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 시간이 빚은 바다의 정원

전남 신안군 도초도
 
하늘에서 보는 갯벌은 전혀 새로운 세계를 보여줍니다. 평범한 일상의 풍경도 시각을 달리하면 독특한 풍광을 빚어내는데 갯벌의 풍광은 특별히 더 그러합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낯설고 새로운 풍경을 발견했을 때의 희열과 감동이, 하늘에서 바라본 갯벌에 있습니다.
 
갯벌은 조수간만의 차이에 의해 육지와 바다 사이에서 하루에 두 번씩 모습을 드러내는 바닷가의 젖은 땅입니다. 해안 경사가 완만하고 밀물과 썰물의 차이가 큰 해안에 오랫동안 퇴적물이 쌓이면 갯벌이 만들어집니다. 바닥에 쌓인 퇴적물의 입자 크기에 따라 펄갯벌과 모래갯벌, 혼합갯벌로 나뉩니다. 펄갯벌은 물살이 느린 바닷가나 강 하구의 후미진 곳에 발달하는데 찰흙처럼 매우 고운 펄로 이루어진 곳이라 발목은 물론 허벅지까지 푹푹 빠지기도 합니다. 모래가 대부분인 모래갯벌은 물살이 빨라서 굵은 모래도 운반할 수 있는 바닷가에 주로 발달합니다. 그 두 갯벌 사이에는 펄과 모래, 작은 돌처럼 여러 크기의 퇴적물이 섞인 혼합갯벌이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경기도 화성시
 
우리나라 서·남해는 갯벌 생성의 최적 조건이 갖춰진 바다입니다. 평균 수심이 55미터 정도로 얕고 조수간만의 차가 3~9미터나 될 정도로 큰 데다가 여러 강의 상류에서부터 흘러온 흙과 모래가 하구를 거쳐 연안 바다로 흘러듭니다. 구불구불한 리아스식 해안이 파도의 힘을 분산시키기 때문에 퇴적작용도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어 넓고 완만한 갯벌이 형성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전체 갯벌면적의 83퍼센트가 서해안에 분포하는 건 그런 여러 자연조건에 서해 연안이 부합하는 까닭입니다. 우리나라 서해갯벌은 캐나다 동부 해안, 미국 동부 조지아 연안, 유럽의 북해 연안, 아마존 강 유역 연안과 더불어 세계의 5대 갯벌로 꼽히고 있습니다.
 
갯벌을 질퍽거리는 쓸모없는 바닷가 땅으로, 겨우 어민들 조개잡이 땅 정도로 생각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런 생각이 1960년대 이후 산업화와 인구증가에 따라 토지와 식량자원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자 별다른 고민과 숙고 없이 간척사업을 활발히 벌이게 한 배경입니다. 그런 탓에 갯벌 면적은 계속 축소되어 왔습니다. 세월이 흘러 갯벌의 생태학적 기능과 사회경제적 가치가 새롭게 밝혀지고 조명되면서 갯벌은 비로소 제대로 대접받기 시작했습니다. 갯벌을 지키는 것이 환경생태적 측면뿐 아니라 어업, 양식업, 관광산업 등 사회경제적 부가가치 창출에 유리하다는 사실이 갯벌보존에 대한 사회적 여론을 형성한 바탕입니다. 
 
전북 고창군
 
서해안 갯벌은 수심이 특히 얕고 간석지가 발달했습니다. 덕분에 굴, 바지락, 조개 등 각종 어패류의 산란에 유리해 이들을 먹이로 삼는 다양한 철새들도 휴식과 번식을 위해 사시사철 서해안 갯벌로 날아옵니다. 서해안 갯벌은 식물플랑크톤을 포함한 식물 164종, 동물 687종이 살아가는 터전이며, 전 세계적으로 멸종 위기에 처한 물새 중 47퍼센트가 주요 서식지로 이용하는 생태계의 보고입니다. 이 생태계의 한 구성원으로 사람도 있습니다. 서로 도움을 주고 서로를 지키는 갯벌 생태계의 모든 현명한 이용자와 구성원들이 갯벌을 지키는 보호자들입니다.
 
시간이 켜켜이 쌓여서 이루어진 다양한 생명들의 터전, 갯벌. 갯벌은 시간이 만들어 준 생명의 정원, 바로 ‘바다의 정원’입니다.
 
글・사진 / 신병문 포토그래퍼, 다큐멘터리스트
하늘에서 본 우리 땅의 새로운 발견’을 주제로 우리 국토의 구석구석을 남다른 시각으로 기록하고 있다. 이 땅의 아름다움과 지리적 특성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그의 사진은 오늘날 우리 국토의 풍경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담고 있다.
 
더 많은 사진은 월간 함께사는길 2월호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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