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대를 위하여 177] 제비클럽 놀러가자

제비는 본래 ‘사람과 자연이 함께 살아야 바른 삶을 살 수 있다’고 알려주는 존재다. 급속한 도시화와 서식환경 악화로 제비 보기 어려운 시대가 됐지만 봄을 알리고, 해충을 잡아먹고, 집안에 깃들어 자연과 함께 어울려 사는 기쁨을 알려주던 ‘제비에 관한 기억들’이 자꾸 우리 삶 속에서 제비를 소환한다. 이 아름다운 익조의 이름을 빌려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삶의 태도를 생활로 보여주는 이들이 있다.  
 
제비클럽(인스타그램 #제비클럽)은 서울환경연합이 온라인상에 개설한 제로웨이스트, 비건 캠페인 참여자들의 둥지다.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제로웨이스트의 ‘제’와 채식 생활자를 뜻하는 비건의 ‘비’를 합쳐 이름을 삼았다. 지난 3월 8일부터 4월 2일까지 캠페인에 참여한 ‘제비들’은 2000여 명에 이른다. 한 달의 캠페인 챌린지 기간이 끝났지만 제비들은 여전히 클럽에 놀러간다. 온라인 둥지에는 제비들의 일상을 담은 사진들이 끝없이 공유된다. 제비로 거듭난 이들의 챌린지는 계속된다. 
 
버스 대신 자전거를 탔다, 전철까지 걸어갔다, 조금만 음식을 해서 남기지 않고 먹었다, 플라스틱병과 비닐포장이 있는 제품을 사는 대신 용기를 들고 가서 시장에서 포장 없는 장보기를 했다, 완전채식 2주차다, 두부가 점점 맛있다, 재활용 안 되는 플라스틱 병뚜껑을 모아 새활용하라고 ‘플라스틱방앗간’에 보냈다, 전동킥보드 중고 분양 보내고 내 발로 미는 킥보드 탄다, 설탕은 비건 포기하는 일…. 제비들의 합창은 끝없다. ‘제비의 삶(blog.naver.com #제비의 삶)’을 담은 인증샷도 끊이지 않고 올라온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출생자로서 디지털 기기와 미디어 사용에 능숙하고, 가치소비를 즐기며, 선한 영향력을 위해 사회적 참여에 거리낌이 없는 세대를 일컬어 MZ세대라고 부른다. 이전 세대와는 다른 세련되고 가치 있는 삶의 태도를 세대 특성을 가진 세대이지 싶다. 환경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소비주의와 결별하고 제로웨이스에 동참하는 결단력, 지구를 해치는 육식에 저항해 채식을 선택하는 윤리적 행동력을 갖춘 이들이 ‘시민환경운동의 5G 시대’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알려준다. 
 
그들이 시민환경운동의 살아있는 나침반이다. 그들에게 시민환경단체는 가치에 호소하고, 참여의 선택권을 주며, 강고한 조직원칙 대신 유연한 공감의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결정하고 행동하는 것은 그들이다. 최상의 리스펙(존중)을 표한다. “당신들이 환경운동의 미래다.” 제비클럽에 놀러가야겠다. 
 
 
글 / 박현철 편집주간 parkhc@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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