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양양 간 고속도로 사실상 백지화 _ 허승은


▒ 춘천-양양 간 고속도로는 백두대간을 관통하고 있어 큰 문제로 지적됐다. 사진은 영동고속도로 건설 현장 사진제공 녹색연합

건설교통부(이하 건교부)가 추진중인 춘천-양양 간 고속도로 건설사업의 연기를 요구하는 연구가 나왔다. 사실상의 중단 요구와도 같다. 한국교통연구원은 건교부의 주문으로 ‘국가기간교통망 수정계획(안)’을 연구한 결과 춘천-양양 간 고속도로 등 4개 도로 건설 계획에 대해 연기할 것을 제안했다. 특히 춘천-양양 간 고속도로의 경우 이 구간과 같은 노선으로 계획 중인 철도와 효율성을 비교 검토한 결과 도로의 투자효율성이 철도보다 떨어진다고 보고했다. 또한 이미 시공중인 춘천-동홍천 구간은 사업기간을 연장해 예산 투입을 늦추고, 설계를 완료한 동홍천~양양 구간도 2019년 이후의 장기계획으로 유보하라는 수정안을 제출했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그동안 춘천-양양 간 고속도로 건설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온 시민단체들의 주장이 타당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나아가 물류비용 절감으로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고 영동권의 늘어나는 관광수요에 대비해야 한다는 건교부 주장이 타당성이 없음을 인정한 것이기도 하다.  


