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꿩’, 공간 개발의 희생양이 되다

서울특별시/서대문구 한 모퉁이에/섬처럼 외롭게 남겨진/개발제한구역/홍제동 뒷산에는/꿩들이 산다./가을날 아침이면/장끼가 우짖고/까투리는 저마다/꿩병아리를 데리러/언덕길/쓰레기터에 내려와/콩나물대가리나 멸치꽁다리를/주워먹는다./지하철 공사로 혼잡한/아스팔트길을 건너/바로 맞은쪽/인왕산이나/안산으로/날아갈 수 없어/이 삭막한 돌산에/갇혀 버린 꿩들은/서울 시민들처럼/갑갑하게/시내에서 산다.

-「서울꿩」, 김광규, 1983

 

‘서울 꿩’, 그리고 2009년 용산참사

시인이 고발한 ‘쓰레기터에 내려와 콩나물대가리나’ 주워 먹는 꿩의 모습에서 문명에 의해 훼손되어가는 자연의 모습을 본다. 홍제동 개발제한구역에 사는 꿩과 개발이라는 명목 하에 이루어지는 문명의 자연 파괴적 대립은 26년이 지난 오늘에도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생존권과 주거권을 지키기 위해 목숨마저 내걸어야 하는 한국적 도시개발의 굴레가 6명의 아까운 생명을 삼켜버린 용산참사는 이를 웅변한다. 

토지의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고도이용과 도시기능을 회복한다는 본래의 목표에도 불구하고 재개발사업이 저소득층의 주거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높다. 저소득층이 살고 있던 지역의 주거환경이 개량되기는 하지만 그 혜택이 저소득층에게 돌아간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도시기능의 회복이라는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 재개발사업이 완료된 곳에는 어김없이 도로가 정체되고, 재개발사업을 통해 발생하는 많은 이익은 주로 사업주와 지역 토호들에게 흘러가고 개발지구 기반시설 비용은 시민들의 세금으로 충당되기 때문이다.

2007년 말 기준으로 전국에 661개 구역이 재개발사업구역으로 지정되었고, 그 중 363개 구역에서 사업이 완료되었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68퍼센트, 부산이 20퍼센트로 두 지역을 합치면 전체 주택재개발사업구역의 88퍼센트를 차지한다. 공공 주도의 주거지정비사업인 주거환경개선사업은 2007년 말 기준으로 전국에 958개 지구가 지정되었다. 뉴타운사업이라 불리는 재정비촉진사업은 2008년 4월 현재 전국 51개 지구가 대상지(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되었는데, 주거지 형이 38개, 중심지 형이 13개 지구다. 지역별로는 서울시가 22곳으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경기도가 13곳으로, 수도권과 광역시 집중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원거주민 주거환경개선보다 사업성(이윤)위주의 대규모 주거지 정비사업은 영세한 토지 및 건축물소유자 배제 등 원주민의 낮은 재정착률, 세입자주거대책 미비, 관계망단절 및 정주의식 상실 등 지역공동체의 와해, 재개발기간동안 임시거주대책 전무, 과밀개발로 인한 주거환경 악화, 생태공간의 파괴 등 도시환경의 총체적 심화를 발생시킨다. 

다양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재개발사업이 계속 진행되고 있는 것은 정부의 관심이 다른 데 있기 때문이다. 재개발사업은 주택공급을 늘리는 효과가 있는데, 정부가 이 점에 주목하면서 다른 문제점들을 백안시하고 있는 것이다. 주택을 많이 건설하면 주택가격이 안정되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이롭고, 건설자본에게도 물량을 확보해줄 수 있다. 신도시 물량이 완료되는 시점에 계속 주택 공급수준을 유지하도록 재개발과 재건축의 규정을 완화한 것은 이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주택이 잘 분양되면서 택지공급이 어려운 수도권, 특히 서울에서 재개발이나 재건축은 급격하게 증가한 것이다. 

2008년 총선에서 뉴타운개발 등 각종 개발공약을 남발했던 이들이 대거 국회의원이 되었다. 특정 정당이 그 효과를 톡톡히 보기는 했지만, 그 밖의 정당들이 내놓은 공약도 각종 개발계획을 내세웠다는 점에서는 같다. 지난 수십 년간 개발사업의 명분은 주거문제 해결과 경기 활성화였다.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진 개발 공약과 이에 따른 개발 사업의 가장 큰 피해자는 환경·사회적 약자들이었다. 

