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는 전혀 다른 세계에 사는 분들 같아요.”

환경운동연합 제 6차 생태사회포럼 후기

김창민 환경운동연합 전국사무처 간사 ecosociety.tistory.com


저는 청년의 한 사람으로서,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느낀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주관적인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환경운동가들은 중도가 아닌 극단으로 가는 모습을 많이 보입니다. 그리고 똑같은 대한민국 국민이고 시민인데, 투철한 사명과 뚜렷한 신념을 가지고 계신 것 같아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기가 상당히 불편합니다. 그래서 이런 자리에 와서도 무언가 교훈적인 이야기를 들어야만 할 것 같습니다.” 
포럼이 끝나갈 즈음, 어느 20대 여성이 머뭇거리다 어렵게 말을 꺼냈습니다. 그동안 많은 교수님들, 연구원들, 활동가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왔었던 포럼이었지만, 이보다 긴 여운이 남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여전히 시민들과는 거리가 먼 낯선 이방의 영역에 있다는 것에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문득 스칼렛 요한슨이 나왔던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라는 영화가 생각났습니다. 이 영화는 말 한 마디 통하지 않는 도쿄에서 고독을 느끼는 미국 남녀의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우리들은 시민들과 같은 공간에서 같은 언어를 쓰는데도 소통의 부재를 겪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지금까지 생태사회포럼은 우리사회의 대안으로서 생태적 전환을 이야기하며, 경제·정치·문화·지역·농촌이라는 범주를 가지고 포럼을 진행해 왔습니다. 이번에 열린 제6차 생태사회포럼의 주제는 ‘한국사회 환경운동의 현재와 미래를 이야기한다.’였습니다. 지금까지 진행되었던 생태적 전환의 전망 속에 한국사회와 환경운동은 어떠하며 어떻게 나가야 하느냐가 바로 이야기들의 주제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개발독재체제에서 환경운동의 현실

“현재 우리 단체는 정부 프로젝트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회원이 줄고 회비수입도 줄어 재정도 줄고 상근자수도 줄고 있습니다.” 지운근 처장님은 환경연합의 뼈아픈 현실을 들려주셨습니다. 그리고 몇 년 전에도 다른 환경단체들과 환경운동의 위기를 토론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의 평가와 지금의 평가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하였습니다. 비슷한 이야기가 반복되지만 나아지지 않는 답답함이 밀려왔습니다. 게다가 이제는 전문가들의 참여도 줄어들고 있다고 합니다. 현 정부가 흔히 진보적이라고 불리는 시민사회단체에 등을 돌리면서 갈등이 첨예한 사안에 있어서는 전문가들이 얼굴을 내놓고 자신의 의견을 당당히 이야기하기 꺼린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잘못도 큽니다. 일단 운동방식이 관성화된 틀을 벗어나고 있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떤 문제가 터지면 성명서 내서 언론사에 돌리고 현장에서 기자회견과 퍼포먼스하고 그러다 좀 큰 사안이다 싶으면 다른 단체들에게 연대를 제안합니다. 그러면 이름만 걸어주거나 해당 단체 상근자 수에 조금 못 미치거나 조금 넘치는 정도의 사람들이 모여 집회를 합니다. 그러다보니 환경단체에 젊은 사람들이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지운근 처장님은 우리도 일본 환경단체처럼 고령화가 되는 게 아닐까 걱정의 말씀을 남기셨습니다.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자연환경이 파괴되는 개발독재체제입니다.” 구도완 박사님(환경사회연구소 소장)은 우리사회를 이렇게 진단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우리사회를 이렇게 주도한 현 정권은 돈과 권력을 넘는 강력한 담론을 가지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들은 선진화를 위하여 경쟁을 강화해야 하고 능력에 따라 사회적 지위를 결정해야 하며 시장은 효율적이며 정치는 비효율적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체제에 문제의식을 느끼는 국민들은 답답하기만 합니다. 정당정치와 시민단체를 신뢰하고 지지하기가 어렵습니다. 근래 무언가 반대도 열심히 하고 있고 갑자기 친해진 듯 뭉치기도 하는 것 같은데, 무언가 새로운 대안과 비전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안에도 대안적 발전의 씨앗들은 있다

