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대를 위하여 32] 이웃에 대한 적바림

세계적 경제위기의 이 시대에 진실로 두려운 것은 지구를 지배했던 생물들 가운데서도 가장 막강한 종인 인류가 스스로를 ‘지구 생태계 속에서 양보하고 나누어 줄 것이 많은 존재’로 파악하기보다 ‘지구에서 가장 헐벗고 불쌍한 존재’로 자기를 속이고 있다는 데에 있다. 이러한 전도된 인식은 체제 하부의 경제적 패배자들의 숫자가 극적으로 증가한 현실 속에서 그들이 생명의 공존이라는 지구적인 차원의 사고를 하는 건 꿈도 못 꿀 만큼 각박한 생존경쟁에 내몰려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더욱 강화된다. 그들에게 당장 내 새끼 입에 밥이 들어가게 하는 일은 설령 그것이 단기간의 거품에 기댄 것이라 해도, 이 포악한 정체의 승리자들`—상위 0.1퍼센트가 발명하고 유포한 경제제일주의 프레임을 거부할 수 없게 만드는 마약이 된다. 

인간다운 존엄을 지키며 생활할 수 있어야 인간은 자연의 청지기다운 사고와 실천이 가능하다. 환경운동이 우리 사회의 약자들의 권리를 지키고, 그들이 환경의 오염과 파괴, 상품화로 인해 겪는 피해를 구제하고 그들의 복권을 먼저 나서서 도와야 할 이유는 거기에 있다. 토건산업에 대한 투자로 투기적 거품을 불려 경제회복의 착시효과를 노리는 정부 아래에서 토지와 자본 없이 비정규직으로 자신의 노동을 헐값에 넘길 수밖에 없는 이들이 이 나라 생태계와 사회의 운명까지 그러쥔 운하와 도심 서민의 생활안전을 박살내는 재정착률 20퍼센트짜리 도심 재개발을 끝까지 거부하기 힘들다. 끝까지 거부했던 용감한 이들조차 공권력에 의해 화형당하는 판국이다.

우리 사회 약자들의 생활은 자연과 환경의 건강성에 크게 기대고 있다. 환경오염과 파괴는 누구나 무상으로 수혜를 보던 대자연과 환경의 공익적 가치가 증발하는 일로서 누구보다 사회적 약자들에게 치명적이다. 도시에서도 인정의 생활공동체를 꾸려가던 이들에게 마을의 소멸은 삶의 소멸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그러므로 대자연의 상품화, 공간의 상품화로 인한 자연과 인간 수탈이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오늘날, 역설적으로 자연과 사회적 약자들이 가장 진보적인 에너지를 가질 수밖에 없다. 사회가 대자연과 환경을 생각하는 방향으로 진보하지 않는다면 그들에게 내일이 없기 때문이다. 

사회적 진보의 열망을 올바른 방향으로 조직할 임무가 우리에게 있다. 실마리는 먹을거리 안전, 환경보건상의 안전, 삶의 근거가 되는 자연환경과 생활공간의 건강성을 지키는 운동에 있다. 대자연과 환경, 사회적 약자를 지키는 운동이 생활환경운동이다. 우리는 교사이자 학생으로서 이웃이 되어 생활환경운동의 사회적 학습을 조직하는 이가 되어야 한다. 

박현철 편집 주간 parkhc@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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