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대를 위하여 165] 가속하기 좋은 때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석유가격은 가파르게 떨어져 내렸다. 올해 1월 6일 두바이유는 배럴당 69달러 선이었는데 4월 들어서는 20달러 초반까지 폭락했다. 코로나 때문만은 아니다. 지난 10년 동안 세계 유가 결정구조는 미국의 셰일오일이 경제성을 갖추면서 극적으로 변했다. 미국은 최대 산유국에 등극했고 석유 수출국이 됐다. 산유국기구(OPEC)의 맹주 사우디와 비OPEC 국가의 맹주 러시아의 가격 결정력이 훼손된 것이다. 셰일오일로 유가가 떨어지자 3년 전 사우디와 러시아는 감산에 합의해 석유가 하락을 막아왔다. 그럴수록 그 열매를 미국 셰일오일이 따먹는 아이러니가 심화됐다. 
 
전통 유전과 달리 셰일유전은 노천의 퇴적암을 끝없이 수평으로 수압파쇄하는 수평시추를 계속해야 한다. 지속적으로 시추비용이 들기 때문에 큰 자본이 계속 투자돼야 한다는 뜻이다. 때문에 셰일오일은 배럴당 45달러 이상이 돼야 생산 가능한 경제성이 확보된다. 러시아는 코로나19가 유행해 석유가격이 하락하자 차제에 셰일오일 산업 저격에 나섰다. 지난 3월, 3년간의 감산을 끝내고 증산을 선언한 것이다. 혼자 감산을 계속하면 값싼 러시아 원유에 시장을 내줄 위기에 처한 사우디도 4월 들어 공식판매가격 인하와 더불어 증산에 참여했다. 코로나19 영향에 더해진 이러한 증산효과로 세계유가는 배럴당 20달러대로 급락했다. 저유가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때문에 산업 가동률은 높아지지 않고 있다. 
 
‘탄소예산(Globa; Cabon Budget)’을 발간하는 국제 과학 공동 협의체, 글로벌카본프로젝트(GCP)는 2020년 세계 탄소 배출량이 코로나19 대유행 영향으로 2019년 대비 5퍼센트 이상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덕분에 맑다, 하늘이. 이런 변화가 에너지 전환의 성과라면 기뻐만 해도 모자랄 일이지만 에너지 체제의 근본적 변화가 아닌 석유 3강의 증산과 코로나19라는 예외적 변수에 의한 것이라 이들 요인이 사라지면 다시 화석연료 중독시대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다. 산업용 석유 소비 감소와 저유가가 유지되는 지금 시기는 그래서 에너지 전환을 재촉할 더없이 좋은 기회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긴급예산 편성 등 정부가 국민경제와 생활을 지탱하기 위해 전력으로 행동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지향성을 가지고 그 예산을 써야 하는지 초점이 분산되고 있다. 사회적 약자를 구제하기 위한 복지예산을 뺀 나머지 경제 활성화 예산이 재생에너지 확대와 이를 통한 일자리 확대에 집중돼야 한다. 재생에너지 산업은 에너지 전환과 일자리 확대 양면에 있어서 현 시국에서 그리고 장기적으로 가장 유능한 기제다. 석유 3강의 경쟁과 코로나19 대유행을 에너지 전환의 계기로 삼는 용맹정진이 국가사회적으로 요구된다. 코로나19를 불러온 기후변화, 기후변화를 불러온 석유 중독을 치유할 기회다. 한국은 지금 재생에너지 확대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글 / 박현철 편집주간 parkhc@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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