1단계 1명과 2단계 2명을 공식적으로 확인하였다. 
 
폐손상조사위원회는 판정대상자가 어떤 제품을 사용했는지 아무런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중증 폐 손상 피해자로 판정받은 3명이 가습기살균제 성분 중 CMIT/MIT 이외의 다른 성분에 노출되지 않았고, SK케미칼이 제조한 가습기메이트만을 유일하게 사용하였다는 것을 분명히 확인했다. 이상의 결과는 CMIT/MIT에 의한 중증 폐 손상과 사망을 정부가 공식적으로 확인한 것이다.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을 형사기소하라

 
애경 가습기메이트를 사용하다가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CMIT/MIT 단독사용자 3명에서 중증 폐 손상 피해자가 공식적으로 확인되었기 때문에 CMIT/MIT가 중증 폐 손상의 원인물질인지에 대한 규명을 위해서 더 이상의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만약에 CMIT/MIT에 대한 흡입독성시험을 통해서 폐섬유화와 같은 중증폐손상이 확인되지 않더라도 역학적, 임상적 자료로부터 나온 판정결과는 바뀔 필요도 없고, 가능성도 없다. 
 
왜냐하면 흡입독성 결과가 역학적/임상적 결과와 배치될 경우 역학적/임상적 결과를 부정하는 근거로서 설명력을 가진다고 어떤 전문가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경우 역학적/임상적 결과의 독성학적 증거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판단하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그렇다면 검찰은 환경부 폐손상조사위원회의 판정결과를 취사선택해서 인정하는 월권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검찰은 피해자가 3명밖에 안되기 때문에 개연성이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변명에 불과하다. 가습기메이트보다 피해자가 적은 홈플러스는 수사하면서 단독사용 피해자가 더 많은 SK케미칼은 수사대상에서 제외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재 3차, 4차 조사가 진행되고 있고, 추가적인 피해자가 확인될 여지는 아직 충분히 남아 있다. 
 
따라서 단순 위탁생산업체들도 구속되는 마당에 가습기살균제 원료물질 제조자이면서 가습기메이트 제조자인 SK케미칼이 수사대상에서 제외된 것은 검찰의 직무유기로 볼 수밖에 없다. 가습기메이트 제조자 SK케미칼과 판매자 애경산업을 형사기소해야 마땅하다.
 
글 이종현 EH R&C환경보건안전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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