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대를 위하여 30] 우리 서로 거름되기를 / 박현철

글 박현철 편집주간 parkhc@kfem.or.kr


‘말할 수 없는 자리에서 침묵하라!’는 비트겐슈타인의 일갈은 과오에 침묵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논리적 정합성을 가지지 못하는 언어는 발설하지 않는 것이 과학적인 태도라는 것이다. 역으로 말해야 할 자리에서는 아무리 굳은 혀라도 일깨워 말해야 한다.

환경연합은 회원들과 시민사회의 기대와 여망을 깨는 참람한 과오를 저질렀다. 객관적으로는 예외적 개인에 속하는 한 두 활동가의 과오이지만, 그들의 마비된 윤리의식을 관리체계 속에서 사전에 저지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활동가 전체의 책임이 아닐 수 없다. 그만큼 자기검열과 신독하려는 의지가 작았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환경연합 활동가들이 고개를 숙인 모습은 한국환경운동사의 가장 큰 충격이다. 도덕성이라는 가장 큰 자산에 상처를 입었으므로, 믿었던 동료에게 배신당했으므로 활동가들은 정신적인 외상을 입었을 것이다.

박봉에도 불구하고 환경운동에 열정을 바쳐온 그들의 상처 입은 정신을 치료할 프로그램을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그러나 가장 큰 상처는 활동가들이 아니라 환경연합을 지지하던 회원들이 받은 상처다. 우리 회원들이 받은 상처에 대한 치유책은 전국 사무처 활동가들의 자기를 비우고 내려놓는 헌신일 수밖에 없다.

회계 투명성 강화, 지역으로 활동의 중심적 역할을 옮기는 쇄신안의 골자가 쇄신위원회에서 마련되고 있다.

11월 29일 전국 대표자회의에서 쇄신위원회가 6차에 걸쳐 정선한 쇄신책을 논의하고 장기적인 환경연합 쇄신의 방향을 결정하게 된다. 운동방식은 물론 단체의 성격까지 바꾸자는 논의다. 우리 회원들은 이 논의를 주시하고 논의 결과들이 얼마나 진지하게 이행되는가를 평가하게 될 것이다. 세상의 그 어떤 평가보다 회원들의 평가가 중요하다. 세상이 다 ‘됐다!’고 해도, 회원들이 ‘아니다!’고 평가하면 부족한 것이다. 환경연합은 회원의 자발적 참여로 이루어진 단체이기 때문이다.

환경연합의 쇄신안은 무엇보다 회원을 받들고 회원 속에서 함께 운동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환경연합은 운동적 전위들의 결합체가 아니라 시민사회 구성원들의 지지와 후원을 기반으로 한 단체이기 때문이다. 더 열렬히 회원들과 소통하고 더 치열하게 활동가의 입장과 회원들의 입장을 동일하게 가져가려 노력해야 한다. 그러고서야 환경연합은 ‘더 이상 두려운 것이 없이 환경운동의 최전선으로 나설 수 있을 것이다.’

부끄럽다고 고백하고 진정을 담아 반성하는 것이 용기다. 지금은 환경연합의 이름을 함께 쓰는 모든 회원과 활동가, 임원들이 서로에게 연민이거나 폭력이 되어 서로를 가여워하고 버릴 때가 아니다. 참오하는 용기의 반석 위에서 과오를 헌신의 땀과 눈물로 불태우고 그 재 속에서 다시 태어나야 할 때다. 불이 나뉜다면 그 무엇 하나 사르지 못할 것이다. 함께 타올라야 불꽃이 크다.

그래야 얼어붙은 서로의 마음을 녹이고 마침내 봄을 불러올 것이다. 굳은 혀를 굴려 말하자. “나는 당신의 지지자가 되고 당신은 나의 후원자가 되자. 우리 서로에게 거름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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