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대를 위하여 164] 흘러가기 위하여

사회적 격리가 국가사회가 권하는 에티켓이 됐다. 전염성 질병의 세계 유행, 쇠락하는 세계경제와 공중보건, 식량과 식수의 감소 등 코로나19 유행 이전부터 증대되던 지구적 문제들의 근원에 기후변화가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새로운 국가적 대응은 국민 대표들의 입법에서부터 시작된다. 때문에 시민사회단체들이 올 봄 기획했던 ‘기후위기비상행동’, ‘초록가치를 중심으로 하는 정책선거 캠페인’이 기획됐던 것이다. 코로나19로 ‘사회적 만남’이 금지되면서 이 기획들은 동력을 잃었다. 
 
‘모두 다 코로나19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은 현상만 겨눌 뿐 문제의 본질에 대한 판단으로는 옳지 않다. 이전에 사람에게 없던 질병의 유행이라도 그 원인자는 우리 세계, 우리 자연, 지구 안에 존재하던 것들이다. 그러니 우한의 박쥐에게 죄를 묻자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우한의 박쥐로 표상되는 자연에게 생존의 영역을 빼앗고 시장의 상품으로 약탈한 것은 우리가 아니었는가. ‘인간의 이익이 열위한 자연의 이익보다 크다’는 전제가 작동시키는 세계체제가 불러온 것이 코로나19 유행사회다. 이 명백한 사실을 인정하는 데에서부터 우리는 새롭고 바른 시작을 할 수 있다.
 
전염의 유행 이전에는 당연한 것이었지만 유행 이후에는 기적이 된 ‘일상’의 재건을 지금 준비해야 내일 다시 기적은 회복된다. 전염의 확산 방지를 위한 위생정책을 지지하고 참여하는 개인생활이 시민의 제1생활준칙이다. 미래로 나아가려면 한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일상을 재건하려는 실제행동을 위생정책의 통제권 안에서 시민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해야 한다. 마스크 사재기 대신 생활동선을 계획하고 위생적으로 통제된 비접촉 사회 참여를 실천해야 한다. 모든 사회적 참여를 ‘멈춤’ 상태로 두는 비일상을 더는 지속할 순 없다. 일상의 복원을 위한 창의적인 사회 참여가 시민의 제2생활준칙이어야 할 것이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온라인 시민행동에 참여하고 기후변화 대응을 비롯한 환경가치를 정치적 의제로 삼는 투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현실적으로 다수의 시민들이 오프라인에서 참여하는 사회적 만남이 어려운 감염정국이지만 시민의 뜻을 사회·정치적으로 대의하는 자들을 비접촉 방식으로 응원할 방도는 다양하다. 사람과 자연을 위한 다양한 대의행동을 지원하는 사회적 참여행동, 그것이 시민의 의무가 되어야 한다. 땅을 흐르는 물은 웅덩이를 만나 가득 채운 뒤라야 비로소 다시 흘러갈 수 있다(盈科而後進)고 성인(孟子)은 말했다. 흘러가는 것은 물의 본성이다. 우리 사회의 웅덩이를 매우는 사회적 참여를 지금 시작해야 물은, 우리는 내일로 흘러갈 수 있다.
 
박현철 편집주간 parkhc@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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