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대를 위하여 151] ‘고기’라는 이름의 온실기체

지난 1월 구제역이 발생한 충주시 공무원으로 일하는 동생이 설에 집에 왔다. 안성에서 첫 발생 후 다시 충주에서 구제역 발생이 확인된 후 채 일주일이 지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긴장을 풀지 못하고 있었다. 충북은 2000년, 2002년, 2010~2011년, 2014~2015년, 2017년에도 구제역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과거 구제역 대란기의 경험에서 자유롭지 못한 동생은 공포와 연민, 고통이 수반된 복잡한 표정으로 “살처분 현장에 투입됐던 직원들은 정말 힘들었죠. 난 식사 추진하고 통제선 지키는 지원업무만 해도 괴로웠는데….” 하고는 말을 잇지 못한다.
 
울부짖는 산 생명을 공무라는 이름으로 묻어야 하는 이들에게 그게 지역 축산업을 지키는 일이고, 경제를 질병에서 구하는 최선이라고 말한들 위로가 될 순 없다. “쉬쉬하며 정신과 상담을 받으러 다니는 사람도 있었어요.” 그런 사연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안타까운 사연에 혀를 차다 불에 덴 듯 놀랐다. 구제역 걸린 소와 돼지를 처분하던 이들의 고통에 이렇게 먹먹한데 정작 묻히는 그 산 목숨들의 형편에 마음이 먼저 써지지 않았음을 깨달았던 것이다. 고기는 먹는 거고 가축은 고기라 생각하기 때문에 바른 순서로 생각이 이어지지 않은 것이다. 
 
2000년 구제역 발생으로 누적 살처분된 가축들은 전국적으로 392만 마리에 달한다. 2010~2011년 구제역 파동 당시에는 감염 개체가 너무 많고 적절한 처분시설도 부족해 일괄 살처분 후 매립으로 대처했다. 이후 구제역 발생시에는 열처분 후 분말화, 액비처리 등의 방식이 도입됐다. 올해 충주시는 49마리를 방역살처분했고 충주 구제역은 거기서 그쳤다. 그러나 안성과 충주에서 예방적 살처분된 것을 합치면 소 2043마리, 염소 229마리 등 총 2272두나 된다. 2010~2011년 당시 소만 15만 마리 이상을 살처분한 것에 비해 매우 선방한 것이지만 경제적 타산 외에 생명의 관점에서 보자면 어마어마한 비극이다.
 
기후변화와 온실기체 배출의 상관성을 연구해온 학자들은 세계 축산업계의 온실기체 배출량이 모든 부문에서 내놓는 총배출량의 25퍼센트를 상회한다고 지적한다. 그마저도 매우 보수적으로 잡은 것이고 산업 연관에 의한 실질적 배출은 거의 절반에 가깝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므로 가장 대량 배출되는 온실기체의 이름은 탄소가 아니다. ‘고기’라는 이름의 온실기체가 기후의 미래, 지구의 미래를 위협하는 가장 큰 원인이다.
 
평범한 육식 생활인에게 구제역은 발생해도 그저 고깃값 좀 오르는 일일뿐이다. 그러나 그 정도 축산 생산력을 유지하기 위해 기후변화의 피해를 보고 반생명적 축산으로 인한 생명 경시 풍조가 만연하는 일에서조차 자유로운 건 아니다. 육식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지구적인 환경문제 그리고 생명의 가치를 업신여기는 정신문화의 문제를 푸는 사람이 될 수 있다. 간헐적 단식이 유행이다. 고기 섭취를 줄이는 음식문화의 변화가 시작돼야 한다.
 
 
글 / 박현철 편집주간 parkhc@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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