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텍스트 178] 미래를 꿈꾸어도 정말 괜찮을까

 
겨울의 한 복판에서 모기 얘기를 할까 한다. 북극모기 얘기다. 북극의 하늘을 새카맣게 뒤덮은 검은색 기둥의 정체가 모기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나는 끔찍했다. 북극모기는 한두 마리 윙윙 거리면서 성가시게 굴지 않고, 무리지어 사람이나 동물의 몸에 달라붙는다. 모기의 공격으로 순록이 죽어 버리는 일도 곧잘 일어난다. 빙하가 녹아내리는 자리에서 모기의 거대한 창궐이 일어난다. 얼음이 녹을 정도로 기온은 높고, 녹아서 고인 물웅덩이나 새롭게 생겨난 물줄기들은 모기의 성장과 번식에 어마어마하게 좋은 환경이 된다고 한다. 여름이 되기 전에 활동을 시작한 모기들 혹은 겨울이 와도 사라지지 않는 모기들에 대해서 의아한 적이 있다면, 북극에서 녹고 있는 얼음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화제를 MZ 세대에게로 바꾸어 보자. 선거를 앞두고 있는 탓인지, 한국의 20, 30세대의 정치적 관심사나 경제적 지위가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는 중이다. 물론 부모 세대보다 가난하게 될 첫 세대라는 점 때문에 그들이 가지는 사회적 불만과 경제적 불평등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이야기들은 이전부터 곧잘 터져 나왔다. 그런데 그들이 돌보아야 할 것은 부모보다 가난해진 자기의 삶 정도가 아니다. 부모 세대들에게 이르기까지 탈탈 털려버린 지구를 돌보는 주체이기도 하다. 강제로 그렇게 되었다. 그들은 저 먼 곳에서 몰아닥치는 북극모기의 하늘을 피할 재간이 없다. 우리는 그들을 녹아내리는 빙하와 높아져버린 해수면 앞에 세워 놓았다. 
 
이제 책 이야기로 들어가자. 호프 자런의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에는 우리가 이뤄온 풍요의 정도가 매우 쉽게 정리돼 있다. 가령, 인간은 1960년대에 비해서 6배나 많은 동물을 도축한다. 매해 버려지는 과일과 채소는 아프리카 대륙 전체에서 필요로 하는 양과 맞먹는다. 필요 이상의 소비를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와 동시에 절대 빈곤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지난 50년 동안 지구 인구는 두 배가 됐다. 1969년에 35억 명이었으나 현재 70억 명이다. 비행기 승객은 열 배가 늘어났다. 마음먹은 곳은 어디로든 날아가 원하는 만큼 소비한다. 이 풍요의 과정은 이런 것이다. 인간에게 필요한 1억 톤의 육류를 생산하기 위해 10억 톤의 곡물을 동물에 먹이고, 엄청난 양의 항생제를 사용하고, 3억 톤의 분뇨를 생산하는 프로세스를 만들어내는 것. 1k의 연어를 키우기 위해서 3kg의 먹이를 먹여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15kg의 물고기를 갈아서 사료를 만드는 것. 연어는 1970년대 대비 2만 퍼센트 증가했다. 그 풍요의 결과로, 지구 표면의 평균 온도는 화씨 1도가 올랐고, 평균 해수면의 높이는 10센티미터 상승했다. 트럼프가 탈퇴한 파리 협정을, 바이든은 임기 첫날 복귀했지만, 그런 종류의 정치적 결정이 위기에 처한 지구를 회복시켜 주지는 못한다. 다만 우리는 이루가 이룬 것과 우리가 잃은 것 앞에서 겸허해질 필요가 있을 따름이다. 
 
『랩 걸』에서도 명료한 시각과 유려한 문장으로 여성 과학자의 삶을 그려냈던 호프 자런은 이번에는 자기의 성장과정과 지구 생태계의 변화 과정을 맞물려 서술하고 있다. 1969년생 어느 과학자의 생애주기와 지구의 위기는 서로 분리돼 있지 않다. 어떤 인간도 생태계의 변화 과정에서 예외가 아니다. 책에는 현실에 대한 비관과 내일에 대한 다독임이 공존한다. 비관이란 이런 것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대부분의 정치적 논의는 이런 현실을 뒤집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기반으로 삼곤 한다. 진실을 말하자면, 현실을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다독인다. “궁극적으로 우리에게는 오직 네 가지 자원만 주어져 있다. 땅과 바다, 하늘 그리고 우리 서로다.” 더 먼 미래를 꿈꾸어도 정말 괜찮은지, 그곳에 정말 그동안 누렸던 풍요 못지않은 풍요가 있는지, 그걸 묻는 이들에게 우리는 성장 없는 풍요 혹은 풍요 없는 풍요의 그림을 그려보여야 한다. 그런 그림을 그리는 일이 나는 좀 두렵다. 다만 선택의 여지는 없다. 망가지는 지구는 더 두렵다. 
 
글 / 조은영 무가지로 발행되는 서평전문잡지 『텍스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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