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축산분뇨 처리와 미래에너지 확보 바이오매스로 풀자 _ 김연지



고양시의 한 하천 근처, 돼지농가의 분뇨퇴비화시설이 들어서 있다. 겨울이라 그나마 악취가 약한 편이지만 날이 풀리면 악취가 진동한다. 장마철이 되면 퇴비로 만들기 위해 쌓아놓은 축산분뇨가 쓸려 내려가 하천을 오염시킨다. 단양에서는 축분 때문에 하천의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한 사례도 있다. 이런 일이 전국 각지에서 벌어진다. 경기지역 일간지들에 따르면 2004년 경기도 내에서만 적정 처리되지 못하고 축사 주변에 쌓아두거나 무단폐기되는 축산분뇨가 연간 40만 톤에 이른다. 또한 해양투기되는 양도 307개 농가의 연간 7680여 만 톤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축분뇨 불법처리 백태
논이 온통 가축분뇨로 덮여 있는 곳도 있다. 생분뇨를 그대로 퍼다 버린 듯 요분이 흥건하다. 놀랍게도 이곳은 낙동강 상수원 수변지역에서 불과 500미터도 떨어져 있지 않은 논이다. 제대로 완숙되지 않은 분뇨를 토양에 이렇게 그대로 투기하면 주변 하천과 지하수, 토양에 심각한 오염을 일으킨다. 이보다 더 심한 일도 공공연하다. 축산분뇨를 무단방류하기 위해 비밀배출구를 설치한 농가가 있는가 하면 웅덩이를 조성해 축산폐수를 묻어버리기도 한다. 비가 오면 야음을 틈타 하천과 도랑에 무단투기를 하는 행위는 이미 고전적인 방식이다. 농지에 작물을 심지 않고 일 년 내내 축산분뇨를 살포하는 어처구니없는 경우도 있다.

돼지 한 마리가 열 사람 분량의 분뇨를 내놓지만, 전반적으로 보아 가축들의 분뇨량은 총 폐수량에서 그다지 많은 것은 아니다. 하루에 발생하는 총 폐수 중 축산폐수의 양은 0.5퍼센트에 불과하다. 문제는 오염 기여도다. 축산폐수는 발생량별 오염부하가 같은 양일 때 생활하수의 140배, 산업폐수의 90배에 이른다. 유기물과 질소의 농도가 아주 높기 때문에 처리가 쉽지 않다. 가축분뇨량 자체도 육식 위주의 소비가 늘면서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90년대 중반 이후 축산농가의 기업화, 전업화의 영향으로 현재 축산분뇨는 하루 14만 톤, 연간 5천만 톤이 배출되고 있다. 기술경제적으로 효율적인 처리법을 찾지 못해 가장 애를 먹는 건 축산농민들이다.

축분처리 현장의 기술·경제적 실패
가축분뇨처리를 위한 다양한 기술이 있지만 크게 퇴비화시설(고액분리시설, 톱밥발효시설 등)과 액비화시설, 정화처리시설, 해양투기, 공공처리시설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최근 축산농가가 선호하는 방식은 해양투기이다. 처리가 간편한 걸 생각할 때 비용이 싼 편이기 때문이다. 고액분리시설이나 액비저장시설 등을 쓰더라도 농가들이 이 설비를 운용하는 데는 애로사항이 많다.

인건비와 에너지 비용(전기세)을 제외한, 퇴비나 액비처럼 분뇨를 자원화한 발효분뇨를 처리하는 데 드는 농가의 부담이 1톤당 약 1만 원 정도다. 만일 해양투기한다면 분뇨 발효의 번거로움, 인건비, 운영비가 들지 않는다. 해양투기 비용은 해양과 가까운 지역은 1만3천 원, 내륙으로 들어가면 육상수송비가 추가돼 1만7천 원 정도다. 축산농가의 분뇨처리비용은 실로 엄청나다. 약 1만 두의 돼지를 키우는 농가에서 1일 60톤의 축산분뇨가 나온다고 하면 톤당 1만 원씩만 잡아도 하루 60만 원의 분뇨처리비가 들고 돼지축사나 분뇨처리시설 가동에 드는 전기세 등을 포함하면 한 달 약 2400만 원씩 고정 지출이 생기게 된다. 지난 몇 년 간은 돼지고기 값이 올라 양돈농가 사정이 괜찮은 편이지만 미국산 수입쇠고기가 들어오고 세계무역기구(WTO) 농업협정의 영향이 본격화되고, 한미투자협정(FTA)의 영향도 가중되면 낙관은 어렵다. 그때도 현수준의 분뇨처리비를 축산농가가 부담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해양수산부가 유기성폐기물의 해양투기를 금지하는 방향으로 법을 정비해나가고 있다. 이로 인해 축산농가에 고액분리기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고액분리기가 보급된다고 하더라도 이에 걸맞은 축산농가가 있고 안 맞는 농가가 있다. 정부가 지급하는 환경개선제를 사용하는 농가는 돈분이 분해되어 탈수할 것이 별로 없는 액체 상태의 분뇨를 배출하고 있으므로 이들에게 고액분리기는 무용지물이다. 또 고액분리기는 분뇨가 모두 한꺼번에 들어가 한꺼번에 나와야 하는데 이를 맞추기도 쉽지 않다. 돼지 종류에 따라서도 돈분의 상태가 틀려진다. 무엇보다 고액분리시설의 가장 큰 어려운 점은 탈수 시에 한 사람이 온전히 붙어서 일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여기에 드는 인건비, 전기세 등은 부담이다.



