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대를 위하여 146] 대의하지 말자 대리하지 말자

세상 살다보면 힘들고 고달픈 일이 많다. 생활도 마찬가지다. 귀찮고 괴로운 일이 많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그 힘들고, 고달프고, 귀찮고, 괴로운 일을 대행하는 다양한 직종을 발달시켰다. 교육은 학원 손에 맡기고, 밥은 배달식에 맡기고 살림은 도우미에게 맡긴다. 혼인할 사람을 찾는 일도 제 심장보다 결혼중개업체에 맡긴다. 제 일을 남 시켜 좋은 것은 삶이 편리해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편리함을 사려면 저녁이 없는 삶을 살아야 한다. 내 일을 대행하는 이들에게 비용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이래서야 지불비용이 큰지 편리함이 큰지 알 수 없다. 
 
가장 문제적인 대행은 내 뜻과 의지를 누군가에게 대리하게 하는 일이다. 정치, 그리고 법의 제정과 집행에 관한 대의(代議)와 대리(代理)를 우리는 너무나 쉽게 허용한다. 허하고 돌아봐 살피는 일도 잘 하지 않는다. 그런 탓에 헌정질서를 유린하는 일이 벌어지고, 강을 살해하는 거대한 사기극도 벌어졌다. 식민지배의 아픈 상처를 돈 몇 푼에 파는 일도 벌어지며, 한 번만 사고가 나도 나라와 민족이 절단 나는 핵발전소를 스물다섯 기나 돌려, 공장을 돌리고 냉난방을 하는 비효율적인 에너지 사용이 태연히 벌어져, 한반도 기후변화가 세계 평균의 2배가 넘는 지경이 됐다. 
 
‘인구가 5000만이 넘는 사회에서 직접민주주의를 하자는 게 말이 되냐?’고 반문할 필요는 없다. 그게 아니라 대의정치가 불러온 민의의 왜곡, 사람과 특히 자연을 해치는 반생태적 정치를 교정할 보완의 체계를 만들고 유지하는 일에 우리가 너무 무심하다는 사실을 지적하는 것이다. 대의정치를 보완하는 효과적 기능을 수행하는 존재는 시민사회단체들이다. 대의 받은 권력이 특정 이익을 공유하는 자들과 사익을 공모하는 일이 합법적으로 진행될 우려가 클 때 ‘공익을 생각하라!’고 요구할 의견그룹,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때 행동에 나서는 실천그룹이 건강한 생태계를 구성해야 대의민주주의는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
 
환경연합은 1993년 창립 이래 스물다섯을 지나며 경제주의에 매몰된 대의권력을 견제하고 사적이익에 봉사하는 정치를 지속적으로 교정하는 활동을 펼쳐왔다. 모든 자연환경 파괴와 생활환경 오염은 반민주적이다. 인본주의적 관점에서도 그러하고 생태적 관점에서도 그러하다. 그러므로 우리사회의 민주주의를 생태적으로 진화시키려는 환경연합의 활동은 지금도 그리고 미래에도 더욱 강화될 필요가 있다.
 
자발적 활동의지를 가진 자유로운 시민들의 결사체인 환경연합의 힘은 그 구성원, 회원에게서 나온다. 환경연합이 회원 확대를 위한 전국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한 시민단체의 성장 캠페인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생태 민주주의를 실질적으로 진전시킬 힘을 키우는 일이다. 힘을 키우자면 힘이 든다. 그 힘이 나올 곳도 발휘할 존재도 회원이다. 대의하지 않고 대리하지 않으려는 참여하는 회원이다. 
 
 
글 / 박현철 편집주간 parkhc@kfem.or.kr
 
 
제작년월: 

환경단체 소식

사이트 소개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뉴스&월간 환경잡지 입니다.

청소년 보호 정책

구독

구독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