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텍스트 147] 미세먼지 파는 사회

 
많이들 그랬을 테지만, 우리 집 역시 거의 절대적으로 미세먼지에 대한 공포 때문에 건조기를 들여놓았다. 마당이 있는데 건조기를 이용하는 일은 사치라는 판단이 가족들 모두의 생각이었는데, 미세먼지가 그대로 달라붙은 이불과 옷을 그대로 덮고 입고 자는 일이 얼마나 의미가 있는 일이겠느냐는 질문들이 사방에서 날아들었다. 자고 나면 미디어에서는 미세먼지, 초미세먼지의 위험성을 경고했고, 구매자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건조기 사용후기들이 인터넷 화면에 날마다 넘쳐났으며, 주변의 실사용자들의 간증에 가까운 충동질이 수시로 전해져 왔다. 나는 따뜻한 햇볕 아래에서 잘 마른 빨랫감에서 나는 햇빛 냄새를 사랑했는데, 결국 샀다. 그걸 사는 날, 나는 햇빛 냄새 같은 것에 미련을 떨지 말자고 생각했다. 휴대용 공기청정기를 들고 다니는 것까지야 과할지 몰라도, 이런 기술에 의존할 수 있는 게 슬프면서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것도 같다. 
 
미세먼지로 사람들의 마음을 뒤흔드는 것은 그 어떤 전략보다 유효하다. 동네의 유치원 꼬마 아이들까지도 날마다 귀여운 캐릭터 마스크를 하고 다니고, 미세먼지 수치가 높은 날은 먼지를 덜 흡입하겠다며 아예 땅만 보고 다닌다. 어른들의 한탄은 이런 거다. “우리 어릴 때는 공기 정말 맑았는데!” 혹은 “이게 다 중국 탓이잖아. 이 사태를 어떡할 거야?” 그러고는 아이들의 놀이터 출입을 거실에서 공기청정기를 틀어준다. 나는 며칠 전까지도 공기청정기를 고민하고 있었다. 
 
사실은 서울시 기준, 지난 십여 년간 미세먼지(PM10) 고농도 오염 발생 빈도는 뚜렷하게 줄어들었고, 2012년 이후 미세먼지 연평균 오염도가 일시적으로 다시 증가했으나, 다시 감소하고 있다. 세계보건기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미세먼지(PM2.5)로 인한 조기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18명으로 전 세계에서 27번째로 낮다. 아, 오해하지 말자. 우리나라가 공기 청정국이라는 종류의 이야기가 아니다. 실제로 미세먼지가 극심한 날은 존재하고, 그것은 실생활에서 체감가능한 정도이지만,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 혹은 초미세먼지의 역습 등의 공포에는 과장이 있다는 것이다. 악화된 것의 정도를 따져보자면, 미세먼지의 질보다 공기를 이용한 공포 마케팅 쪽이 더 클 것이다. 저자는 미세먼지에 관해서 잘못 유통되고 있는 정보와 관련해서 미세먼지 천동설이라고 부른다.
 
지금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미세먼지를 사망에 이르는 질병의 근원이라고 수선을 떠는 게 아니라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한 차분하고도 합리적인 방법의 모색이다. 대기오염의 위험성은 단기간의 고농도 노출에 의해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간의 노출에 의해서도 발생하는데, 연평균 오염 수준이 50㎍/㎥ 미만인 도시는 특정일에 오염도가 많이 높아져도 200㎍/㎥ 정도이고, 이런 수준의 단기간 노출로는 보건학적으로 의미 있는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는다. 그러니까 마스크를 보급하거나 차량 2부제를 실시하거나 하는 종류의 대책은 우리 상황에 전혀 맞지 않는다. 다만 사람들의 불안심리에는 잘 들어맞을 뿐이다. 미세먼지 발생 원인과 관련해서 끊임없이 중국으로 화살을 돌리는 게 사람들의 분노한 심리에 부응하는 방편인 것처럼, 미세먼지 없는 세상에서 살기 위해서 필요한 태도는 호들갑이 아니라 문제적인 상황을 객관화하는 것이다. 
 
p.s. 이 흥미로운 책에서 몇 차례 반복해서 읽은 부분이 있다. 건조기를 위한 변명. “서울의 대기질 개선 목표가 2014년까지 제주도 수준을 달성하는 것이었다. (…) 그런데 제주시의 미세먼지 오염도가 서울시보다도 훨씬 가파르게 악화되면서 2014년에는 진짜로 서울시 미세먼지 오염도가 제주시보다 좋아졌다. (…) 제주시 미세먼지 오염도가 악화돼서 역전된 것이다.” 그렇지만 더 중요하게 읽어야 할 부분이 있다는 걸 안다. 가령, 이런 것. “미세먼지가 싫다면 대기오염 관리와 개선의 역사가 입증하듯 미세먼지 발생량 자체를 줄이고 그것이 구조적으로 가능한 경제, 사회 시스템을 갖추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 방법이고 정답이다.” 혹은 “과도한 아이들 걱정에 판단력을 잃고 마스크 회사와 공기 청정기 회사의 판촉사원 역할을 열심히 수행하고 있는 정부, 언론, 사이비 전문가들에게 현혹돼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의심해볼 일이다.” 
 
글 / 조은영 무가지로 발행되는 서평 전문 잡지 『텍스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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