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대를 위하여 178] 5.21 한미정상공동성명에 담긴 것과 빠진 것

문재인 대통령과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공동성명이 지난 5월 21일 발표됐다. 특기할 것은, 성명 본문과 부속 팩트시트에 양국이 전향적인 원전사업 공동협력을 명문화했다는 점이다. 양국이 함께 원전 공급망을 구성하여 해외 원전시장에 공동참여하고 해외 국가에 원전을 공급할 때 해당 수입국의 ‘국제원자력기구(IAEA) 추가의정서 가입’을 전제조건으로 한다는 내용을 한미 양국 공동의 ‘(핵무기)비확산 정책’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IAEA 추가의정서는 핵시설에 대해 IAEA가 요구할 때 사찰을 수용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외 원전시장에 한미 양국이 공동 진출하겠다는 이 합의는 사실상 문재인 정부의 핵심 에너지 정책인 탈핵 정책의 근본을 흔드는 것이다. 원전을 수출하는 국가가 국내에서는 탈원전을 추진한다면 수입국으로서는 일단 건설되면 최소 30~60년까지 가동될 원전의 운영 안전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기 마련이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 초기 탈핵정책을 추진하자 아랍에미리트가 MB정부 당시 자국에 수출한 원전에 대해 이런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탈핵은 국내용이며 수출용 원전을 위한 국내 원전산업의 유지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진화했다.이러한 원전 수출과 내수 투 트랙 전략의 이중성은 사실상 자기부정으로 귀결되기 마련이다. ‘수출해도 안전한 원전을 왜 국내에선 더 지을 수 없느냐?’는 질문에 답할 수 없기 때문이다. 
 
환경연합을 비롯한 탈핵시민단체들은 이러한 문재인 정부의 이중적 핵산업 정책이 불러올 결과에 대해 우려를 표해왔다. 결국 국내 핵산업계가 저 질문을 앞세워 ‘탈핵 정책의 무력화를 넘어 폐기’로 나아갈 것이며 찬핵정부가 들어서면 기존의 탈핵 정책이 역진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전환로드맵 정책에 의해 건설이 중단된 신한울 3·4호기는 2017년 2월 발전사업허가를 받은 것으로 4년 시한 안에 공사계획인가를 받지 못하면 취소돼야 했으나, 지난 2월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위원회>가 인가 기간을 2023년 12월로 연장해주었다. 내년 상반기 대선 결과에 따라 새 정부에 의한 인가 가능성을 열어준 것이다. 해외 원전시장 공동참여를 한미 양국 정상이 합의한 것은 국토 면적당 최다 원전을 밀집시킨 원전 불안국가이자 겨우 탈핵의 경로를 밟기 시작한 한국의 입장에서는 거대한 위험으로의 회귀를 불러올 우려를 키운 일이다. 
 
한편, 이번 성명에는 중요한 양국을 넘어 태평양 연안 모든 국가들의 공동현안에 대한 논의와 합의가 빠졌다. 일본의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한 금지와 제재를 위한 공동행동에 대한 논의 자체가 되지 않은 것이다. 이 또한 미래의 우려를 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탈핵한국을 위해 활동하는 모든 시민과 환경사회단체들이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더욱 분투해야 한다. 
 
 
글 / 박현철 편집주간 parkhc@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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