▒ 환경연합과 녹색연합 등 시민단체는 춘천~양양 간 고속도로 건설은 환경파괴, 경제적 타당성 부족 등을 내세우며 반대를 주장해왔다  ⓒ박상호

허점투성이 도로계획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도로건설 사업에 있어 유기적 교통망과 함께 안전, 교통약자, 환경 등 사회·환경적인 측면까지 고려하는 지속가능한 교통정책을 전제해야한다고 강조해왔다. 그런 측면에서 춘천-양양 간 고속도로 건설계획은 경제적이지도, 환경적이지도, 안전하지도 않은 계획이었다.
1999년 정부는 국토기간 교통망계획에 따라 남북으로 7개축, 동서로 9개축(7×9격자형 도로)을 추진하는 도로계획을 발표했다. 춘천-양양 간 고속도로는 동서2축 도로에 해당한다. 정부는 7×9격자형 도로를 통해 전국 어디서나 간선도로까지 약 30분 이내에 도달해 전국의 반나절 생활권화를 이룰 것을 목표했다. 국가 물류비용 절감으로 국가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춘천-양양 간 고속도로 건설계획은 교통수요와 현황분석에 있어 많은 허점을 드러냈다. 서울~속초 간 철도건설계획과 양양공항 개항이라는 다른 교통시스템에 대한 철저한 고려 없이 진행됐다. 특히 인근에 개항한 양양공항이 수요가 없어 비행기가 다니지 않자 건교부는 주변에 골프장 등을 건설해 공항이용객에게 할인혜택을 줄 계획까지 세우고 있다. 우리나라 교통체계의 수단 간 효율성이 얼마나 떨어지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현재 통행량 증감이 크지 않은 상태에서 주변 국도 대부분의 구간을 4차선으로 확장하고 있다. 때문에 춘천-양양 간 고속도로도 도로건설 중복투자에 따른 예산낭비가 심각하게 우려됐다. 건교부는 춘천-양양 간 고속도로가 건설되면 같은 축을 지나는 국도 44호선과 국도 56호선, 국지도 56호선의 교통량이 50퍼센트 이상 감소하고 영동고속도로 새말~강릉 구간도 35퍼센트 감소한다고 추정했다. 결국 춘천-양양 간 고속도로가 건설되면 현재 국도의 확장공사는 필요 없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춘천-양양 간 고속도로는 핵심생태축인 백두대간을 관통하고 있어 환경훼손이 큰 문제로 지적됐다.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인 점봉산과 방태산을 파괴하고 우리나라 대표적인 청정 하천인 내린천의 생태계를 훼손할 우려가 컸던 것이다.
무분별한 개발정책으로 단절, 훼손되는 백두대간을 이제라도 잘 보전하고 관리해 다음 세대에 물려주자는 취지로 백두대간 보호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바 있다. 그러나 춘천-양양 간 고속도로는 백두대간 보호에 관한 법률 시행 이후 처음으로 백두대간을 관통하는 국책사업이기도 했다. 이미 백두대간은 7.88킬로미터마다 도로가 뚫려 있어 생태연결성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이제는 백두대간을 관통하는 도로나 터널을 새로 뚫을 것이 아니라 기존에 건설된 도로 등을 활용하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뿐이 아니다. 춘천-양양 간 고속도로는 총연장 71.5킬로미터의 고속도로 구간에 터널이 28개소로 전체구간의 56.11퍼센트(40.119킬로미터)를 차지한다. 또한 교량은 50개소로 9075킬로미터(12.69퍼센트)나 된다. 터널지역에서 운전은 다른 지역보다 피로감을 많이 주며, 다리구간은 옆에서 부는 바람으로 주행의 불안함을 일으키는 등 심각한 안전문제도 산재돼 있다.
이러한 경제적 타당성, 환경성, 안정성 등의 문제들은 최근에도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06년 12월 국회예산정책처에서 발표한 ‘교통분야 도로부문 주요정책·사업평가’에서도 춘천-양양 간 고속도로 사업의 환경영향에 대해 분석한 결과 환경영향을 고려할 때 동사업의 타당성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기간교통망 문제는 없는가
한국교통연구원의 국가기간교통망 수정계획(안)은 투자우선 분석에 따른 교통투자 효율성 제고를 위한 연구이다. 이 연구는 유사한 노선에서 동시에 투자가 이루어지는 도로계획과 철도계획 중 8개의 노선을 선정하여 경합투자조정에 대해 조사했다. 교통시설투자계획에 있어 철도와 도로의 경합투자는 예비타당성조사지침을 근거로 한 비용/편익분석을 적용했고, 이용자편익, 사회적 편익 자료를 분석했다. 그 결과 춘천-양양 간 고속도로 계획보다 춘천~속초의 복선전철 계획이 투자 우선순위에 있었다. 이러한 연구결과에 의거해 춘천-양양 간 고속도로는 장기계획으로 사업을 연기하라는 판단이 나온 것이다.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는 춘천-양양 간 고속도로 건설계획에 대해 ‘사실상 중단’이라는 제안이 나온 것은 긍정적이다. 이와 같은 연구결과를 정책에 반영한다면, 해당구간의 사업비인 3조5천억 원을 절감할 수 있다. 또한 백두대간이라는 핵심 생태축 관통으로 인한 생태계 훼손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철도와 도로라는 두 축의 경합투자 조정으로서 ‘연기 또는 중단’ 요구가 나온 것은 아쉽다. 더욱 근본적으로 강원도의 종합적인 교통정책과 백두대간의 보전가치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이 전제된 교통계획을 제안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도로중복투자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라면, 단순 비교가 아닌 통합적 접근으로 교통체계를 바라봐야 했다. 따라서 사업의 우선순위가 아닌, 문제가 있는 기간교통망은 폐지해야 하는 쪽으로 제안을 했어야 했다. 나아가 국가기간망의 통합적 효율성이라는 측면에서 과연, 기획예산처는 사화간접자본 조성을 위한 예산 배분에 있어 다양한 교통수단에 대한 종합적인 고려를 하고 있는가라는 심각한 의문이 제기된다.
이러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건교부는 예산 낭비 없이, 국토의 생태축 훼손을 최소화하는 정책을 펴나가야 할 것이다.


허승은 plusa213@greenkorea.org
녹색연합 녹색사회국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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