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텍스트 138] 미식의 시대에서 배려의 식탁 찾기

 
제주에 내려와 살기 시작한 것이 아마 일곱 해 쯤 되는 것 같은데, 그때만 해도 가장 많이 듣던 얘기 중 하나는 이런 거다. “먹을 만한 데가 없다.” 흑돼지구이, 돔베고기, 몸국, 순대, 갈치조림, 고등어조림 등등의 메뉴를 두고도 ‘그것 말고 다른 것’을 찾는 사람들의 볼멘소리들이 심심찮게 들려왔다. 여행하러 온 이들 사이에서나 제주 정착을 고민하는 이주민들 사이에서 특히 그랬다. 그러니까 ‘서울에서처럼 다양하게 일정 수준 이상에서 즐길 수 있는 먹을거리’를 찾는 거다. 그런 이야기 속에는 제주의 식문화는 아직 서울의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식의 비교 평가와 불만도 들어 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이제 누구도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가장 최근에 들어서 고개를 끄덕거렸던 이야기는 이런 거다.
“이제 어디를 가든 맛이 없을까봐 걱정되지는 않는다. 다만 이제는 취향에 따른 호불호만 있을 뿐이다.” 
 
제주의 생활문화가 엄청난 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관광지의 특성상 그중에서 외식업이 눈에 띄게 그렇다. 
 
일주일이면 아마 일곱 개쯤의 가게가 오픈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제주도민으로 살고 있는 입장에서, 체감 상 이것은 과장이 아니라, 실화다. 아무튼 날마다 새로 생기는 카페와 베이커리, 서울에서 이력을 쌓은 유명한 셰프가 운영하거나 제주의 식문화를 반영하는 솜씨 좋은 음식점들이 크고 작게 들어서고 있다. 그런 덕에 이제는 그것들을 메모해 두었다가 한두 곳씩 방문하는 일이 불가능해졌을 정도다. 
그래서 이제는 제주도민들 역시 관광객들처럼, SNS 검색으로 식당과 카페를 찾아 나선다. 이를 테면, 너나할 것 없이, 제주맛집, 동쪽맛집, 서쪽맛집 같은 종류의 거칠고 포괄적인 검색어를 입력하여 도출한 결과를 찾아 일단 모험을 하는 처지라는 것이다. 그 가운데서 취향과 정서를 반영한 곳을 찾아내려면 제법 많은 탐문을 해야 한다. 식재료 자체의 맛을 얼마나 살린 음식인지, 산지의 식재료를 얼마나 반영하여 만든 음식인지, 환경적 가치에는 어느 정도나 부합하는 음식인지 등을 다 따져보려면 조금 더 많은 품을 팔아야 한다. 결국 그것은 음식에 대한 철학에까지도 닿는 문제이기 때문에 바지런하기만 해서는 안 되고, 신중하기까지 해야 한다. 맛있게 먹기란, 이렇게나 어려운 일인 것이다. 혹은 무엇인가를 먹는 행위란 이제 ‘한 끼 때우기’와 진즉에 작별해 버린 것이다. 
 
그러므로 가장 요긴한 것은 다름 아닌 진짜 가이드! ‘진짜’라는 말에 오해가 있을까봐 미리 말해두자면, 어디까지나 구체적인 기준을 갖고 있다는 뜻에서만 통용하기로 하자. 이를 테면 『배려의 식탁, 제주』에서는, 건강과 영양, 심미적 즐거움, 지역 맛 살림, 자연과의 공생과 화해, 지역공동체 배려 등의 기준을 세워 놓고 있다. 그렇다고 이 다섯 가지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여 줄 세우기를 작정한 것은 아니고 두 개 요소 이상을 충족시키는 60곳 정도의 지역 카페, 베이커리, 식당, 농장, 조식제공 숙소, 로컬푸드숍 등을 다루고 있다. 
우리는 이미 수년을 미식의 시대로 살고 있다. 여행지의 식사든 일상에서의 식사든 맛의 아름다움에 대한 추구는 저녁이 있는 삶에 대한 갈망만큼이나 강렬한 무엇이 되었다. 미식이 그저 여행지의 것에 머물지 않고 일상의 요소로 침투했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배려의 식탁, 제주』는 가장 마지막에는 독자가 완성해야 하는 책이 되었다. ‘배려의 식탁, 일상’의 기록자가 되도록 은근슬쩍 권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박남준 시인의 글이 더 그런데, 나의 식탁 위에 나의 노동을 올려놓는 일에 대해서, 그리하여 미식으로 나아가는 매일에 대해서 곱씹게 한다. 짧은 글이다. 여러 번 읽기에 충분한! 
 
 
글 / 조은영 무가지로 발행되는 서평 전문 잡지 『텍스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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