그래서 구도완 박사님은 우리가 ‘생태사회적 발전’을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생태사회적 발전담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사람은 함께 일하면서 즐거움을 누린다. ②경쟁이나 전쟁보다 협동하고 협력하는 시간이 훨씬 길고 행복하다. ③잘난 사람이나 못난 사람이나 모두 똑같은 사람이다. ④시장과 기업은 사람들을 너무 과로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⑤국가는 기업의 대변인이나 시민을 억압하는 기관이 아니라 사회경제적, 생물학적 약자와 자연을 보호하는 기관이다. ⑥국가와 사람들은 자연을 보호하고 관리하는 데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⑦북한을 비롯한 모든 국가와 영구적 평화체제를 만들어 가야 한다. 
그런데 이거 너무 이상적이고 순진한 발상이 아니냐고 묻고 싶습니다. 그러나 구도완 박사님은 “우리 안에도 지금 대안적 발전의 씨앗이 여기저기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지금 다양한 형태의 공동체,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들이 활발히 움직이고 있습니다.”라고 말씀하십니다.수많은 부두와 창고로 들어찬 영국의 도크랜즈는 세계적인 항만도시였습니다. 거기엔 수많은 제조업체와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이 붐볐지만, 산업 환경이 변하고 투자가 줄고 시설이 노후화되면서 도시가 점차 피폐해집니다. 그러나 당시 영국의 대처정부와 개발업자들은 이곳을 부자들을 위한 주택과 공항을 지어 이윤을 내고자 했습니다. 이때 당시 런던 시정을 담당하였던 영국 노동당의 ‘광역 런던 시의회(Greater London Council, GLC)’는 새로운 제안을 합니다. 주민들 스스로가 자신의 필요를 표현하고 토론하고 대안을 제시하고 도시개발, 도시계획 전문가를 고용할 수 있도록 정책·재정적 지원을 합니다. 
서영표 교수님(성공회대학교 연구교수)은 이것은 새로운 차원의 ‘지식의 정치’를 통해 ‘사회적으로 유용한 생산’을 한 유용한 사례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 주변에 대해서 가장 많은 지식과 정보를 가지고 있는데, 이 문제를 타인 또는 타자 앞에 합리적이고 합당하게 보일 수 있는 형식을 잘 갖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실천적 지식을 과학적 지식으로 이끌어낼 수 있도록 NGO들이 정보와 체계, 전략과 방향을 갖추어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시민들 속에 답이 있다

이번 토론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환경단체에 새로운 리더십을 요구하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트로이 전쟁을 승리로 이끈 미케네 왕 아가멤논. 그가 원정을 떠난 사이 그의 아내는 그의 동생과 불륜에 빠져 그를 살해하고 그의 왕국을 찬탈하려는 계획을 세웁니다. 그리고 승전의 환호와 함께 귀국한 아가멤논은 그 기쁨이 가시기도 전에 이들로부터 살해를 당하고 맙니다. 그 후 시간이 흘러 아가멤논의 아들 오레스테스는 아폴론신으로부터 아버지의 원수를 갚으라는 신탁을 받습니다. 이에 오레스테스는 햄릿처럼 ‘죽느냐, 사느냐’의 고민에 빠지게 되고, 결국 그의 모친과 숙부를 살해하고 맙니다. 그러나 오레스테스는 어머니를 살해했다는 이유로 복수의 여신들과 어머니의 망령에 시달리며 이리저리 쫓기고 맙니다. 그리고 이른 곳이 아테네 신전. 그곳에서 오레스테스는 존속살인죄로 법정에 서게 됩니다. 그리고 피고와 원고의 치열한 법정공방을 앞두고 아테네는 이를 시민위원회에 맡기고 맙니다. 결과는 유죄, 무죄 가부동수. 그럼 오레스테스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이때 아테네는 아주 지혜로운 판결을 내립니다. 오레스테스를 무죄로 풀어주고 복수의 여신들을 축복의 여신으로 남게 하고 이들을 모두 아테네에 남게 합니다. 아테네신은 아폴론신처럼 신탁을 내리고 명령한 것이 아니라 피고와 원고의 의견을 고루 듣고 시민들에게 의견을 묻고 이들을 화해시키고 공존토록 한 것입니다. 
혹시 우리 환경단체도 이제는 아폴론적 리더십이 아니라 아테네적 리더십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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