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대를 위하여 121] 옥시의 오만과 환경부의 일탈

“인간의 예지능력에 한계가 있고 가습기살균제도 그런 범주의 문제다.”
 
2013년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가습기살균제에 대한 국가 책임을 주무부처 장관에게 묻는 질문에 그렇게 답했다. 지난 5월 열린 19대 국회 마지막 환경노동위원회에서는 “국가책임을 인정하지 않는다.”고도 말했다. 환경부 장관이 아닌 ‘옥시 대변인’이라 비판 받던 그는 8월 16일 경질됐다. 윤 장관이 주무부처 수장이었다면 주무부서 수장이었던 이지윤 전 환경부 환경보건정책과장은 지난 2012년 당시 피해자 가족들이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환경성질환으로 다뤄달라!” 요구하자 “환경보건법은 그런 법이 아니다. 환경보건법에 피해자를 지원하는 근거가 있냐?”고 되묻던 이다.
 
그는 2013년 퇴임 후 가습기살균제 제조사들이 회원사로 참여하는 한국화학물질관리협회 상근부회장으로 일하다 2015년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판정을 하는 환경보건위원회의 위원이 됐다.
 
환경보건위원회는 지난 8월 17일 2015년 신고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752명 중 21.9퍼센트인 165명에 대한 판정결과(3차)를 발표했다. 이날 발표에서 정부지원을 받지 못하는 3, 4단계 판정이 79퍼센트인 130명이나 됐다. 특히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하지도 않은 것처럼 취급되는 ‘관련성 거의 없음’ 4단계 판정이 전체의 반 가까운 49.1퍼센트, 81명이었다. 사망자 46명 중 63퍼센트인 29명은 피해지원을 못받는 3, 4단계이고 4단계 판정자는 이중 절반인 24명이나 됐다.
 
가습기살균제 피해로 목숨을 잃어도 ‘관련성이 없다’는 판정을 내리다니! 국민이 아니라 기업 보호 발언을 하던 이와 화학기업 종사자들이 위원회를 구성하고 있으니 차라리 ‘그럴 법 하다!’고 생각해야 하는 건가 싶을 정도로 어이없는 일이다.
 
이번 판정은 폐손상만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이를 보완하려 폐 이외 장기영향,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돼 기존 질환 악화와 사망에 이르는 기저질환영향, 암 같은 만성영향, 태아영향 등등에 대한 ‘판정기준 보완연구’가 현재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이번 발표는 이런 연구를 전혀 고려기준에 넣지 않고 판정을 내렸다. 옥시와 같은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회사들은 정부의 이런 판정기준과 결과를 이용해 3, 4단계 피해자들에 대한 피해배상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 8월 19일 20대 국회 가습기살균제 국정조사특위는 8월 22~26일 사이 영국 레킷벤키저 옥시 본사를 방문해 공식사과문을 수령하고 옥시의 공개사과를 받기로 했던 일을 취소했다. 옥시 본사가 애초 약속한 공식사과를 비공개로 바꾸고 사과 수위도 낮추겠다고 태도를 바꿨기 때문이다.
 
국가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보다 가해 기업을 감싸는 판국에 이윤을 보고 들어온 외국회사가 이 나라의 피해자 국민과 국회를 존중할 까닭이 어디 있을까. 정부의 대오각성이 있지 않고서야 이런 일은 이번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다.
 
박현철 편집주간 parkhc@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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