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대를 위하여 138] 메가와트 대 킬로와트의 불공정 경쟁

시민들이 조직한 ‘우리동네햇빛발전조합’은 네 번째 발전소 건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한전의 쓴맛’을 봤다. 옥상을 시민협동조합에 발전부지로 제공하는 논의를 진행중이던 한 교육기관이 한전의 새싹발전소(SPC)를 염두에 두고 태도를 바꿔 ‘조합과는 안 하겠다!’고 방침을 바꾼 것이다. 
 
전기사업법은 전력 생산(발전)과 판매 ‘겸업 금지’ 조항을 적시하고 있다. 그러나 2016년 6월 산업통상자원부는 한전과 산하 6개 발전 자회사를 통해 2017년까지 4000억 원 규모의 재원을 마련해 전국 초중고 2000개 교에서 200메가와트 규모의 태양광발전사업(SPC)을 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한전이 SPC를 통해 기존에 전국 시민협동조합들이 주요 사업부지로 활용해오던 학교와 공공기관의 옥상을 접수하기 시작하면서 시민협동조합의 설 자리는 극적으로 줄고 있다. 한전이 발전부지를 가진 기관에 제시한 조건은 시민협동조합 등 소규모 발전사업자들에게는 골리앗의 갑질에 다름 아니었다. 
 
한전은 먼저 시민협동조합보다 더 많은 부지 임대료를 지급(조합보다 1kWh당 1만 원 정도 비싼 4만 원)하는 것에 더해 장학금, 교육 연수 지원금(750만 원), 수전설비 무료점검, 실시간 발전현황 확인용 모니터링 시스템 제공, 발전소 운영실적에 따른 추가 지원금 400만 원 등을 무기로 순식간에 150여 개 학교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했다.
 
한전은 현행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의 적용을 받는 공기업이라 언제든지 자체적으로 수의계약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민간기업에 비해 확연히 유리한 상황이다. 게다가 한전의 SPC사업은 ‘인증서(REC) 입찰시장’에서 갈수록 블루길이나 베쓰처럼 포식자가 될 우려도 크다. 소규모 태양광 발전소, 특히 시민협동조합처럼 조합원을 모아 작은 규모로 발전소를 건설해야 하는 경우 건설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한전은 SPC로 단기간에 소규모 태양광 발전소를 다수 확대해 ‘입찰시장에서 REC 매매를 주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전은 SPC사업 대신 자신의 덩치에도 맞고 RPS제도의 본래 취지인 ‘대형 발전사는 대형 신재생에너지원 발전사업을 펼치고, 작은 발전사에게 REC를 사들여 소규모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의 발달을 촉진’하는 역할을 해야 마땅하다. 지난해 12월 15일 전국햇빛조합연합회는 한전의 SPC사업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내고 ‘한전은 시민협동조합이 개척한 태양광 골목상권에서 나가라!’고 요구했다. 메가와트급 건설자인 한전이 킬로와트급 건설자인 시민협동조합과 경쟁하는 일, 에너지 민주주의 길에도 에너지 전환의 길에도 맞지 않는 일이다. 
 
 
글 / 박현철 편집주간 parkhc@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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