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대를 위하여 133] 화살과 관을 계속 만들자고?

『맹자』 공손추 장구 상편에 화살과 갑옷 만드는 사람에 대한 비유가 나온다. 이른바 인(仁)에 대한 설명이다. 인은 차마 사람을 해치지 못하는 마음이며 사람이면 누구나 가진 마음이다. 불행하게도 화살은 사람을 죽일 수 있어야 가치가 생기는 물건이므로 화살 만드는 사람은 의식적으로 측은지심을 지키려 노력하지 않으면 자신이 만든 화살이 사람을 해치지 못 할까 걱정하는 불인한 사람이 되기 쉽다. 관 만드는 사람도 사람이 죽어야 그가 만든 관이 팔릴 것이므로 그런 불인한 사람의 덫에 걸리기 쉽다.
 
신고리 5, 6호기 공사가 중단됐다. 시민 배심원들이 이 공사의 계속 여부를 판단하도록 문재인 정부는 결정했다. 이에 대해 원자핵공학자들, 기계공학자들 등 소위 학계의 전문가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이 반발하는 핵심적인 논리는 국가에너지정책은 시민들의 지식과 역량으로는 판단하고 수립할 수 없는 것이니 자신들과 같은 전문가의 의견을 추종하는 것이 옳다는 것이다. 이들의 의견이란 다름 아닌 ‘탈핵반대’이다. 
 
이들의 주장과 행태는 정확히 이권을 수호하려는 몸부림에 다름 아니다. 작년 기준으로 원자력 R&D 총액은 6000억 원에 가깝고 그것을 저들  소위 원전학계 전문가들이 대부분 타서 썼다. 그들 중 다수는 원전산업 기업들의 주식 보유자들이기도 하다. 그들은 탈핵하면 정전사고가 생기고, 전기료가 두세 배 오르고, 한국만 탈핵해봐야 중일 등 인접국에서 핵사고가 나면 어차피 피해 보는 것은 똑같다는 식의 근거 없는 발언을 전문가라는 사이비 권위를 동원해 유포하고 있다. 
 
핵의 안전하고 평화로운 이용이라는 미명 아래 가동하던 원전의 위험성은 체르노빌사고로 세계적인 차원에서 폭로됐고 후쿠시마사고로 재확인됐다. 그런 사고들이 한국처럼 좁은 국토에 집약적인 핵단지들을 조성한 사회에서 발생한다면 수사가 아닌 현실로서 망국의 길을 갈 수밖에 없다. 그런 위험성이 확인된 발전방식을 계속하자고 주장하는 일은 화살과 관을 만드는 사람이 사익 추구에 함몰돼 불인한 자가 되는 바로 그런 일이다. 
 
화살이 필요한 전쟁은 끝났고 관이 필요한 죽음도 발생하지 않았다. 재생가능에너지원을 이용한 발전기술의 세계적인 발달로 원전 대체가 기술적으로 또 비용적으로 완전히 가능해진 시대에 여전히 원전의 존속을 주장하는 것은 사적 이익의 추구를 위해 공동체의 안녕을 저당 잡는 ‘불인한 행태’다. 화살과 관을 사서 쓰던 이들이 그것의 효용성을 배심원으로서 판단하게 된 마당이다. 소비자 시민에게 원전을 지어 팔아야 하는 자들이 에너지의 선택을 강요할 순 없다. 불인한 일이다.
 
글 / 박현철 편집주간 parkhc@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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