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대를 위하여 179] ‘정도’로만 가능하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의 정책 지향이 흔들리고 있다. 
 
2020년 12월 28일 열린 9차 원자력진흥위원회 회의(정세균 국무총리 주재)에서 소형모듈원자로(SMR) 중심의 원자로 기술개발 추진전략이 논의됐다. 2021년 1월 대통령에게 보고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업무계획에도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술 개발사업 추진계획이 들어 있었다. 4월 14일에는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이 공동위원장으로 있는 <혁신형 SMR 국회 포럼>이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 확대를 공론화했다. 5월 14일에는 더불어민주당 당대표가 된 여당 내 대표적 찬핵주의자인 송영길 대표가 대통령이 참석한 자리에서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 지원 확대를 요구하며 일련의 정부 내 원전산업 유지 및 확대 기조에 화룡점정했다. 원전산업 수명연장 및 부흥론을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을 핑계로 공식화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낙동강 취수원 다변화’ 계획을 담은 ‘낙동강 통합물관리 방안’이 6월 24일 열린 <낙동강유역물관리위원회>(공동위원장 한정애 환경부 장관)에서 결정됐다. 4대강사업으로 낙동강에 건설된 8개 보의 해체를 비롯한 처리방안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낙동강물을 식수로 먹던 지역에 ‘낙동강 수질이 문제적이니 다른 수질 좋은 곳에서 식수를 해결하겠다’고 공식화한 것이다. 그 다른 좋은 수질의 물을 얻는 방법이란 지류의 댐과 강변여과수를 이용하는 것이다.  MB정권이 4대강사업 강행을 위해 내세웠던 식수원 대체 방안이 ‘지류의 식수댐과 강변여과수 이용’, 바로 그것이었다. 
 
4대강 보의 해체를 통해 ‘4대강 재자연화’를 한다는 게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자 물관리 정책의 핵심이었다. 탈원전은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의 핵심이었다. 핵심 정책을 부동산 정책 등의 실패로 내려앉은 지지율 반등을 위해 역진시키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여당이 환경 분야에서 자기정체성의 근간으로 내세웠던 정책을 스스로 부정하는 현실은 그로테스크하다. 후쿠시마 오염수의 해양방류에 직면해서도, 매년 강들을 질식시키는 녹조의 번창을 보면서도 ‘탈원전과 4대강 재자연화의 역사적 책무’에 등을 돌리는 정부여당의 변신을 보는 일은 고통스럽고 우려스럽다. 
 
그 어떤 정치적 지지도 자기 자신을 지키지 못하는 존재에게 향하지 않는다. 특별히 국가와 사회의 운영을 담당하려는 정부와 정당의 자기정체성이란 ‘소나무 같은 원칙이자 철학’이지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버드나무 같은 유연함’ 따위의 것이 아니다. 재집권이 목적지일 것이 분명한 지지율 유지, 회복을 향한 욕망을 정책상의 ‘권도’로 착각해선 안 된다. 맹자는 ‘권도로 천하를 구원함이 가능하지 않느냐’는 요지의 질문에 단언한 바 있다. ‘아니, 정도로만 가능하다!’ 
 
 
글 / 박현철 편집주간 parkhc@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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