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대를 위하여 169] 이성적 거리두기

8월 15일 광화문 일대, 일파만파애국자총연합 등 보수단체들이 주최하고 사랑제일교회(담임목사 전광훈) 등이 조직적으로 참여한 집회가 벌어졌다. 전국 곳곳에서 버스를 대절해 상경한 수만 명의 집회 참가자들은 동화면세점 앞 집회 후 찻길로 나섰다. 세종대로 전 차선을 막고 나선 이들은 청와대로 행진했다. 행진 과정에서 단체로 참가하는 인원들도 붙어 규모는 더 커졌다. 경찰이 불법집회를 중단하고 해산하라는 방송을 하자 시위대는 오히려 마스크를 벗어 던지고 경찰 저지선으로 달려가 삿대질을 하며 머리와 어깨로 경찰을 밀어붙였다. 이날 오전부터 심야까지 일대가 소란스러웠다. 경찰의 집회 해산 명령 방송을 14차까지 듣고는 세는 걸 그만두었다. 방송이 나올 때마다 시위대의 악쓰는 소리가 커졌다.
 
815집회를 주도한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는 지난 8월 16~23일 일주일 동안 841명에 이르고 보수단체들이 주최한 815집회 관련 확진자는 136명에 이른다. 이들이 불러올 N차 감염자 규모는 상상하기도 어렵다. 이미 동기간 일평균 국내 발생 신규 확진자 수가 162명을 넘어 ‘사회적 거리두기’ 등급을 3단계(일평균 신규 확진자 100~200명 이상 발생 시 발령)로 올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마땅히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나 815집회 주도세력은 유튜브 등 그들 자신이 메신저가 된 매체를 총동원해 ‘야외 집단감염 한 건도 없다’는 식의 ‘괴담’들을 퍼뜨리면서 방역의 원인과 성과에 관한 과학적 사실을 왜곡하고 이에 더해 방역 중심인 공권력 비방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나아가, 이들의 뒷배를 자처하는 보수언론들은 이들의 주장을 인용, 확대하면서 상호 서로 베끼기를 통해 왜곡의 동심원을 키우고 있다. ‘정부가 전염 통계를 왜곡해 정권에 반대하는 국민들을 탄압’한다거나 ‘중국과의 교류를 봉쇄하지 않아 우리나라가 우한폐렴 천지가 됐다’라거나 ‘문재인이 빨갱이라 우리나라에 신의 징벌이 내린 것’이라는 괴담들 어디에도 이성적인 내용은 없다. 
 
소득 감소와 사회적 관계의 열화를 무릅쓰고 우리 사회 전체가 전심전력으로 진행해온 기존 ‘거리두기’의 성과를 일거에 무너뜨리는 이기적인 행태가 아닐 수 없다. 괴담의 유포자들, 이들을 정치적 목적의 소도구로 이용하는 일부 언론과 정치인들, 기독교도인 척하는 정치적 맘몬 숭배자들을 침묵시킬 근본적인 방책은 ‘그들에게 휘둘리지 않는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데는 괴력난신(怪力亂神)이 제일이다. 괴력난신은 ‘그렇다더라!’ 하는 애초 근거 없는 괴담의 확산을 통해 사회적 영향력을 키운다. ‘사회적 거리두기’ 이전에 일부 교·언·정 세력이 결탁한 ‘괴담 연대의 가짜뉴스’를 멀리하는 ‘이성적 거리두기’가 우리 시민사회에 필요하다.
 
글 / 박현철 편집주간 parkhc@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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