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대를 위하여 132] 설악산을 새만금갯벌로 만들 셈인가

1970년대부터 박정희정권 하에서 서남해안 갯벌간척사업이 이어지던 1987년이었다. 6월혁명이 만든 대선이 시작됐다. 노태우 후보가 새만금갯벌간척사업(이하 새만금사업)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갯벌생태계 훼손은 물론 경제성도 없는 선심성 공약사업이 잘될 리 없었다.
 
다시 1992년 대선, 김영삼은 물론 김대중 후보까지 새만금사업 완수를 공약으로 삼았다. 2000년 김대중 대통령은 동강댐 백지화를 선언했지만, 정권의 핵심추진사업으로 새만금사업이 강행됐다. 김대중 대통령의 정치적 후계자였지만 무작정 정책의 후계자는 아니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1년 해양수산부 장관 시절 ‘새만금사업 유보’를 천명했다. 그러나 1년 뒤 여당 대선후보가 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새만금사업 완수 적임자’를 자처했다.
 
오늘날 새만금 담수호의 수질은 농업용수로 쓰기도 어려운 상황이 됐고 죽은 갯벌은 미세먼지 공장이 됐으며 ‘국가가 갯벌을 죽여 땅장사할 셈이냐?’는 의혹은 현실이 됐다. 오직 해수유통만이 상처투성이 갯벌생태계와 사업을 구하는 희미한 희망으로 남았을 뿐이다. 
 
1970년 박정희정권 하에서 설악산 외설악과 권금성 구간에 케이블카가 건설됐다. 1982년 강원도가 두 번째 설악산케이블 건설을 신청했지만 문화재위원회는 그 해에만 2번 사업불가 판정을 내려 사업을 막았다. 지역 개발여론에 편승한 지역정치인들과 지자체는 그 후 30년이 넘게 흐른 오늘날까지 사업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이들을 이용한 것이 박근혜정권의 비선실세그룹이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이승철 부회장은 설악산을 중심으로 한 산악관광개발을 위한 특별법과 개발사업을 정치권에 요구했고 최순실 일가는 그 사업계획지구 인근 초지를 매입해 개발이익을 노렸다. 문화체육관광부 김종 차관은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설악산케이블카 테스크포스’를 운영해 사업을 지원했다. 결국 2015년 환경부 국립공원심의위원회는 7개 조건부 사업승인을 했다. 권력의지에 꺾인 환경주무처의 훼절이었다.
 
설악산케이블카사업을 청산해야 할 적폐의 하나로 규정한 촛불이 2016년 가을부터 타올랐다. 12월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가 1982년의 사업불가 판정을 재현했다. 강원도와 양양군은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걸었다. 그리고 지난 6월 15일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놀라운 판결을 했다. 문화재청의 사업불가 처분이 부당하니 ‘문화재청은 현상변경허가를 내주라!’고 인용결정한 것이다. 공교롭게도 문재인 대통령이 최문순 강원지사를 비롯한 광역지자체장들과 간담회를 가진 다음날이었다.
 
이제 설악산케이블카를 막을 방법은 현재 미승인 상태인 환경영향평가서를 환경부가 불승인하는 것, 그리고 국회가 사업예산을 배정하지 않는 것뿐이다. 
 
보수와 진보를 떠나 지역개발동맹에 참여해 시민의 뜻을 거스르고 자연생태계 파괴를 선택한 모든 권력과 정치가 불의했다. 설악산이 새만금의 운명을 좆게 해선 안 된다. 적폐를 청산하라고 했지 적폐세력의 사업을 이어받으라 한 게 아니다. 촛불혁명이 세운 정권의 ‘환경과 생명에 대한 진의’가 시험대에 섰다.
 
글 / 박현철 편집주간 parkhc@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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