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환경용어풀이 말뜻새뜻 13] 유기농인증동등성협약

2012년 6월 1일, 이명박 전 대통령은 국회 의결을 거쳐 「친환경농업육성법」을 개정한 법률 하나를 공포했다. 「친환경농어업 육성 및 유기식품 등의 관리·지원에 관한 법률」은 땅에 난 것이냐, 물에서 난 것이냐, 그것들을 가공한 것이냐에 따르는 제각각의 인증제를 통합운영하도록 했다. 그리고 더 중요한 ‘통합’도 하나 규정했다. ‘해외에서 생산된 유기농수산물로 가공한 수입식품이 생산국가의 유기인증을 받아 한국에 수출됐을 경우, 그 제품을 우리나라 유기인증을 받은 것으로 인정한다.’ 

개정법은 이른바 유기농인증동등성협약(Organic Equivalance Agreement)에 대한 것이다. 이 협약은 각기 다른 나라의 유기농 인증이 동등성이 있다고 인정하는 것이다. 수입 유기농산품에 대한 수입국 자체의 유기농 인증 장벽이 제거돼 유기농산물의 국제교역을 획기적으로 증대시키고 있는 협약이다. 캐나다와 미국이 이 협약을 체결했고, 미국과 유럽연합도 체결했다. 

문제가 없지는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유기농수산물 생산력에 따르는 시장지배력의 차이다. 유기농수산물 강국인 캐나다와 미국 같은 나라의 수출 공세에 이제 겨우 자리 잡기 시작한 국내 유기농수산물 생산체제가 버틸 수 있을까. 미국도 상당한 생산력을 가지고 있었으나 협약 체결 이후 캐나다 산 유기농수산물이 미국의 총 유기농수산물 시장의 40퍼센트를 장악했다. 헤비급들 사이에도 경쟁력에 따른 시장 지배가 이토록 명백하게 드러나는데 하물며 한국 같은 플라이급이 그들과 겨룬다?

두 번째 심각한 문제는 미국이나 캐나다 같은 유기농수산물 수출 강국들이 GMO농수산물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재배하는 나라들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GMO 종자의 화분이 바람에 날아와 유기농지대를 오염시키거나, 이송 도중 흘린 GMO가 지역 생태계에 흘러들어간 사례는 차고 넘친다. 미국은, 이런 비의도적 오염은 유기농 인증을 받을 수 있는 기준을 어겼다고 보지 않는다. 비의도적 혼입은 더 일반적이고 더 광범위한 문제다. 유럽연합이나 일본은 유기농 제품 중에 GMO가 우연히 섞여있는 비율(유럽연합 0.9퍼센트, 일본 5퍼센트)을 인정하고 있다. GMO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재배하는 미국 역시 5퍼센트 비율을 인정하고 있다. 사실상 수입 유기농 제품이 GMO가 아니라고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유기농산물은 단지 GMO가 아니고 농약과 화학비료를 안 친 먹을거리라는 의미만 가진 건 아니다. 유기농산물은 사람과 자연에 함께 이로운 먹을거리라는 더 근본적인 의미를 가진다. 유기농산물이나 GMO나 외국에서 올 땐 똑같은 탄소 먹는 하마가 된다. 게다가 외국 유기농은 국내 유기농의 생산기반을 파괴하는 황소개구리가 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수입 유기가공식품들도 국내 유기농인증을 받은 것과 같은 자격을 주는 「친환경농어업 육성 및 유기식품 등의 관리·지원에 관한 법률」의 규정은 외국과의 실무협의를 거쳐 2014년부터 시행된다. 협약 가입을 종용하는 미국을 위시한 유기농 수출강국들에게 한 줌도 안 되는 국내 유기농시장을 내줄 수도 있는 법이 몸을 일으키고 있는데도 온 나라가 조용하게 이 법의 시행을 지켜보고 있다.


박현철 편집주간 parkhc@kfem.or.kr

제작년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