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텍스트 179] 별들의 잔해, 연결된 우리

 
비 오는 풍경에 대해서 얘기해보자. 비가 오기 전에 흙냄새가 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그 흙냄새를 누군가는 먼지 냄새라고 한다. 직관적으로 말하는 사람이라면 비 냄새라고 한다. 의견이 분분하지만, 공통점은 있다. 어떤 식으로든 후각이 반응한다는 것. 이것을 어떤 식으로 말하면 좋을까. 감각이란 한 순간도 쉬지 않고 인간과 자연이 교감하고 소통하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고? 어쩌면 그럴 수도. 다르게 말해볼 수 있을 것이다. 좀 더 우주적으로 말해보면 이런 식이 될 것이다. 
 
“폭풍이 몰아치기 직전, 어떤 사람들은 산소의 한 형태인 오존의 냄새를 알아차린다. (…) 대부분 사람들은 비가 내린 뒤, 특히 강한 폭풍우가 지나간 뒤에야 상쾌하고 염소(chlorine)에 가까운 냄새로 오존의 존재를 알아차린다. 오존의 냄새는 꽤 쉽게 맡을 수 있지만 인간의 코는 때때로 토양 속 박테리아의 신진대사에서 나오는 부산물인 지오스민의 냄새에 훨씬 더 민감하다. 지오스민의 냄새는 축축한 흙의 냄새와 비슷하고 구름 속으로 끌려 들어간 듯한 말끔한 느낌을 준다. 지오스민은 특정 식물들이 비밀스럽게 간직하다 비온 뒤 내뿜는 기름 성분이 결합해 축축한 날씨에 가장 흔히 맡을 수 있는 향을 만들어낸다.”
지구와 지구 바깥의 세계가 한 번도 분리된 적이 없지만 살면서 그걸 의식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우아한 우주』는 그렇게 이곳 아닌 저곳으로서의 우주를 곁에다 끌어다 놓는다. 
『마음도 번역이 되나요』의 작가 엘라 프랜시스 샌더스의 『우아한 우주』는 그의 서정적 에세이의 우주 버전이다. 이번에도 역시 마음을 울리는 일러스트가 수록돼 있다. 이 책의 압도적인 매력은, 인간과 자연과 우주, 그것의 네트워크를 가능하게 만드는 과학적 원리와 법칙에 대한 섬세한 서술이다. 천문학, 물리학, 화학, 생물학, 날씨, 진화와 유전 등 주제는 폭넓고, 설명이 필요한 과학적 개념에 대해서는 쉬운 언어로 담백하게 접근한다. 『우아한 우주』가 보여주려는 것이 나와 당신과 연결돼 있는 우주이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이런 방식. “당신은 별의 잔해로 이루어졌다.”, “일생의 마지막 순간, 별은 단 한 번의 깊은 숨을 쉬고는 안으로 푹 꺼져버린다.”, “그 최후의 순간에 별은 자신의 외피를 벗어 던져 그 내용물을 우주라는 광막한 무이자 절대적인 모든 것의 공간에 흩뿌린다. 그렇게 퍼져나간 별 먼지 중 매년 4만 톤이 지구로 떨어지며, 여기에는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를 통해 끊임없이 활용될 원소들이 들어 있다.”, “당신이라는 존재의 18퍼센트 가량을 차지하는 탄소는 당신을 만나기 전 다른 여러 동물이나 자연재해의 형태로 존재했을 수도 있다.” “알다시피 당신은 그리 말랑하지 않다. 당신은 암초, 파도, 나무껍질이다. 무당벌레이자 비온 뒤 정원에서 나는 냄새다.” 결국 우리는 별의 잔해들이며, 탄소로 이루어졌고, 종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분리되어 있지 않다. 동시에 단독자로 존재한다. 생명의 존재 방식에 대한 철학적이고 과학적인 통찰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냄새로 시작했으니 마무리도 그렇게 하자. 우주에는 ‘다환방향족탄화수소’라는 물질이 우주 구석구석까지 흩뿌려질 때가 있다. “이 화합물들 때문에 우주에서는 뜨거운 금속과 디젤 연기의 냄새, 그리고 이상하리만치 달콤한 탄내의 향연이 빚어내는 기묘한 냄새가 난다.” 죽어가는 별의 냄새다. 작가를 흉내 내서 말하면, 당신과 나의 냄새다. 겨울 밤 하늘을 수놓은 별들의 탄생과 소멸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다면, 죽어가는 별의 숨에서 탄생한 우리들에 대해서 말해볼 수 있다면, 새로운 해를 시작하는 포부가 제법 우주적이라고 할만도 하지 않을까. 
 
글 / 조은영 무가지로 발행되는 서평 전문 잡지 『텍스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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