숲이 있는 동네 뒷산은 신선한 공기, 먹을거리 일부를 제공하는 공간이었다. 마을 공터와 뒷산의 텃밭 가꾸기는 개인에게도 이익이지만 그 자체로 마을 전체의 생태지수를 높이는 행위다. 뒷산에서 발원해 마을을 흘러가는 실개천도 자연이 공동체에 무상으로 선물한 것이다. 이 모든 자연-환경재의 혜택을 도시재개발이란 이름으로 박탈당하고 환경·사회적 약자들은 철거민이 되어 점점 더 열악한 곳으로 이주를 강요받았다. 비단 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1970년대 철거민들의 집단 강제이주(현 성남시), 목동사태, 최근 은평뉴타운 개발로 사라진 한양주택 등, 철거민들은 거주지에서만이 아니라 자연으로부터도 소외를 강요받았다. 오랜 삶의 방식과 관계망, 생태환경과 공간이 재개발 아파트로 대체되면서 삶의 방식이 직선으로 구획되고 분절됐다. 주거지정비사업 과정에서 기존 공동체의 토대는 송두리째 허물어진다. 

 

성장연합과 개발레짐

부동산 개발을 주요 목표로 삼고 정책을 추진하는 성장연합이 구성한 성장기구 안에는 3가지 동맹형태가 존재한다. 첫째, 개발 절차를 통해 직접적인 이윤을 획득할 수 있는 공공·민간개발업자, 금융업자, 건설 관련 이해 관계자(건축업자, 건축가, 도시계획 수행자, 부동산업자)와 같은 비즈니스 세력 간 연합이 있다. 둘째, 개발 프로젝트가 자신들의 생산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높여줌으로서 성장 절차 과정에서 간접적으로 혜택을 받는 집단이 있다. 셋째, 지역에 연계를 갖고 있는 기관이나 이해관계 세력들로, 도시에서 진행되는 특정한 성장 유형의 개발에 의해 혜택을 받는 대학, 문화 관련 기관이나 조직, 스포츠클럽, 노조, 자영업자, 소규모 임차인이 있다. 이들은 성장기구의 보조적인 동조세력으로 역할을 한다. 성장연합은 부동산으로부터 이윤을 획득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자원의 배분과 개발의 패턴을 결정짓는 데 있어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비즈니스 엘리트와 정치적 엘리트들이 서로 연대하여 구성하고 성장정책의 선두주자로서 행동한다. 이들은 토지가격 상승을 계획하고 토지개발을 위한 성장을 지지하고 토지사용 및 개발 관련 정책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서로 결탁하고 성장의 가능성을 강화시킬 수 있는 재원을 확보하는 데 정부를 활용하려 한다. 중앙과 지방정부가 성장중심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과정에서 주요한 역할을 하는 대표적인 행위자를 구조적 사업가 또는 구조적 투기꾼이라고 부른다. 

정부는 경기 부양과 공약의 실천이란 이해관계를 가지고 각종 규제 완화와 가용토지 공급을 증가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물량 위주의 주택공급정책과 활성화를 위해 행정의 간소화, 개발 밀도 및 금융지원, 각종 세제 혜택 등을 부여한다. 광역정부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를 매개하는 역할을 담당하면서 개발 수요에 부응하고 새롭게 열린 지방정치공간에서 광역차원에서의 자치권 신장을 중앙정부의 정책 방향에 맞춰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 지방정부는 자본이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개발정책을 추진한다. 또한 지역 기업의 이탈을 막고 새로운 자본의 유입을 위해 기업의 외부 유출을 가져오거나 신규 진입을 꺼리게 할 재분배정책의 실시를 기피하고 기업이익의 특권적 지위를 보장하는 개발정책을 입안, 추진한다. 특히 민선체제 이후 현직 단체장의 재선은 매우 중요한 지방정치적 요소로 작용한다. 기업부문 행위자의 경우 이윤 창출을 위해 자본의 투자를 결정하고 더 많은 이윤 창출이 가능한 제도, 정책의 도입 또는 변경을 추구하고 지방에서의 개발을 통해 이윤 실현을 극대화하고자 한다. 

