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대를 위하여 137] 지진

지난 11월 15일 규모 5.4의 포항 지진이 대한민국을 강타했다. 금 간 교실과 무너진 가옥과 축이 뒤틀린 아파트, 떨어져 내린 건물 구조물에 눌려 납작해진 자동차들, 체육관에 수용된 이재민들과 수능이 일주일 연기된 고3 대입 수험생들의 한숨이 포항 지진 이후 한국사회의 중심 풍경이다.
 
작년 9월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지진에 이어 이번 포항 지진으로 한반도 동남부는 확실하게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것으로 양산단층대가 활동을 다시 시작한 게 아니냐는 의심에 가중치가 주어졌다. 양산단층대의 활동성 여부는 두 지진의 진앙과 가까운 고리원전단지의 안전성 여부와 직결된다.
 
신고리5·6호기 공론화 이전인 작년 6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신고리5·6호기 건설 승인을 할 당시 논리는 양산단층이 활성단층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 후 역대 최대 지진인 경주 지진이 3개월 만에 터졌고 계속해서 강도 높은 여진 혹은 또 다른 대지진의 예진이 이어지다가 이번에는 포항에서 역대 2위의, 그러나 체감 강도는 역대 1위급인 지진이 발생했다. 지금도 양산단층대는 활성단층이 아니며 고리원전단지의 원전들은 이상 없이 정상 가동되고 있다는 것이 한수원과 정부 원전안전기관들의 입장이다. 
 
벌어진 일과 인식의 괴리가 클수록 재해의 피해는 가중되고 예방은 힘들어진다. 한반도 동남부가 더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며 더 큰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인식하고 ‘어떻게 340만 명이 밀집된 고리원전단지의 안정성을 확보할 것인가, 나아가 해체할 것인가?’에 관해 탐구하는 것이 정상적이다. ‘지진에도 불구하고 원전은 안전하다’는 원전산업체와 원전안전기관들의 이 인식적 지진(遲進)은 지진(地震)보다 치명적이다. 물리적 진실 앞에서 원전안전의 정신 승리가 언제까지나 이어지리라 생각하는 안이한 인식, 그것은 재해의 예방을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드는 정신적 장애다. 
 
경주와 다른 형태의 대형 지진은 그 자체로 ‘또 다른 대형 지진이 어떤 식으로 발생할지, 피해가 얼마나 더 커질지 모른다!’는 합리적 의심으로 연결돼야 하고 그것에 대비하는 사회적 재난 예방체계 정비와 위험시설의 폐쇄를 비롯한 실질적인 대책의 시행으로 이어져야 한다. 발 빠르게 수능 연기와 재난지역 지정, 향후 안전대책 마련에 나서는 등 재난에 대처하는 정부의 정책행동이 과거 정부와 달리 정상성을 회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런 사후 대책이 아무리 괜찮더라도 재난과 사고의 예방 그 자체보다 훌륭할 순 없다. 
 
향후 대책의 핵심은 당장 신고리5·6호기 건설 중단을 비롯해 고리원전단지와 월성원전단지의 원전들을 기존 계획보다 더 빠르게 폐쇄시킬 국가계획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것이 빠지거나 미진하다면 그것은 여전히 진짜 대책과 거리가 멀다. 더는 지각의 지진이, 인식의 지체가 허용되어선 안 된다. 자연의 경고는 이번이 마지막일 수 있다.
 
 
글 / 박현철 편집주간 parkhc@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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