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대를 위하여 175] 가습기메이트 1심 무죄 근거 뒤집혔다

최초의 제품이 나온 1994년 이래 가습기살균제 제품은 총 48종이 출시됐다. 이 중 가장 많이 팔린 제품은 폴리헥사메틸렌 구아니딘(PHMG)과 염화에톡시에틸 구아니딘(PGH)을 원료로 사용한 ‘옥시싹싹 뉴 가습기당번’(415만 개 이상)이었다. 두 번째로 많이 팔린 제품은  메틸클롤로이소티아졸리논(CMIT),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을 원료로 사용한 ‘가습기메이트’(163만7278개)였다. PMMG/PGH를 사용한 제품을 출시했던 옥시레킷벤키저,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의 기업들은 2018년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반면 CMIT, MIT를 사용한 제품을 출시했던 SK케미칼, 애경산업 등은 2021년 1월 12일 1심 재판(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 23부)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무죄 판결의 근거로 ‘CMIT, MIT는 폐 질환과 천식과의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것을 들었다. 재판부가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에 의한 판결’이니, ‘역사적으로 어떤 판단을 받을지 모르겠다’느니 하며 자기 판결의 한계를 스스로 짚는 사족을 덧붙이긴 하였으나, 1심 판결은 원료 물질과 무관하게 다수의 사망자와 피해자들이 고루 발생(그들의 피해를 인정한 건 국가기관이었다)했다는 사실을 외면한 판결이 아닐 수 없다. 
 
판결 이후 한 달이 지난 2월 20일, 1심 판결의 근거를 뒤엎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경희대 박은정 교수팀은 기존 연구가 ‘가습기메이트’라는 제품 자체를 이용한 게 아니라 그 원료물질로만 실험했던 것이라는 데 착안해, 제품의 독성을 더욱 직접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가습기메이트 제품 자체를 사용해 실험쥐에 폐 주입 실험을 했다. 3차 주입 때부터 이상이 발생해 5차 주입 이후 폐석회화와 폐암종성 혈액 응고가 나타났다. 한편 인간의 기관지 상피세포에 200배로 희석된 가습기메이트 액을 주입한 실험에서는 세포핵 천공과 세포질 이상 증식이 발견됐다. 
 
실험 결과대로라면 1심 판결은 오심이다. 사실, 1심 재판부가 재판 당시 시점까지의 연구를 근거로 한 판결이었다는 역사적 한계를 스스로 인정한 것조차 불성실한 판결이었다. 2011년 가습기살균제 독성실험 당시, 질병관리본부는 실험 대상에서 가습기메이트를 제외했었다. 이 실험 제외가 불러온 나비효과가 ‘가습기메이트 1심 무죄’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었다. 가습기메이트를 사용한 피해자가 죽고 장애인이 됐는데 그 제품을 만들고 판매한 자들에게 죄가 없다는 판단 자체가 상식과 부합하지 않는 일이었다. 국가 지원의 사각지대에 방치된 ‘가습기메이트 사용 피해자들을 한시라도 빨리 구제해야 한다’는 시민사회의 요구가 힘을 얻고 있다. 가습기메이트 제품 자체가 인체 유해하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연구 결과가 나온 지금, 추가 연구로 가습기메이트의 인체 위해성을 명백히 공증하고 그 과학적 사실을 바탕으로 하는 전향적인 재심이 이뤄져야 한다. 
 
글 / 박현철 편집주간 parkhc@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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