이와 같은 부동산개발 정치과정을 살펴볼 때 지방정부는 건축인허가권, 도시기본계획 입안권, 관할구역 내 과세대상 액수결정과 징수권한을 통해 도시의 물리적 구조를 개편하기 위한 주도적인 행위자다. 기업은 이윤을 발생시킬 수 있는 투자를 통해 도시의 물리적 구조를 변경한다. 중앙정부는 물리적 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는 하부구조에 대한 직접적인 투자를 통해 도시 성장을 지원할 수도 있고 통제할 수도 있다. 또한 회람, 공문, 권고, 국고보조, 교부금 등을 활용하여 지방정부의 물리적 구조개편 행위를 제어한다. 이는 중앙정부의 공공재적 이익과 특정지역에 관한 투자 집중에 따른 도시 간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한 개입이라는 명분에 의해 정당화된다. 주민은 집단적으로 조직화하여 도시의 물리적 구조를 개편하려는 시도를 종용시키거나 또는 저지할 수 있다. 특히 선거정치 과정에서 표와 투표권을 매개로 하여 주민의 역할을 수행한다.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기업은 레짐(Regime)을 구성하는 가장 핵심적인 행위자다. 즉 기업은 레짐의 핵심적 행위자로 정부의 개발정책 결정과정에 참여한다. 기업은 다른 집단이나 개인에 비해 매우 우월하기 때문에 결국 정부와 통치연합을 구성할 파트너로 기업이 선택되고 개발 참여기회를 획득하게 된다. 따라서 개발 레짐(Developmental Regime)이 추구하는 개발 이슈 선정과 집행에는 기업이익이 투영된다. 그리고 개발 레짐이 제공하는 선별적 인센티브와 소규모 기회 등은 일자리, 계약, 수수료, 새로운 학교, 공원, 극장 등으로 제공되고, 이는 갈등을 관리하고 반대세력을 완화시키거나 분할시키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 

성장연합 이론과 레짐 이론을 살펴볼 때, 중앙정부와 광역시 그리고 지방정부는 주택공급 개발정책 기조를 계속 유지하려 할 것이 분명해진다. 이미 정부 자체가 주택공급이라는 체제에 익숙해 있고, 공급 에이전트와 부동산 네트워크-다주택 소유자를 포함한 주택 소유계층과 부동산 중개인, 투자 컨설턴트, 부동산 금융, 부동산 관련 경제언론사, 건설업체-가 기득권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체제 전환이 어렵다. 

한편, 부동산 네트워크가 생산하는 정보는 대개의 경우 주택시장의 안정보다 주택공급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기능하며, 정치인들과 주택 관련 공익 연구원들 역시 이들의 자료를 참고하여 정책을 발의하거나 정책 수립에 활용한다. 그래서 주택가격 불안의 가장 본질적인 원인은 주택공급 부족이라는 한 목소리를 내고 정부가 전적으로 해결할 것을 주문한다. 여기에 주택자산의 가치를 높이려는 담합과 결탁, 협잡과 투기 등이 난무하는 시장의 불투명성도 주택공급 논리를 부추기는 데 한 몫 한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뉴타운재개발사업도 법 근거도 없이 제1차 시범지구를 지정하고, 기존 기준의 유효성이 검증되기도 전에 2, 3차 지구의 지정기준을 크게 완화하여 광범위하게 지정한 것은 건전한 도시 관리의 의지에 앞서 투기를 조장한 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 이는 정치가 행정에 개입한 잘못된 선례로 선거마다 정치인들의 공약으로 등장하는 관행을 만들었다. 서울을 온통 개발과 투기로 들끓게 만든 것이다. 

 

자연, 그리고 시민의 도전 No growth-Slow growth

용산참사를 계기로 주거지정비사업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가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장연합세력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개발정책이 추진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이는 선거정치와 관련이 있는데, 지방 정치가들이 자신들의 명성 유지와 경력 관리에 큰 영향을 미치는 개발정책을 지지하여 성장기구의 요구에 순응하거나 지역사회의 강자들인 부동산 소유자의 입장을 수용한 성장전략을 주로 지지할 것이기 때문이다. 

성장연합의 이익 추구가 언제나 순탄하게 진행될 것만은 아니다. 성장정책의 잠재적 지지자였던 주민들이 날이 갈수록 심각한 환경훼손, 자원과 에너지의 과도한 소비, 교통정체, 높은 거주비용, 인공건조물의 증가 등 거주지 삶의 질 악화를 초래하는 일방적 성장정책에 대한 불만을 키워가고 있기 때문이다. 인내의 임계점이 목전이다. 결국 주민들은 전면적인 성장의 중단(no growth)이나 성장의 수위를 낮출 것(slow growth)을 요구하는 반성장운동을 펼쳐, 성장연합에 도전하게 될 것이다. 이 도전이 환경사회적 약자들이 정당한 자기 몫을 요구하는 운동을 넘어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일차적인 목적으로 하는 평화의 체제로 전환하는 운동으로 진화해야 미래는 지속될 것이다.

남상오 <주거복지연대> 사무총장 nambada@home1004.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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