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텍스트 155] 지대 불로소득 없는 상식의 사회로 배를 돌려라

 
대한민국의 가장 대표적인 지대불로소득의 원천은 부동산이다. 조물주 위의 건물주라는 말에 반영된 것은 자조가 아니라 리얼한 현실이다. 그런 건물주는 이미 오래 전부터 청소년들의 희망 직업 순위 1, 2위를 다툰다. 땀 흘려 일한 노동의 정당한 대가, 이런 표현은 구세대조차 쓰기 민망한 말이 돼버린 게 현실이다. 문제는 우리의 지대불로소득이 단지 부동산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배를 돌려라』는 대한민국의 경제가 철저하게 지대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정당하지 못한 소득, 특권이나 특혜로부터 나오는 이익을 통틀어 지대불로소득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책에 따르면, 상당수의 재벌일족이 정권과 유착하여 사업권을 보장받고 부당한 이익을 취했던 것부터 관료들의 전관예우, 의사나 교수들이 누리는 경제적 보상과 혜택도 모두 지대불로소득에 속한다. 결국 이 불로소득이 우리 사회를 공멸로 이끌게 될 것이라는 게 이 책의 기본입장이다. 
 
지대 불로소득 없는 세상은 곧 불평등이 해소되는 사회, 모두에게 기본적인 주거와 소득이 보장되는 사회,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산업구조를 갖춘 사회를 지향한다. 공생하고, 공유하며, 공정한 세상으로 난 지도를 펼치고 배의 항해 방향을 완전히 바꾸는 일의 필요성과 그 가능성에 대한 주장이 바로 『배를 돌려라』에 담겨 있다. 
 
사회의 방향성과 자신의 위치를 가지고 논쟁을 하게 될 때는 누구나 할 것 없이 첨예해진다. 특히 온라인 댓글은 금세 과열된다. 교육제도와 입시문제를 논할 때도, 로스쿨이나 의전원 진학 및 졸업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도, 기업 구조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을 내놓을 때도, 계층사다리를 걷어차는 제도를 비판한다. 개인이 열심히 한다면 사회는 적어도 계층사다리 정도는 보장해 주어야 하는 것 아니냐 라는 문제에 모두들 뜨겁게 공감한다. 아무도 그 상승의 욕망에 대해서는 회의하지 않는다. 상승하기 위한 예비 조건으로의 경쟁이 공정해야 한다고 말할 따름이다. 의심받지 않는 욕망과 찌그러진 정의에 갇힌 공정, 그것을 기반으로 삼는 다음 시대에 대한 기획과 전망은 그 자체로 빈곤할 따름이다.  
 
책은 지금 당장 우리 사회에 기본소득이나 기본주거와 같은 든든한 마룻바닥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 방안으로, 18~64세 사이의 시민들이 자기 삶의 계획에 맞춰 자율선택 기본소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주택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주택을 적절하게 배분하며, 기본농지-농사-먹거리의 지급률을 확보하는 것을 내놓고 있다. 한 개인의 생존을 가장 위협하는 세 가지 조건을 보장하고, 매트리스를 깔아 놓을 궁리를 하는 것은 적어도 쪼개진 계층 사다리를 땜질하는 일보다 훨씬 덜 소모적이고 훨씬 더 전환적이다. 
 
대전환의 사회에서 우리가 얻고자 하는 삶의 양상은 사실 별로 대단할 것이 없다. 함께 살고, 공동의 것은 공동의 것으로 남겨두며, 남의 것을 빼앗지 않고 공동의 것을 혼자 차지하지 않는 사회다. 그러니까 상식의 사회다. 상식의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 우리의 논의가 사유의 차원에서는 얼마나 전복적이어야 하는지, 정치적 실천의 차원에서는 얼마나 치밀해야 하는지, 이 책은 잘 드러내주고 있다. 국가의 목표를 설정하는 일부터 행정부의 조직을 개편하는 일까지 분야별로 놓치지 않고 다루고 있다. 그것은 아마 기본소득과 관련된 논의들이 우리 사회에서 아직까지는 급진적 영역에 있다는 점을 의식하기 때문일 것이다. 급진적일수록 그것이 허공에 세워진 유토피아가 아니라는 걸 증명해야 한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한 사회가 ‘기본’을 확보하기 위하는 어떤 일들에 ‘급진’ 딱지가 이미 붙어 있으니 말이다. 진짜 두려운 것은 얼마나 먼 곳으로 잘못된 항해를 하고 있던 것인지, 우리가 항해해 온 궤도가 궤도 안에 있기는 했던 것인지, 하는 종류의 불안함이다. 서 있는 자리를 직시하지 못한다면 전환할 수 없으니까 말이다. 
 
 
글 / 조은영 무가지로 발행되는 서평 전문 잡지 『텍스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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