톱밥을 이용한 퇴비화도 언급된다. 톱밥을 분뇨와 섞어 잘 발효시키면 좋은 유기질 퇴비가 된다. 사용자가 늘자 톱밥가격이 높아지면서 수급에 차질이 생겼다. 결국 이 또한 잘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그러면 액비화시설은 어떠한가. 분뇨를 저장조에 넣고 폭기(산소를 불어넣는 작업)해 분뇨를 일정기간 이상 발효시켜야만 한다. 폭기과정 없이 생으로 농산물에 뿌리면 오히려 독성 때문에 수질, 토양오염은 물론이거니와 농작물 자체도 망친다. 그러나 폭기시설인 액비저장조는 거품이 많이 발생해 실제 처리하려는 용량보다 처리용량이 훨씬 작아진다. 500톤 규모를 설치했다 해도 300톤 정도밖에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또 악취가 심해 민원이 빈발하고 있다. 전력비용 또한 부담이다. 농가에서 전기세를 아끼려고 폭기를 안 하는 곳이 많은 것은 이 때문이다. 또한 폭기를 20일 동안 애써 한 액비나 폭기를 안하고 보관만 해놓은 분뇨나 그 성상을 외관상 비교하기 어려운 맹점을 이용해 일부 분뇨처리업자는 그대로 생분뇨를 싣고 가 비료라고 우기기도 한다.

부상분리 방식의 정화시설은 폐수처리를 할 때 쓰이는 것으로 일반 생활폐수 등에 적용하는 방식이다. 이를 축산분뇨에도 도입해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축산분뇨의 고농도 오염도 때문에 제대로 된 처리는 쉽지 않다. 잘 쓰면 자원이 되는 분뇨를 ‘폐수’의 개념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결국 자원을 버리는 접근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과정에서 막대한 에너지가 낭비되는 건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농민들이 자연스럽게 선택한 건 해양투기다. 농림부가 조사한 분뇨처리현황에서는 해양투기량이 전체 분뇨배출량의 4퍼센트라고 하지만 농협중앙회에서 표본조사를 한 결과는 25퍼센트가 해양배출을 한다고 조사되었다. 양돈인들을 만나 보면 실제로 이 문제는 발등의 불이 되고 있다. 다시 예전의 기계를 돌리자니 지난 몇 년간 기계는 모두 녹이 슬어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되었고, 다른 기계를 설치하자니 강화되는 규제에 어떤 방식의 기계를 선택해야 할지 고민스럽다는 것이다.

악취도 고충이다. 지난해 벽제농협 발효퇴비장 인근 아파트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치자 벽제농협은 5억 원을 들여 악취방지시설을 추가로 건설했다. 그러나 별 효과를 못 보고 아직도 눈이 따갑거나 구토증세까지 보이는 주민들이 있다. 악취는 퇴비화 공공처리장 주변의 가장 큰 민원거리이다. 규모가 큰 공공처리시설들 대부분이 마찬가지 애로사항을 안고 있다. 이렇다보니 공공처리시설을 확충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번번이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쳐 쉽게 집행이 안 되고 있다.

바이오매스로 풀자
지난 1993년부터 10여 년간 정부는 약 1조5천 억을 투자해 축산분뇨대책을 세우고 실천했다. 그러나 오늘날의 현실은 결코 만족스럽지 못하다. 향후 10년간 새로이 2조 원 이상이 투입될 예정인데 이런 비용을 들인다 해서 축산분뇨처리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까. 예산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의 방향과 효율성을 따져보아야 할 때다.

최근 가축분뇨법이 입법예고되고 가축분뇨관리의 일원화, 순환형사회를 지향하는 내용이 삽입된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정책의 비전을 더욱 분명히 해야 한다. 똥으로 전기를 만드는 바이오가스(바이오매스는 경유를 만드는 바이오디젤 기술과 메탄 등 가스를 만드는 바이오가스 기술로 나뉜다)는 우리에게 희망이다. 기술도 크게 복잡하거나 어렵지 않다.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이 기술을 중심으로 농촌의 에너지 생산과 수익모델을 만들어 물질순환체계를 견고하게 구축하는 일이다.

똥으로 전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분뇨를 3~40일 충분히 발효시켜야 한다. 여기에 에너지작물이나 음식물쓰레기나 도축장의 기름과 같은 유기성폐기물을 첨가하면 가스 생산량이 더 높아진다. 발효과정에서 나오는 메탄가스를 포집하기 위해 공기와 완전 차단하는 시설을 갖추게 되는데 이런 혐기성 시설은 악취문제가 거의 없다. 게다가 이산화탄소보다 온난화 효과가 20배 더 강한 온실가스인 메탄가스를 포집해 태워 전기를 만들고 이산화탄소만 배출하게 되므로 그만큼 지구온난화를 막는데 기여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 같은 비전을 일관되게 추진할 정책의지가 필요하다. 정부의 추진력을 지속시키기 위해 시민사회의 지원 또한 끈질기게 이어져야 한다.

돈을 들여서 축산분뇨를 버릴 것인가. 고농도 오염물질인 축산분뇨를 투기해 강과 하천, 땅과 바다를 오염시킬 것인가. 아니면 똥에서 에너지를 얻어 가축분뇨를 비료와 에너지로 바꿀 것인가. 한국축산이 에너지를 기르는 산업이 될 수 있다. 이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축산과 미래에너지를 실현해야 하는 시대의 의무이다.


김연지 kimyj@kfem.or.kr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변화팀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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